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탄올, 비싼 '기름값' 낮춰줄까? 산자부 "도입 타당"-농림부 "식량 위기"
[특별기획-바이오연료의 명암⑩ 마지막회] 바이오에탄올 그리고 한국의 선택
사탕수수, 옥수수 그리고 콩. 바이오에탄올이 세계적 화두다. 국제유가 배럴당 86달러 시대, 바이오에탄올은 석유고갈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대체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에탄올 생산국가인 브라질과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이미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에탄올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br>
<br>한국 석유품질관리원도 내년 8월 바이오에탄올 도입을 위한 연구를 마감한다. 상용화를 염두에 둔 조치다. 그러나 곡물에탄올은 빈곤심화, 노예노동 등 또 다른 차원의 환경·인권문제를 낳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세계적 논쟁이 된 바이오에탄올의 명암을 살펴보기 위해 브라질·미국·멕시코 3개국을 현지 취재했다. '곡물에탄올 전쟁, 바이오연료의 명암' 10부작 시리즈 마지막회, 바이오에탄올과 한국의 선택 편으로 마친다. [편집자말]
▲ 멕시코의 옥수수밭멕시코에서는 지난 1월 급작스러운 바이오에탄올정책으로 곡물가가 폭등해 '또르띠야시위'가 벌어졌다. 멕시코 시민사회는 '곡물가격 폭등의 주범'인 바이오에탄올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 장윤선
"향후 유가의 불안정성,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제 강화에 대한 대비, 농촌사회의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바이오에탄올 도입은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산업자원부는 2005년 12월 한국에너지관리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위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 '해외 바이오에탄올 도입의 타당성 분석 연구'가 그것. 320쪽 분량의 이 논문은 총 1억6000만원을 들여 브라질 현지조사 등을 토대로 6개월간 진행된 연구결과다.
바이오에탄올의 도입은 수송용 연료를 다변화해서 고유가 불안정성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수 있으며, 2013년경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 환경보호국이 발암가능물질로 규정한 가솔린 첨가제 MTBE(Methyl Tertiary Butyl Ether)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바이오에탄올 원료작물의 경작 기회가 창출돼 국내 농촌사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진단도 곁들였다.
무엇보다 연구팀은 '적절한 유통시스템'을 바이오에탄올 도입의 선결과제로 꼽고 ▲유통시스템에서의 바이오에탄올 부식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유통과정에서 수분이 혼입되는 걸 방지하는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에탄올 상용화를 위한 국내 유통 시스템의 적합성을 체크하기 위한 실증연구가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정부, 바이오에탄올 도입 타당하다 잠정 결론
▲ 브라질의 '노예노동 금지' 포스터사탕수수 농가에서 빈번히 노예노동이 발생하자 브라질당국은 관련 포스터를 공항에 붙였다. 브라질에서는 바이오에탄올정책으로 인한 노예노동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 장윤선
신지현 산업자원부 신재생에너지과 바이오에탄올 담당 사무관은 "정부에서는 바이오에탄올 상용화에 따른 문제점을 검증하는 실증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핵심적으로는 바이오에탄올을 현행 자동차에 주유했을 때 운행의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바이오에탄올 도입이 타당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주유소 인프라 구축을 통해 어떻게 유통시킬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에탄올은 흡수성이 강해 방수가 되지 않는 저유소나 주유소에 저장하면 금세 상분리가 일어나 쓸 수 없게 된다. 또한 유통과정에서 부식이 발생하면 피해가 크다. 따라서 정부는 기존 저유소와 주유소 등에 곧장 바이오에탄올을 유통하기 어렵다고 판단, 바이오에탄올이 안전하게 도입돼 소비자들에게 유통될 수 있는 시설마련 방법 등도 연구 중이라고 했다.
브라질처럼 바이오에탄올 100%로 움직이는 플렉스(FFV)를 상용화 한다는 계획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존 휘발유에 바이오에탄올을 섞어 쓰는 일종의 '첨가제'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정부가 E3(97% 휘발유+3% 바이오에탄올)를 도입하고, 미국이 각 주별로 E5를 도입한 것처럼 한국정부도 3%나 5% 수준의 에탄올을 섞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신 사무관은 "현재로는 E3, E5 가운데 어떤 것으로 결정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2006년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리터당 1200원에 바이오에탄올이 함유된 휘발유를 차량에 주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자부 사무관 "한국은 바이오에너지 시민의식 낮고, 독일은 높다"
이어 신 사무관은 '곡물 바이오에탄올에 따른 식량위기' 등 비판론에 대해 "미국과 브라질이 곡물로 수송연료를 사용하겠다고 나섰다면 한국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세계적 추세가 곡물가 폭등으로 가는 것"이라며 "정부의 바이오에탄올 도입이 곡물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신 사무관은 "한국 사람들은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시민의식이 낮다"며 "독일은 시민의식이 높아서 신재생에너지가 비싸도 쓰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바이오연료에 대한 공청회를 열면 비판적 여론이 많다는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임도연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과장은 "바이오에탄올에 대해, 사람이 먹으면 '기아'를 살릴 수 있는 식량을 자동차에 연료용으로 넣는 게 옳으냐는 세계적 윤리논란이 있다"며 "바이오에탄올 수급계획은 실증연구가 끝나면 정책당국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 과장은 "바이오연료를 식량안보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부정적 결론을 내리는 것은 환경론자들의 극단적인 사고"라고 비판하고 "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바이오연료에 대한 각축전을 벌여 결국 유전자 개량 논란을 극복한 '비식용작물'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이 먹지 않는 셀룰로오스계나 목질계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통한다면 윤리적 논란도 종식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임 과장은 '과학적 진보'가 '윤리논란'을 끝낼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산업자원부의 적극적인 도입의지와 달리 농림부는 식량을 원료로 한 바이오에탄올 도입에 적극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정부 부처 안에서도 '바이오에탄올 도입'에 대한 찬반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형국인 것이다.
▲ 멕시코의 또르띠야 시위급작스러운 옥수수 가격 폭등으로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에는 모두 7만명이 참가했다. ⓒ 장윤선
농림부 사무관 "식량과 경합하는 바이오에탄올 추진 반대"
박희수 농림부 식량정책국 사무관은 "에너지산업 육성 자체를 농림부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못 박은 뒤 "세계 곡물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이 2007년 5월 현재 1톤당 143달러로 전년대비 62.5% 상승했다"며 "앞으로도 옥수수 가격은 계속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옥수수 가격 상승으로 국내 전분과 물엿 등 가공용 및 배합사료 가격이 인상했다"며 "새우깡이 16.7%, 물엿이 10.2%, 라면이 8.3%로 각각 올랐다"고 전했다. 사실상 미국의 옥수수 바이오에탄올정책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는 등 여파가 한국의 식탁까지 미친다는 분석인 것이다.
강영일 농림부 농생명산업정책과 사무관은 "바이오에탄올이 농가소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환경적 측면에서도 바이오에탄올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많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미국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대규모 플랜테이션으로 옥수수나 사탕수수 농사를 지어 오히려 밀림이 파괴되는 등 온실가스 저감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중론이라는 것이다.
특히 옥수수는 식량작물과 경합하기 때문에 과잉 생산됐을 때 가격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사무관은 "식량과 경합하는 바이오에탄올은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옥수수 농가의 판로 개척을 위해 바이오에탄올정책이 수립됐다는 음모론이 나올 만큼 바이오에탄올이 식량위기 등 더 큰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해외에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통해 휘발유보다 싼값에 바이오에탄올을 도입한다면 찬성할 국민들은 꽤 되겠지만 처음에 형성된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결국에는 '유가상승'과 같은 현상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곡물가격까지 같이 뛰면서 세계 빈곤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바이오연료의 황무지"라며 "브라질처럼 자국 내 식물재배로 인한 바이오연료의 개발이라면 환경과 농가소득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지만 우리처럼 전면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라면 아무런 사회적 편익이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후 때문에 사탕수수 농사는 상정도 할 수 없는 한국. 옥수수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한다는 것은 쌀농사와 겹치는 하지작물인 관계로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게 강 사무관의 견해다. 그나마 유채를 통한 바이오디젤은 상용되고 있지만 그것도 아주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
강 사무관에 따르면, 남한에서 이모작이 가능한 논면적은 90만 헥타르. 유채는 남부지방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30만 헥타르의 농사를 짓고 있다. 유채농사가 끝나면 볍씨를 뿌려 벼농사를 짓는 방식으로 현재 BD5(디젤 95%+바이오디젤 5%)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것이 자국내 생산이 가능한 바이오디젤의 최대치라는 것이다.
▲ ⓒ 오마이뉴스 김시연
자전거도로 확충이 지구온난화 해결의 지름길
환경운동가들도 바이오에탄올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바이오에탄올은 결국 상당 부분의 물을 필요로 한다"며 "옥수수나 사탕수수처럼 대량경작으로 인해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주고, 곡물가격 폭등으로 제3세계 사람들이 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굶어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대표는 "바이오에탄올 도입에 대해서는 더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며 "기업의 경제적 이익에 매몰되면 새로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에너지는 바람과 물, 태양과 파도를 이용해야 한다"며 "결국 에너지 절약이 선행되지 않으면 바이오에탄올 도입만으로는 석유고갈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미국의 옥수수 원료를 도입하든, 브라질의 사탕수수 원료를 도입하든 둘 모두 우리에게 바람직한 바이오에너지의 대안이 아니다"라며 "해외자원에 취약한 우리가 석유를 수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위해 옥수수나 사탕수수까지 수입하게 된다면 농민들에게도 전혀 경제적 이익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윤 교수는 "옥수수는 국제 곡물가격을 높이는 주범이며 사탕수수는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주범"이라며 "더욱이 사탕수수는 곡물을 심을 농경지를 침식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바람직한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윤 교수는 "사람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 있다"며 "교통수요를 줄이는 게 먼저"라고 밝혔다.
그는 "늘어나는 교통수요 등 연료소비를 그대로 두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며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게 대책"이라고 말했다. 작은 차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바람직한 사회라는 윤 교수는 "유럽은 작업장에 차를 갖고 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돈을 준다"며 "차를 갖고 오는 사람들에게 주차비를 지원하는 것은 잘못된 거꾸로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도시의 구조가 문제지만 자전거도로를 확장하는 것도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곡물에탄올 전쟁, 바이오연료의 명암' 10부작 시리즈 총 15편의 원고를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오마이뉴스>는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과 지구환경개선을 위한 심층취재를 계속 해나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