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현장, 얼어붙은 농심
추곡수매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 농민이 설 자리는?
▲ 올해 첫 추곡수매올해 첫 추곡수매가 열린 충남 계룡시의 엄사농협창고. 등급을 메기고 있는 농산물 품질관리원 검사원과 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농민의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 김동이
22일 오전 충남 계룡시의 엄사농협 창고. 농민들이 한 해 동안 땀 흘려 거두어들인 벼를 매입하는 추곡수매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자식처럼 정성껏 보살펴 온 벼를 수매하는 농민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올 처음으로 추곡수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지만 요란 법석했던 예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한숨소리만 더 커져갑니다.
▲ 등급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벼가마아직 등급검사를 받지않은 벼가마가 가지런히 쌓여 있습니다. 올해 추곡수매가는 지난해와 같은 가격으로 동결되었습니다. ⓒ 김동이
추곡수매가도 내리고 예전의 정겨운 모습도 찾아볼 수 없어
‘추곡수매’ 하면 떠오르는 정겨운 모습들이 있습니다.
추곡수매가 이루어지는 날이 되면 추곡수매 현장은 먼저 수매를 끝낸 어르신들이 한 데 모여 막걸리와 돼지고기, 김치를 깔아놓고 술판이 한판 벌어지곤 했었는데 이런 모습 또한 요즘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수매를 끝마치면 곧장 각자 뿔뿔이 흩어져 수매한 돈으로 기분 좋게 정을 나누던 예전의 정겨웠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또한, 지금은 트럭이나 경운기 등을 이용해 나락짝(‘벼가마’의 충청도 사투리)을 옮기고 있지만 예전에는 리어카나 마차를 이용해서 옮기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추곡수매현장에는 항상 쇠똥이 깔려 있었고, 그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 공공비축창고로 들어가기 전등급검사를 마친 벼가마들. 앞으로 정부가 수매가를 인하한다고 밝혀 농민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농심을 녹여줄 정부의 따뜻한 정책을 기대합니다. ⓒ 김동이
특히, 더 많은 돈을 만져보기 위해 수매량을 늘리기도 했는데요. 예전에는 만약 자신에게 30가마의 수매량이 배당되었다면 수매량을 더 늘리기 위해서 배당된 양을 채우지 못하는 이웃집에 찾아가 배당량을 더 받아와서 더 많이 수매하려고 안간힘을 썼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배당된 수량도 채우지 못하고 수매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농민들에게 물어보니 이유인 즉 수익량이 적어서 그런게 아니라 요즘 하도 소비자들이 무농약, 유기농산물을 선호하다보니까 벼농사 또한 무농약으로 지어서 정부에서 실시하는 추곡수매로 매입되기에는 아깝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이로 인해 추곡수매 이외에 판로만 확보된다면 추곡수매를 하지 않고 그 판로를 통해 조금이라도 비싼 가격에 수매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게 대부분 농민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추곡수매가 내리는 것은 농민도, 국민도 죽이는 꼴
▲ 시장이 농심을 헤아리려나?최홍묵 계룡시장이 추곡수매가 열린 엄사농협창고를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과연 애타는 농심을 알고 있을까요? ⓒ 김동이
농민도 살고 국민도 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농심을 자극하는 정책은 삼가야 할 것이며, 점차 줄어들고 있는 농촌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추곡수매가는 인상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올 처음으로 시작된 추곡수매! 날씨만큼 꽁꽁 얼어붙은 농심을 녹여주기 위한 정부의 따뜻한 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과연 우리 농민들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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