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 되찾을 수 있을까
창당 10주년 기념행사... 정권교체 숙원 앞에 놓인 '내우외환'
▲ 21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선후보가 당에서 준비한 홍보영상물을 보며 겸연쩍다는 듯 머리를 만지고 있다. ⓒ 남소연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는 앞에 앉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를 향해 이같이 말한 뒤 크게 웃었다. 이 후보에게 부담이 될 만한 말일 수 있지만 이 후보는 "송년회를 크게 하자"며 자신감을 보였다.
두 사람이 함께 한 자리에는 최병렬 전 대표, 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한동 전 국무총리와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등도 동석했다. 한나라당의 전·현직 지도부의 재회인 셈이다.
이들은 2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창당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행사장 옆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잠시 담소를 나눴다.
이날 행사는 "한국 정치사에서 창당 10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자축하면서도 "이 후보를 반드시 당선시켜 10년간 잃었던 정권을 찾아오자"며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만큼 한나라당의 오랜 숙원인 정권교체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대선을 28일 앞두고 이 후보가 헤쳐 나가야 할 '내우외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대선까지 28일...'박심'은 이명박 후보 편일까
▲ 21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선후보가 행사를 마친 뒤 김수한 전 국회의장, 이기택 전 총재 등 원로들과 함께 환담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이날 행사에는 한나라당의 '고참'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행사장에는 지난해 5월 유세장에서 흉기 테러를 당한 뒤 웃는 얼굴로 퇴원하는 박 전 대표의 사진, 2005년 12월 사학법 반대 투쟁을 위해 거리로 나선 사진 등이 전시돼 있었다.
연설하는 장면을 클로즈업한 다른 역대 대표들과는 달리 박 전 대표의 경우 현장에서 웃고 있거나 결연한 표정을 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출입구 가까이에 배치해 박 전 대표를 향한 당의 '애정'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천막당사 생활 등 '차떼기 정당'이라는 시련에 부딪혔던 당을 이끌었고 지방 선거와 재보선에서 큰 성과를 거두는 등 '당을 다시 일으켜 세운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이회창 후보의 출마 선언 이후 박 전 대표가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며 비판하자 당내이 '창풍'은 잦아들 만큼 박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은 여전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타격을 입은 이명박 후보 측면에서는 보수표 결집을 위해 박 전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일보>가 지난 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회창 후보의 지지자의 53%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21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선후보가 메모판에 '정권교체'라고 적은 뒤 옆을 쳐다보고 있다. ⓒ 남소연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칩거에 대해 "선거가 시작되면 본인이 아마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이 후보가 제안한 '3자회동'에 대해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당 지도부는 당의 단결을 자주 언급했다. 이 후보는 이날 행사에서 "당이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이 당이 어떻게 하려고 이러나' 하는 우려도 들었다"면서 "경선 당시 다시는 안 볼 것 같은 표정을 했지만, 많은 분들의 심려를 깨고 우리는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네 편, 내 편으로 나뉘어져서 헷갈렸지만 지금은 '우리'만 있는 당이 됐다"면서 "나 스스로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제 자신이 변했다"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는 "1년 동안 후보를 뽑기 위한 치열한 경선으로 우리 후보를 우리가 검증했다"며 "'당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걱정도 있었지만 박 전 대표의 승복과 온 당원의 힘을 합쳐 최고의 경선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김수한 중앙선대위상임고문 또한 "오는 12월 19일 이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서 국민이 갈망하는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통같은 단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BBK·도덕성 논란 등... 이명박 후보 앞길 '첩첩산중'
▲ 21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1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선후보가 강재섭 대표,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과 함께 정권교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쪽에 선다고 해도 이 후보가 당선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BBK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다.
검찰은 김경준 전 BBK 대표를 미국에서 송환해 옵셔널벤처스 코리아 주가조작 및 BBK 공금 횡령 혐의를 조사 중이다. 한나라당과 김씨쪽이 이번 사건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내세우며 팽팽한 진실공방을 하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 결과는 향후 대선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20일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씨가 미국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나라당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의 클린정치위원회(위원장 홍준표)는 여론을 잡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자료를 배포했고, 대변인도 "별다른 내용은 없을 것"이라며 발 빠르게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클린정치위원회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이미 검찰 청사 근처에 따로 사무실을 마련했다.
BBK 사건 이외에도 이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이 후보가 자녀의 위장취업 문제로 이미 고개 숙여 사죄했지만 뒤이어 자신과 처의 운전기사까지 이 후보 회사의 직원으로 위장시켜 탈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 소유의 양재동 영일빌딩 지하에 불법 성매매 업소가 성업중인 것으로 드러난 것 또한 여성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 후보는 범여권의 전방위 공세에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을 내세워 돌파하려고 하지만 그 '약발'이 대선일까지 계속 유효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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