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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온천에서 삶은 달걀은 뭔가 다르다?

호치민시티 근처에 있는 온천장, 빈 챠우 호꼭 리조트

등록|2007.11.28 09:17 수정|2007.11.28 09:17
베트남에서도 이제는 한국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이름난 관광명소, 골프장 혹은 카지노에 가면 항상 한국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온천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을 호찌민시티에 가까이 위치한 온천장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운영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익을 내려고 열심히 홍보를 하지 않는다. 시내에 있는 여행사에 들러도 온천장 팸플릿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연히 베트남 여행사를 통해 호치민시티 근처에 온천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으나 도로가 좋지 않아 버스로 2시간 30분 정도 걸려야 갈 수 있는 곳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여행사에서 제공한 버스에 올랐다. 외국인이라고는 우리 부부뿐이다. 버스는 2시간 이상을 달린 후 승객을 바닷가에 내려놓았다. 2시간 가량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며 여행사에서 제공한 점심을 먹는 시간이다. 호치민시티에서 마시던 공기와는 비교되지 않는 신선한 바다 냄새가 풍기는 바닷바람을 마음껏 마시며 심호흡을 한다. 호치민시티를 벗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 깨끗하게 꽃으로 정돈된 온천 입구 ⓒ 이강진


점심을 베트남 젊은 부부와 함께하였다. 우리에게 한국 사람이냐고 묻더니 부인이 유창한 한국말로 말을 걸어온다. 호치민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지금은 한국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발음도 정확하고 표현도 한국사람 못지않다.

버스에서 바로 우리 앞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우리가 한국말로 한 이야기를 다 알아들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난다. 우리가 한 말 중에 베트남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한 것은 없는지 잠시 생각해 본다. 항상 남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하고 살 수는 없을까? 그러면 항상 떳떳한 삶을 살 수 있을 터인데….    

온천장은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생각보다 꽤 큰 규모의 온천장이다. 입구에 설치된 큰 조형물이 우리를 맞이한다. 들어가는 입구도 베트남 특유의 아름다운 꽃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숙박시설도 웬만한 호텔에 뒤지지 않는다.

온천장의 규모는 큰 편이다. 넓은 대지위에 테니스장, 낚시터 그리고 악어 사육장까지 갖추고 있다. 먼저 악어 사육장을 찾았다. 울타리에 100여 마리의 악어가 살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이 들어서자 악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관광객이 긴 장대에 생선을 묶어 아래로 내리면 악어들이 잽싸게 낚아챈다.  

▲ 온천에서는 악어도 사육하고 있다. ⓒ 이강진


또 다른 곳에는 사람들이 달걀을 삶아 먹고 있다. 안내판을 보니 달걀을 온천물에 15분 정도 담가놓으면 삶아진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보통 물에 삶으면 흰자위가 먼저 익고 노른자위가 나중에 익는데 이곳 온천물에 익히면 노른자위가 먼저 익은 후 흰자위가 익는다고 한다. 과연 삶은 달걀을 까보니 흰자위 부분은 반 정도 밖에 익지 않았으나 안의 노른자위는 완전히 익어 있었다.

▲ 온천에 단체로 놀러와 즐기는 베트남 사람들. ⓒ 이강진



달걀 두 개를 삶아 먹고 발만 담그며 족욕하는 곳을 찾았다. 주로 베트남 사람들이 가족끼리 혹은 단체로 놀러와 즐기는 장소이다. 이곳저곳에 발을 담글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에는 가족 혹은 친구끼리 모여 발을 담그고 앉아 담소 중이다. 잔디밭에는 단체로 온 사람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놀고 있다. 

▲ 온천물에 달걀을 삶고 있는 사람들; 15분 후면 겉과 속이 다른 달걀이 삶아진다. ⓒ 이강진


또 다른 곳에서는 진흙으로 마사지한다. 온천장에서 제공한 진흙을 온몸에 바른 후 말렸다가 온천물에 씻어낸다. 진흙이 아주 검은 색깔이다. 진흙을 온몸에 바르고 난 후의 나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니 정말 가관이다.

온천장에서 어느 곳보다도 좋았던 곳은 수영장이 아닌가 한다. 37도의 따뜻한 온천물로 가득 채워진 수영장이다. 저녁을 먹은 후 별빛을 받으며 수영장을 찾았다. 한 부부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우리도 온천물에 몸을 담가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담그며 서투른 몸놀림으로 수영한다. 오랜 시간 수영을 즐긴 후 가슴까지만 물에 담그고 수영장 가장자리에 앉아 베트남 시골의 밤하늘을 쳐다본다. 별빛이 요란하다. 밤의 시원한 바람에 정신은 맑으나 뜨거운 온천물에 담긴 몸은 훈훈하다.

‘가슴은 훈훈하고 머리는 차가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학창시절 즐겨 인용하던 구절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경쟁하는 세상살이에 발버둥 치느라 많이 차가워진 나의 가슴이 부끄러워진다.   


▲ 너무 뜨거워 오래 수영하기에는 힘든 온천 수영장 ⓒ 이강진

덧붙이는 글 11월에 한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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