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투입 중 다리에서 떨어진 손일병 "잠 다 깼습니다"
[병영일기] 한겨울 최전방 철책선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갑자기 분대장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와 같이 걸어가고 있던 소대장에게 보고한다.
"소대장님! 큰일났습니다."
"왜? 무슨 일이야?"
"손 일병이 다리에서 떨어졌습니다."
"뭐야? 어쩌다가?"
"모르겠습니다. 초소 투입하는데 '쿵'소리가 나서 보니까 손 일병이 다리 밑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빨리 가보자."
다리에서 떨어진 손 일병, 다친데 없이 멀쩡
소대를 이끌고 맨 앞에 가던 소대장과 나는 병사 한명이 다리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부리나케 다리 쪽으로 뛰어갔다. 다리에 도착해 아래를 바라보니 병사 하나가 얼음 위에 누워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야! 손 일병, 괜찮나? 어디 다친데 없어?"
"끙~ 끙~"
"야 임마! 어디 다친데 없냐고?"
"없습니다. 그런데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뭐야? 빨리 안 인나? 깜짝 놀랐잖아 임마! 너 골로 간줄 알았잖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일으켜주면 안되겠습니까?"
"으이구! 야, 빨리 내려가서 일으켜 세워줘."
손 일병은 동료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서는 옷에 뭍은 눈을 툭툭 털고 나서는 한마디 한다.
"소대장님! 잠 다 깼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자식이! 너 정말 괜찮은 거지? 근무 투입하는데 문제없겠어?"
"괜찮습니다."
내가 장교로 임관해서 첫 근무지로 갔던 강원도 철원의 최전방 철책부대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다. 첫눈이 내리는 것을 보니 문득 대치하고 있는 적을 감시하는 것보다 추위와의 싸움이 더 힘들었던 최전방 부대에서의 생활이 떠올랐다.
최전방에서 군대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위의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전방의 추위를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임관 후 배치 받은 첫 부대에서의 겨울나기
이 에피소드는 내가 처음으로 군에 입문했던 지난 97년 겨울의 이야기다. '하필이면 첫 근무지가 최전방 철책부대라니 나도 참 운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부대생활을 하고 있던 시기에 부대장의 지시로 부대 참모들은 각 초소에 투입해 동숙근무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시의 구체적인 내용은 "작전, 정보장교를 제외한 대대 전 참모들은 각 초소에서 동숙근무를 하며 순찰활동, 초소근무를 같이 하며 소대의 애로점을 파악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대대참모였던 나 또한 한 소대에 투입되어 동숙근무를 했다. 주간에는 소대장과 철책을 돌며 순찰활동을 했고, 저녁에는 소대장과 함께 전원투입하는 소대원들을 인솔하여 각 초소에 배치시켰다.
최전방에서의 야간 일과는 저녁을 먹고 전반야(前半夜) 전원투입, 마치고 나며 초소로 돌아와 중반야(中半夜) 전원투입 전까지 취침을 하고 중반야 근무가 끝나면 후반야(後半夜) 전원투입시까지 또 취침, 후반야 근무가 끝나야 그때서야 비로소 편안하게 취침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근무자는 빼고 말이다. 이렇게 일과가 진행되다 보니 병사들에게는 '꿀맛 같은 잠'이란 상상할 수 없다.
잘만하면 깨워서 전원투입하고 생활이 이렇다보니 중∙후반야 근무투입시에는 아예 눈을 감고 초소로 이동하는 병사들도 있었다. 위의 사건은 이처럼 잠을 못자는 철책생활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사건은 새벽 4시경 후반야 전원투입할 때 일어났다.
이 사건이 발생했던 97년 최전방에서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보통 영하 10도에서 15도의 기온에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보통 영하 20도에서 25도까지 내려가는 한파가 몰려왔던 시기이다. 기온이 이렇다보니 물이 제대로 흐를 수가 없고 모두가 얼어붙었으며 꽁꽁 얼어붙은 얼음의 두께도 상당했다.
시간이 되자 전원투입을 위해 근무자가 기상을 외치며 병사들을 깨웠다. 병사들은 자동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로봇에 프로그램을 입력시킨 것처럼 근무복을 하나하나씩 주워 입기 시작했다.
내복 위에 전투복을 입고, 또 그 위에 '깔깔이'를 껴입고, 그 위에 야전상의, 또 그 위에 방한복, 머리에는 '헌병'이라고 적혀있는 털모자를 쓰고, 얼굴에는 안면마스크, 손에는 가죽장갑, 그 위에 방한장갑, 발도 예외없이 양말 두켤레에 전투화, 또 그 위에 방한화를 착용하여 추위가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차려입고 근무에 투입할 준비를 한다. 이렇게 입다보니 추위에는 강하지만 행동하는데 많은 제한이 따랐다.
잠 덜 깬 상태에서 풀린 끈 밟고 다리 밑으로 떨어져... 박장대소
투입준비를 모두 마치자 초소 앞에 모여 소대구호를 힘차게 외치고 투입이 시작됐다. 초소까지는 500여 미터. 초소로 가는 길에는 한탄강에서 삐져나온 작은 냇가가 흘렀는데 낮은 기온으로 인해 이 냇가도 모두 얼어버린 상태였다. 다리의 높이는 1미터 남짓 되었다.
바로 사건은 이 냇가를 지나가다가 벌어진 것이었다. 나중에 다리에서 떨어졌던 손 일병에게 어떻게 떨어졌는지 연유를 묻다가 소대장과 한참을 웃었다.
"어떡하다가 다리에서 떨어졌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방한화 끈을 묶었는데 그 끈이 제대로 묶이지 않아서 투입하다가 제가 제 끈을 밟고 넘어져서 떨어졌습니다."
"앞으로는 조심해라."
병사가 나가자 그 병사에게는 미안하지만 소대장과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 사건이 일어난 후 소대장은 투입 전에 병사들의 복장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지금도 영하의 추위와 싸우고 있을 최전방 철책에 근무하는 병사 여러분! 우리는 항상 여러분들의 노고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추운겨울이지만 후방에서 여러분을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파이팅 하세요! 대한민국 국군장병 여러분! 힘 내세요.
"소대장님! 큰일났습니다."
"왜? 무슨 일이야?"
"손 일병이 다리에서 떨어졌습니다."
"뭐야? 어쩌다가?"
"모르겠습니다. 초소 투입하는데 '쿵'소리가 나서 보니까 손 일병이 다리 밑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빨리 가보자."
▲ 최전방 경계근무최전방 철책에서 근무중인 병사들의 모습.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전방에서의 군생활은 무엇보다 추위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 국방부
"야! 손 일병, 괜찮나? 어디 다친데 없어?"
"끙~ 끙~"
"야 임마! 어디 다친데 없냐고?"
"없습니다. 그런데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뭐야? 빨리 안 인나? 깜짝 놀랐잖아 임마! 너 골로 간줄 알았잖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일으켜주면 안되겠습니까?"
"으이구! 야, 빨리 내려가서 일으켜 세워줘."
손 일병은 동료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서는 옷에 뭍은 눈을 툭툭 털고 나서는 한마디 한다.
"소대장님! 잠 다 깼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자식이! 너 정말 괜찮은 거지? 근무 투입하는데 문제없겠어?"
"괜찮습니다."
내가 장교로 임관해서 첫 근무지로 갔던 강원도 철원의 최전방 철책부대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다. 첫눈이 내리는 것을 보니 문득 대치하고 있는 적을 감시하는 것보다 추위와의 싸움이 더 힘들었던 최전방 부대에서의 생활이 떠올랐다.
최전방에서 군대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위의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전방의 추위를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임관 후 배치 받은 첫 부대에서의 겨울나기
이 에피소드는 내가 처음으로 군에 입문했던 지난 97년 겨울의 이야기다. '하필이면 첫 근무지가 최전방 철책부대라니 나도 참 운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부대생활을 하고 있던 시기에 부대장의 지시로 부대 참모들은 각 초소에 투입해 동숙근무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시의 구체적인 내용은 "작전, 정보장교를 제외한 대대 전 참모들은 각 초소에서 동숙근무를 하며 순찰활동, 초소근무를 같이 하며 소대의 애로점을 파악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대대참모였던 나 또한 한 소대에 투입되어 동숙근무를 했다. 주간에는 소대장과 철책을 돌며 순찰활동을 했고, 저녁에는 소대장과 함께 전원투입하는 소대원들을 인솔하여 각 초소에 배치시켰다.
최전방에서의 야간 일과는 저녁을 먹고 전반야(前半夜) 전원투입, 마치고 나며 초소로 돌아와 중반야(中半夜) 전원투입 전까지 취침을 하고 중반야 근무가 끝나면 후반야(後半夜) 전원투입시까지 또 취침, 후반야 근무가 끝나야 그때서야 비로소 편안하게 취침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근무자는 빼고 말이다. 이렇게 일과가 진행되다 보니 병사들에게는 '꿀맛 같은 잠'이란 상상할 수 없다.
잘만하면 깨워서 전원투입하고 생활이 이렇다보니 중∙후반야 근무투입시에는 아예 눈을 감고 초소로 이동하는 병사들도 있었다. 위의 사건은 이처럼 잠을 못자는 철책생활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사건은 새벽 4시경 후반야 전원투입할 때 일어났다.
이 사건이 발생했던 97년 최전방에서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보통 영하 10도에서 15도의 기온에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보통 영하 20도에서 25도까지 내려가는 한파가 몰려왔던 시기이다. 기온이 이렇다보니 물이 제대로 흐를 수가 없고 모두가 얼어붙었으며 꽁꽁 얼어붙은 얼음의 두께도 상당했다.
시간이 되자 전원투입을 위해 근무자가 기상을 외치며 병사들을 깨웠다. 병사들은 자동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로봇에 프로그램을 입력시킨 것처럼 근무복을 하나하나씩 주워 입기 시작했다.
내복 위에 전투복을 입고, 또 그 위에 '깔깔이'를 껴입고, 그 위에 야전상의, 또 그 위에 방한복, 머리에는 '헌병'이라고 적혀있는 털모자를 쓰고, 얼굴에는 안면마스크, 손에는 가죽장갑, 그 위에 방한장갑, 발도 예외없이 양말 두켤레에 전투화, 또 그 위에 방한화를 착용하여 추위가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차려입고 근무에 투입할 준비를 한다. 이렇게 입다보니 추위에는 강하지만 행동하는데 많은 제한이 따랐다.
잠 덜 깬 상태에서 풀린 끈 밟고 다리 밑으로 떨어져... 박장대소
투입준비를 모두 마치자 초소 앞에 모여 소대구호를 힘차게 외치고 투입이 시작됐다. 초소까지는 500여 미터. 초소로 가는 길에는 한탄강에서 삐져나온 작은 냇가가 흘렀는데 낮은 기온으로 인해 이 냇가도 모두 얼어버린 상태였다. 다리의 높이는 1미터 남짓 되었다.
바로 사건은 이 냇가를 지나가다가 벌어진 것이었다. 나중에 다리에서 떨어졌던 손 일병에게 어떻게 떨어졌는지 연유를 묻다가 소대장과 한참을 웃었다.
"어떡하다가 다리에서 떨어졌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방한화 끈을 묶었는데 그 끈이 제대로 묶이지 않아서 투입하다가 제가 제 끈을 밟고 넘어져서 떨어졌습니다."
"앞으로는 조심해라."
병사가 나가자 그 병사에게는 미안하지만 소대장과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 사건이 일어난 후 소대장은 투입 전에 병사들의 복장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지금도 영하의 추위와 싸우고 있을 최전방 철책에 근무하는 병사 여러분! 우리는 항상 여러분들의 노고에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추운겨울이지만 후방에서 여러분을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파이팅 하세요! 대한민국 국군장병 여러분!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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