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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세론' 부추기는 <조선> 여론조사

'조선일보 11월 19일 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민언련 모니터단 논평

등록|2007.11.21 11:26 수정|2007.11.21 13:16
김경준씨 송환으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선거 국면 속에서 조선일보가 황당하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여론조사 보도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18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대선투표 의향 ▲대선 후보 선호도 ▲김경준씨의 BBK 의혹 사건 관심도 ▲BBK 의혹 사건으로 인한 이명박 이미지 변화 정도 ▲BBK의혹 관련 범여권 정당 주장 공감도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합당 및 후보 단일화 관심도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단일후보 선호도 ▲정당 지지도 등의 13개 항목을 조사했다.

황당한 질문과 충격적인 답변, 찬찬히 보니 '이명박 대세론'

19일 조선일보는 이 조사결과를 보도했다. 먼저 1면 머릿기사 <부동층 19.2%로 늘어>에서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 조사결과를 밝히며 부동층이 8월 이후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게재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62.9%가 BBK 의혹사건에 ‘관심있다’고 했다. ‘BBK 때문에 정권교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불안하지 않다’가 57.8%였지만, ‘불안하다’는 응답도 34.6%나 됐다. 또 ‘이회창 후보 출마로 정권교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가’라는 설문에도 ‘없다’가 61.4%였고, ‘있다’는 32.5%였다. 물론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다수이지만, ‘BBK 사건과 이회창씨 출마’에 불안감을 드러낸 응답자도 30%대 초반에 이른 것이다. 대선 막판 부동층 증가에는 이런 불안 심리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11월 19일 1면 머릿기사 <부동층 19.2%로 늘어> 중)

우리 단체는 처음 이 기사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여론조사에서 “BBK 때문에 정권교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가”, “이회창 후보 출마로 정권교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가”라는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염원’인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질문을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 질문의 결과가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다’로 57.8%, 61.4%나 된다고 하니, 현재 우리나라는 어떤 변수가 생겨도 ‘대한민국=이명박 대세론이 절대 진리인 곳’으로 생각하게 할 만한 보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아함은 6면의 관련기사에서 바로 해결되었다. 같은 날 6면 <이명박 지지자 중 43.2%, “경제성장 기대” “이회창 출마로 정권교체 안될 수도” 32.6%>를 보면 이 질문은 전체 조사자중 554명인 이명박 지지자들에게만 조사한 것이었다고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조선일보 1면 기사에서는 이점을 전혀 명시하지 않았다.

의도적인 누락일까. 기자의 실수일까.사연이 무엇이든 “이번 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62.9%가~”라고 보도한 1면 머리기사만 읽은 독자는 ‘대부분의 여론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해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간절히 원하고 있으며 어떤 변수가 있어도 불안해하지 않는구나’라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조선일보 19일 1면 머리기사 <부동층 19.2%로 늘어>는 ‘명백한 오보’이며, 이명박 대세론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잘못된 여론조사 보도’이다. 

이명박 BBK 연관 의혹은 범여권 정당들의 주장일 뿐? ‘공감’하나요?

한편 이번 조사에서 “○○님께서는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씨의 BBK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대통합 민주신당 등 범여권 정당들의 주장에 공감하십니까? 아니면 공감하지 않으십니까”라는 항목이 있다. 이 질문은 BBK 주가 의혹 사건이 ‘민주신당 등 범여권 정당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의미를 담고 있어 위의 여론조사 선거보도 조항에 저촉되는 부적절한 질문으로 보인다.

BBK 의혹의 핵심인 ‘주가조작’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국민의 ‘공감’ 여부로 판단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검찰 수사로 드러나야 할 중대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이 질문은 BBK 의혹을 범여권의 ‘일개 주장’일 뿐이며, 공감여부가 주요한 것인 양 다룸으로써, BBK 사안의 심각성을 평가절하하려는 의도적인 어휘와 문장을 사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비록 이명박 후보 지지자에게만 하는 질문이라고 하지만, ‘BBK 의혹 관련 확인시 이명박 계속 지지 의향’ 등을 묻는 항목도 ‘BBK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물타기’에 의도가 엿보이는 질문이었다.

이명박 홍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여론조사 아닌가 혼동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에 의뢰한 것으로, 11월 18일 하루 동안 전국 19세 이상 143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의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6% 포인트다. 조선일보는 이러한 내용을 적절히 기사에 게재했으며, 조선일보 홈페이지에 조사결과 집계 표를 올렸다. 집계 표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표1>과 같은 질문순서와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 <표1> 조선일보 11월 18일 여론조사 구성 ⓒ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번 조사는 그 목적이 유권자의 지지도를 통상적인 선거 여론조사인지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홍보 자료로 쓰기 위한 여론조사인지 혼동될 정도로 이명박 후보 관련 질문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다.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BBK 관련 질문을 3개나 했으며, 이명박 후보를 선호한다고 답변한 사람들에게는 5~7개의 추가질문을 했다. 물론 이명박 후보가 가장 유력한 후보이며,  BBK가 대선정국의 주요변수로 회자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후보 관련 질문 비중이 높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에게 “○○님께서는 어떤 점에서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서 경제성장 기대, 추진력 있다, 경력 좋다/경험 많다, 리더십, 경제에 해박하다, 소속정당, 그동안 잘했다/잘할 것이다 등의 23가지 구체적 답변을 받은 것은 이명박 후보 홍보 전략을 짜기 위한 여론조사에 가까운 내용이다.

또 현재 이명박 후보 지지자 중에서 2002년 당시 노무현 투표자를 찾아내 그들에게 왜 지금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지 묻고 ①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하기 때문에 ②이명박 후보가 좋아서 ③둘 다 ④기타 등으로 답변을 요구한 것은 도대체 이명박 후보 홍보효과 이외에 어떤 의도로 한 질문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또한 이런 질문과정에서 응답자들 스스로 태도 재강화라는 학습이 이루어질 위험이 있음을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모를리 없다. 따라서 정말 이 후보 선호 이유에 대한 질문이 의미가 있다면 다른 후보들과 관련한 동일한 질문도 했어야 마땅하다.

보다 공정하고 정확한 여론조사 보도 촉구

공직선거법 제108조 ‘여론조사의 결과공표금지등’에 의하면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편향되도록 하는 어휘나 문장을 사용하여 질문하는 행위 ▲피조사자에게 응답을 강요하거나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응답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질문하거나, 피조사자의 의사를 왜곡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고현철)는 제17대 대통령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및 그 결과의 공표·보도와 관련하여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여론조사에 사용된 어휘나 문장에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선호·비방이나 특정인의 당선·낙선을 유도하는 표현을 포함해서는 안된다”라는 기준안을 밝힌 바 있다.

우리 단체는 언론사가 자신들의 정치적 ‘의도’에 좌우되지 않고 선관위의 기준 조항을 철저히 지켜 더욱 엄밀하고 공정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바란다. 또한 특정 정당, 특정 후보 중심의 여론조사와 일상적 지지도 조사에서 벗어나 정책 및 공약 여론에 중점을 맞추기를 촉구한다.

무엇보다 아무리 면밀한 여론조사가 수행되더라도 그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한 보도가 이루어져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꿈보다 해몽’은 여론조사에서는 절대 적용되어서는 안 될 말이다. 언론사들은 여론조사 결과 중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유리한 결과만을 부각시키는 등의 얕은꾀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특히 조선일보 19일 1면 머리기사 <부동층 19.2%로 늘어>와 같이 응답 대상자를 거두절미함으로써 특정후보의 대세론을 부풀리려는 보도태도는 다시는 나오면 안된다. 우리는 조선일보에게 또 다시 자신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려 한다면,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임을 강력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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