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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리 것이 최고여"

제9회 도봉문화 예술제에서 우리 것에 흠뻑 젖어보다

등록|2007.11.25 16:00 수정|2007.11.25 16:00
11월 넷째 주 금요일(23일) 저녁 6시부터 도봉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우리 춤, 우리가락’이란 타이틀로 제9회 도봉문화 예술제가 열렸다.

오전엔 각 반별로 예행연습이 있었다. 입장과 퇴장 그리고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는 것까지 마치고 해산, 오후 4시 30분에 다시 집합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먹구름으로 가득하던 하늘이 오늘만 참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저버린 채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매년 이맘 때면 도봉문화원 전통국악교실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우리가락과 춤 솜씨를 무대에서 선보이는 발표회가 있다. 뭔가를 열심히 배우고 나면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고 싶고 평가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무대경험이 없어 한편으론 긴장이 되면서도.

▲ 원색의 화려한 의상과 오색구슬로 장식한 화관을 쓰고 열연을 하고 있다. ⓒ 김정애


그간의 배운 것을 총결산하는 오늘,  짧지 않은 연습기간 그리고 철저한 리허설과 작품에 맞는 무대의상도 꼼꼼히 챙기는 등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잠시 후 식이 거행되고 내외 귀빈들의 소개에 이어 마침내 무대의 막이 올랐다. 원색의 화려한 의상과 머리엔 오색구슬로 장식한 화관을 쓴 한 춤 초급반의 화관무를 시작으로 순서에 따라 한 팀 한 팀 무대에 올라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밝고 경쾌한 경기민요에 비해 억양의 폭이 넓고 깊어 삶의 애환이 녹아든 듯한 구성지면서도 멋스러운 느낌을 주는 남도민요는 듯는 이의 가슴까지 후련하게 해 준다.

▲ 삶의 애환이 녹아든 듯 구성지면서도 멋스런 남도민요 ⓒ 김정애


시간이 흐를수록 연륜이 쌓인 연구반 수강생들의 수준 높은 공연이 펼쳐질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휘파람 소리로 장내가 떠들썩했다. '춘풍명월'이란 제목의 춤, 남장을 한 수강생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위풍당당하다.

▲ '춘풍명월'이란 제목의 춤 남장을 한 모습이 늠름해 보인다. ⓒ 김정애

조명빛에 더욱 눈이 부신 의상과 곱게 빗어 넘긴 쪽머리, 나비가 날 듯 사뿐거리는 춤사위 에 따라 겹겹이 껴입은 치맛단 사이로  살짝살짝 드러나는 외씨 같은 하얀 버선발이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떤 이는 그 모습을 섹시하다고까지 표현했다.

▲ 겹겹이 껴입은 치맛단 사이로 살짝살짝 드러나는 외씨 같은 하얀 버선발이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 김정애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의 무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아름다움의 극치, 마치 천상의 무희들이 내려 와 무대에서 노니는 것 같았다.

▲ 마치 천상의 무희들이 내려 와 무대에서 노니는 것 같다. ⓒ 김정애


장내의 열기는 한껏 달아오르고 객석에선 “얼쑤” “절쑤” “잘 한다”라며 흥에 겨워 손장단을 치며 따라 부르기도 하고 공연이 끝나 무대에서 내려올 때면 아쉬움에 할 수도 없는 재청을 하기도 한다.

어느새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9시가 다 된 시각 마지막으로 소고춤이 소개되고 중간에 길이가 대략 15m나 된다는 12발상모가 등장해 긴 끈을 자유자재로 움직여가며 앉고 눕기도 하면서 객석을 향해 박수를 치라는 시늉의 재치까지 보인다.

▲ 15m된다는 12발상모, 긴 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묘기를 보인다. ⓒ 김정애


어린이들도 뒤질세라 학교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배운 연주실력을 뽐내고 있다. 난타와 비슷한 연주 둥둥거리는 북소리와 어우러진 장구소리, 소나기가 퍼붓듯 온몸으로 열연을 하는 모습에 손바닥에 땀이 고인다. 고막이 터질 것 같더니 어느새 잦아드는 소리가 심장 뛰는 소리와 흡사했다.
2시간 남짓한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모처럼 우리 춤과 가락에 흠뻑 젖어 본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국인이면서도 우리 것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아 잘 몰랐던 것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쉴 새없이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객석에 외국인이 있었다면 “Wonderful~!   Wonderful~!"하며 극찬을 했을 것이다. 공연을 보면서 나도 뭔가 새로운 우리 것에 도전해 보고픈 강한 충동을 느꼈다. “역시 우리 것이 최고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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