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일상적 삶 위협받는 국민들, 이게 민주주의인가"

[현장] '대통령 선거와 역동적 복지국가정책' 토론회 열려

등록|2007.11.23 21:59 수정|2007.11.25 13:52

▲ 23일 오후 서울대 보건대학원 1층 강당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와 역동적 복지국가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국민들은 일자리, 교육, 주거, 건강, 노후 등 5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체제가 계속되는 게 민주주의인가? 우리가 이런 사회를 위해서 80년대 독재에 대항해서 싸웠던가?"

정승일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한국 경제체제에 대해 매서운 비판을 날렸다. 정 교수는 그 대안으로 "일류가 달성한 최고 수준의 북유럽식 복지국가를 꿈꿔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보수 진영의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다. 한국이 스웨덴의 발전모델을 따를 수 있는가? 모델을 따른다 해도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복지는 성장에 발목을 잡는 게 아닌가?

이에 대해 '복지국가 소사이어티'가 주최해 23일 오후 3시 서울대 보건대학원 1층 강당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와 역동적 복지국가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반론도 이어졌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일상적 삶을 보장해야"

▲ 정승일 국민대 교수는 "진정한 민주주의란 인간의 일상적 삶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시장이 보장 못하면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며 복지국가를 재차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먼저 주제 발표에 나선 정 교수는 복지국가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국가는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라면서 "독일에서는 50, 60년대 보수정당인 기민당이 복지국가를 만드는 등 좌파세력과 온건한 보수세력이 같이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내세우면서 기존에 우리나라에서 논쟁을 일으킨 이른바 '제3의 길'을 비판했다. 그는 "영국의 복지국가는 중소기업, 산업 지원 등을 하지 않고 단지 저소득층에게 돈을 줘 유효수요 창출만 생각한다"며 "정태적, 소비적이라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북유럽 사민주의 복지국가는 정태적 복지가 아니라 연대기금 정책, 직업 훈련, 지역혁신 클러스터 등 성장에 도움이 되는 역동적 복지체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이주민 문제 때문에 민족주의적 보수정당이 집권을 하고 있지만, 복지체제를 허물고 있다는 얘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재원 조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 교수는 "조세구조를 그대로 두더라도 복지지출은 5배이상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엔 조세감면제도나 예외조항이 너무 많다"며 "이를 바로잡으면 매년 20조원의 조세 수입 늘어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30%인데, 이는 선진국의 절반"이라며 "이를 올리면 안정적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를 퍼주기식 낭비가 아니라 중소기업을 돕고, 우수한 인력 공급을 높이는 쪽으로 사용한다면 경제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프랑스 대혁명 등을 통해 인류가 지난 200년 동안 획득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존엄, 연대, 정의"라면서 "진정한 민주주의란 인간의 일상적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시장이 보장 못하면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며 복지국가를 재차 강조했다.

"복지국가는 형평성 뿐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도 있다"

▲ 얀 에들링 스웨덴 기술혁신청 박사가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소개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이날 토론회에는 얀 에들링 스웨덴 기술혁신청 박사가 참여해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소개했다.

에들링 박사는 "복지국가에는 형평성, 공평성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미식 최저임금제를 비판하면서 스웨덴의 '연대연금제'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에들링 박사는 "영미식 낮은 최저임금제는 저소득층 소수만 구제하고, 생산성 향상에 어떤 효과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대임금제는 최저임금수준을 높임으로써 이를 감당할 수 없는 회사는 떠나게 하고, 감당할 수 있는 기업들은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려 노력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직업 교육을 통해 더 좋은 보수를 받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이를 통해 적극적인 노동시장 유연화가 이뤄져 노사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밝혔다.

에들링 박사의 발표가 끝나고 스웨덴 복지국가체제에 대한 반론이 이어졌다.

정 교수는 "연대임금 정책에 찬성한다"면서도 "이 경우 발생되는 실업자와 관련해 스웨덴과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기업이 투자를 안 해서 일자리가 없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정책, 재벌의 투명성을 제대로 가져가면서도,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 역시 "스웨덴과 한국의 상황은 다른 점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스웨덴과 달리 노조가 굉장히 약하다"고 말했다. "우리도 북유럽처럼 노조가 실업보험을 운영하고 노조원만 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 노조가입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게 되지 않는다면 노조를 보완하는 강한 시민단체가 노사정 모델에 참여하는 아일랜드 모델이 우리 현실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극우파가 집권하면 희망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복지정책과 관련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반론이 오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보수세력의 집권은 안 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정 교수는 "현 정부는 유권자의 일상적 삶에는 관심이 없고, 경제지표만 얘기한다"며 "이런 식의 정부는 물러나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무능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정책실장인 지낸 이 교수는 "정 교수의 일망타진 식 비판은 너무 나갔다"고 지적했다. "복지예산이 경제예산을 넘어선 것은 그래도 10년간의 민주개혁정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스웨덴에서는 보수세력이 집권하면 파업이 많아져 오래가지 못 한다"며 "극우파가 집권하면 희망이 없다"고 밝혔다. "60년 동안 극우파가 집권하면서 성장이 우선이라고 국민을 세뇌시켰다"며 "이를 바꿔내야 한다"고 밝혔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