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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요리학 개론

등록|2007.11.23 10:12 수정|2007.11.23 20:43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이 쓴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책도 있지만
하다못해 된장국 한 그릇 끓이는데도
예의는 필요하다
적당히 국물 잡아 된장 풀고
국물멸치 몇 마리 집어넣고 한참 끓이다가  
다진 마늘 한 숟가락 파 한 뿌리 송송
갖은 양념하고 나서 다시 한소끔
자글자글 끓인 후 맨나중에 가서
근대를 슬쩍 집어넣으면 다 되는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근대를 집어넣는데도 나름대로 요령이 있다 
뿌리 쪽부터 살짝 집어넣어야 한다
잎사귀 쪽부터 먼저 집어넣으면 흐물흐물해져
근대 특유의 아삭아삭한 맛이 사라지게 된다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하찮은 채소조차도 그렇게 토라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요리를 가리켜
손맛이라고 말하지만
손에서 무슨 조미료가 우러나 맛을 내겠는가
요리란 음식 재료를 순서대로 다루는 것
요리사란 그런 순서를 잘 아는 사람을 말하며
예의란 순서를 가리키는 다른 말이다
사람 사이에서도 순서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인간에 대한 예의는 저절로 지켜지지 않겠는가
왜 사람에게서 맛깔스런 국물이 우러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근대-명아주과의 여러해살이풀. 근대국은 위와 장이 나쁜 사람들에게 식이요법용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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