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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횡단보도 건너 보셨나요?

등록|2007.11.24 08:36 수정|2007.11.24 08:36
베트남에 온 이후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주위 환경이 좋은 편이다. 밀물 썰물의 영향을 받아 메콩강 흐름이 바뀌는 것과 함께 제법 큰 배들이 강을 따라 오르내리는 것을 멀리서 나마 즐길 수도 있다. 컨테이너를 실은 배들과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도 볼 수 있다.

▲ 횡단보도를 무시하며 다니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매연이 심해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 이강진


그러나 생활을 하다 보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시내에 나갈 일이 생긴다. 진정한 베트남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시내를 나갈 때마다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심한 매연을 마셔야 하는 것과 수많은 오토바이와 자동차 사이를 헤치며 도로를 횡단하는 것이다. 호치민시티는 교통량도 많은 편이다. 하루가 다르게 교통량이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오토바이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로 거리는 항상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넘쳐난다.

▲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매연과 함께 한 잔의 커피나 간단한 식사를 하는 사람들. ⓒ 이강진


건널목이 있기는 하나 사람을 위해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처음에는 미친 듯이 달려오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보면서 길을 횡단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갈 길은 가야하는 것을 어쩌랴. 횡단하는 다른 사람 옆에 붙어 죽어도 같이 죽겠다는 뱃심가지고 몇 번 도로를 횡단하다보니 조금 요령이 생긴다. 나 걷는 속도로 천천히 걸으면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알아서 비켜나가는 것이다.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 상대편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며 움직이고 있다. 그들만의 직감으로 상대편을 배려(?)하며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길을 꽉 메운 오토바이와 자동차에서 내뿜는 소음과 매연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베트남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에 호치민시티 대기 오염이 허용치의 1.5배 아니면 2배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무엇을 기준으로 산정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느끼는 참을 만하다고 생각되는 대기오염을 기준으로 하자면 허용치의 서너 배 이상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람들 말에 의하면 오토바이에서 내뿜는 매연이 자동차의 매연보다 더 심하다고 한다. 조금씩 나아지긴 하지만 아직도 시내를 나갔다 오면 골치가 아프고 목이 답답함을 느낀다. 따라서 베트남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두툼한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토바이 못지않게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은 버스나 트럭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형차들은 하나같이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달리고 있다. 트럭은 물론 버스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매연을 뿜고 달리는 버스와 트럭들 대부분이 한국에서 수입된 차라는 것이다. 한국어로 상호이름이 적혀있는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심지어는 한국어로 행선지까지 적혀있다. 한국에서는 엄두도 못 낼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한국어로 쓰인 갖가지 문구를 붙인 채 도로를 질주한다.

베트남 휘발유 질이 좋지 않아 매연이 더 심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베트남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베트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에서 수입된 자동차. 잘못 기재된 한글도 흔히 보인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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