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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M 출신 감독' 오명 이제야 벗은 듯"

[인터뷰] 제1회 신동헌애니메이션상 받은 성백엽 감독

등록|2007.11.20 13:46 수정|2007.11.20 15:26

▲ 성백엽 감독 ⓒ 홍지연

“‘OEM 출신 감독’이라는 자격지심도 약간 있었는데, 이제야 다 털어낸 것 같아요.(웃음)”

제1회 신동헌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성백엽 감독이 활짝 웃었다. 국내 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인 <홍길동>을 만들어낸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부’의 이름을 딴 상, 그것도 원년 수상이라니 감개무량할 수밖에.

성백엽. 우리에게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그랑프리에 빛나는 <오세암>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사실 ‘OEM 애니메이터’로 오랜 세월 잔뼈가 굵었다.

형편없는 헐값으로 진행되던 당시 창작물은 대부분의 애니메이터들에게 구경조차 싫은 일이었다. 하지만 성 감독은 <머털도사>를 시작으로 창작애니메이션의 재미에 이미 푹 빠진 상태였고, 십수 년을 <떠돌이 까치>, <머털도사> 등 수많은 작품의 원화를 그려왔다.

이후 <하얀마음 백구>를 통해 이정호 PD(마고 21 대표)를 만난 성 감독. ‘돈 안 되는 기획안만 내놓는다’고 서로 타박하던 이 최고의 파트너들은 드디어 일을 내기 시작한다. 인기 TV시리즈였던 <하얀마음 백구>와 2004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그랑프리 <오세암>이 속속 만들어졌던 것.

▲ 애니메이션 <오세암> ⓒ 마고21


현재 성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극장용 장편인 <바리공주>를 작업 중에 있다. 우리의 무속신화 ‘바리데기’ 모티프를 가져온 판타지 어드벤처물. 공주 ‘바리’가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저승을 여행한다는 이야기다.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과 측은지심으로 시작된 이 여행에서 바리는 자신이 태어난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조금씩 알아간다.

저승이라는 ‘열린’ 공간을 무대로 한 전혀 색다른 이 판타지는 거칠지만 다이나믹한 3D배경에 2D 캐릭터의 섬세한 감성이 담길 예정이다. 성 감독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깨닫는 소녀 바리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특히 공을 들였다.

“심청이마냥 바리의 효심으로 접근하면 요즘 코드에 안 맞을 테니 ‘성장통’으로 접근했어요. 왜 내가 태어났는지, 죽으라 버려졌는데 왜 또 살아 있는지,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바리공주>는 한·중·불 최초의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2008년 하반기 3개국서 동시개봉 될 예정이다. 이미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에 해외에서의 러브콜이 먼저 들어온 상태. 그러나 막상 국내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프랑스와 중국 등에서 12억에 가까운 투자액을 유치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4억 원을 지원받았을 뿐이다.

▲ 제작중인 애니메이션 <바리공주> ⓒ 마고21

<하얀마음 백구>나 <오세암> 때에도 투자자가 나서지 않아 속을 많이 끓였었는데, <바리공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당시만 해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리 좋은데 요즘 누가 그런 애니메이션 보느냐고 했죠. 하지만 우리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안 본 거지, 안 보려고 안 본 건 아니잖습니까. 우리 정서를 담은 호소력 있는 작품이 계속적으로 나와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거라 믿습니다.”

대한민국 애니메이터로 살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건만 작품이 엎어질 때면 빠져나오기 힘든 큰 충격에 사로잡힌다. 데모 필름까지 완성됐던 <몽실이>가 지난해 중단돼버린 일도 그에겐 적잖은 아픔이었다. 마음껏 만들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세암> 같은 작품은 하나로 족하다는 생각, 솔직히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요즘 코드만 좇아서야 어디 만들고 싶은 작품, 만들 수 있겠어요?”

'나눔에 바탕한 슬픔과 그리움, 가슴저림.' 성백엽 감독이 생각하는 우리 정서다. 소재에서 얼굴, 마음까지 지금껏 순전한 우리 이야기 만들기에 골몰해온 성백엽 감독. 우리를 느끼고, 세계가 감동하는 작품이 다시 한 번 그에게서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와 생생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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