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단추를 떼어 내면서

어머니가 다신 단추

등록|2007.11.22 10:43 수정|2007.11.22 10:42

단추단추 다시는 어머니 ⓒ 전희식


어머니 애써 다신 단추를
쪽가위로 떼어낸다.

툭툭 실밥을 따며
침침한 눈길에
흐트러진 어머니 손끝을 본다.

손님이 오셨을 때
마침 웃 옷 단추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복잡한 하루 일과가 단추 하나 떨구어 놓았나 보다
손님과 나는 눈을 반짝이며 어머님에게 드리자고 했다.

어머님은 호기롭게 바늘에 실을 꿰라고 명 하셨다
무슨 색 실을 꿰어 드릴까고 물었다
어머니는 더 의기양양해 지셨다
검은 옷에는 검은 실을 꿰야지 무슨 실을 꿰긴 무슨 실을 꿰냐고.

호통도 치셨다.
저기 언제 철이 득꼬
혀를 차셨다.

손님과 나는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짓는다.
검은 실에 꿰어 어머니 손으로 넘어가는 바늘이
빤히 어머니 얼굴을 쳐다 보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의 걸작이 탄생했다
세계 바느질사에 신기원을 이룩하셨다
바늘 허리에 실을 꿰어 쓴다느니 하는 속담에 이어
단추 둘레로 실을 꿴다는 속담이 생기겠다.

밀어 넣어도 밀어 넣어도
단추 구멍에 들어가지 않는 단추를
옷 채 내게 던지셨다
우리는 모두 와르르 웃으며
단추를 떼어낸다.

단추단추 둘레로 실을 꿰매셨다. ⓒ 전희식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