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홍대앞이 썰렁하겠어, 내년 3월까지는...
[현장] 겨울추위 녹인 2007 마지막 프리마켓
<오마이뉴스> 주최 '제2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곽진성 시민기자는 홍익대 국제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말]
▲ 24일 , 서울 홍익대 앞 놀이터에서는 올해 마지막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이하 프리마켓)이 열렸다. ⓒ 곽진성
겨울 추위가 풀린 24일 토요일, 서울 홍익대 앞 놀이터에서는 올해 마지막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이하 프리마켓)이 열렸다. 매주 토요일 홍대에 활기를 불어넣던 '작가들의 공간' 프리마켓이 24일을 끝으로 긴 겨울잠에 들어가는 것이다. 내년 3월1일까지 프리마켓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은 작가, 손님 모두에게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전날까지 쌀쌀했던 날씨는 마지막 프리마켓을 반기듯 맑은 햇살 속에 따뜻했다. 24일 오후 1시, 프리마켓에는 70명이 넘는 작가들이 자신들의 땀방울이 깃든 창작물을 전시하고 있었다. 각 작가들이 만들어낸 창작물은 손님들의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독특한 창작물로 인기를 끌었던 네 명의 작가가 있었다. 아기자기한 악세서리를 만드는 고금옥(24), 재활용 작품을 만드는 신주욱(28), 돼지 악세서리를 다루는 최영숙(28), 오카리나 악기를 파는 유종현(29)씨가 바로 그들이다. 작품만큼 개성적인 그들의 모습에 손님들은 관심집중, 시선 고정이었다.
▲ 4인 4색의 작가, 2007 마지막 프리마켓에 대해서 말하다 ⓒ 곽진성
작가로서 손님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은 기분좋은 일, 그렇기에 이들 작가들에게 프리마켓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곳임에 틀림없다. 신주욱씨가 말한다.
"저는 개인 작품전을 준비하면서 틈틈이 이곳에서 재활용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판다는 것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고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 같아요. 그것이 프리마켓의 특별한 매력이겠죠?"
프리마켓의 작가 70명 모두는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 판매까지 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말그대로 전천후 예술가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전문 예술가의 길과 겸업의 길로 나뉘어 가고 있었다. 유명 작가가 아닌 경우에야 제대로 벌이가 안 되는 것이 예술가의 길이기 때문이다. 전업이든 선택하든, 겸업이든 예술가의 길은 고독하고 외롭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혹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프리마켓 작가의 길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물었다. 프리마켓 예술가의 길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대답은 뜻밖이었다.
▲ 2007 마지막 프리마켓 현장, 여유 시간이 생기자 독서를 하고 있는 프리마켓 작가 ⓒ 곽진성
"후회는 없어요. 후회가 있다면 회사에 취직했겠죠. 만든 작품을 옮길 때 워낙 무거우니깐 혼자 들고 오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들어요. 그런 점 빼고는 다 할 만하죠. 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최영숙씨의 말이다. 1년 전부터 프리마켓에서 작품을 판매했다던 그는 비오는 날을 빼고는 매주 프리마켓에 참여했다고 했다. 2002년에 처음 시작된 프리마켓은 이렇게 젊은 작가들의 땀과 열정을 먹으며 자라났다. 그렇기에 작가들에게 프리마켓은 특별했다. 그래서 2007년 마지막 프리마켓이 못내 아쉽지는 않을까? 고금옥씨가 답한다.
"아쉽긴요, 너무 추워서 얼른 끝났으면 하고 생각했는 걸요.(웃음) 저는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려운 점은 많지만 보람돼요.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내년이 기다려지는 걸요. 비록 올해는 너무 추웠지만요."
▲ 아기자기한 악세서리 작품으로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고금옥(24)씨, ⓒ 곽진성
북적거리는 프리마켓 한쪽에서 오카리나 음악소리가 들린다. 유종현씨 연주가 배경음악처럼 프리마켓 구석구석에 흘러들어갔다. 그는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악기에 대해 정성스레 설명해주고 연주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호기심을 가졌던 사람들은 곧 흥미를 잃어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버린다. 그렇게 헛탕친 것이 수차례였다. 벌이는 시원찮아 보인다. 하지만 오카리나를 부르는 유씨는 밝은 표정이다.
"물론 아쉽고 슬플 때가 있어요. 정성을 다한 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노력한 만큼 악기 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정말 아쉬워요. 하지만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니 괜찮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잖아요."
▲ 2007 마지막 프리마켓 현장에서 작업중인 작가 ⓒ 곽진성
이렇듯 4인의 프리마켓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 가운데 프리마켓에 대한 뜨거운 애정은 같아 보였다. 꿈이 있는 작가들과 함께 하는 프리마켓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올해 프리마켓은 비록 끝났지만 그것이 끝은 아닌 이유다. 왜냐하면 봄날의 곰을 기다리듯, 좀 더 좋은 작품을 준비하는 젊은 작가들의 달콤한 겨울잠일 뿐이니깐.
프리마켓을 사랑하는 그들, "마지막 프리마켓! 보러왔어요"
프리마켓은 자체 사무국에 등록된 '작품 제작부터 판매까지 혼자 다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전시장이다. 개성 있는 지갑, 신발, 액세서리는 물론이고 기발한 스타킹, 의류 등 온갖 작품을 다 파는 프리마켓, 자기만의 개성을 지니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인기를 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 홍익대 근처 미술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한송희, 양선형, 김소영 (19)양 ⓒ 곽진성
홍익대 근처 미술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한송희(19), 양선형(19), 김소영(19)양은 프리마켓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익산에서 입시 준비하러 서울로 올라왔어요. 하지만 마지막 프리마켓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미술 공부를 잠시 내려놓고 구경왔어요. 원래 구경하려고만 했는데 작품들이 너무 예뻐서 엄마가 밥값 하라고 준돈을 써버렸네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안 살 수가 없었어요."
▲ 2007 마지막 프리마켓 현장, 다정한 한때 ⓒ 곽진성
가족 단위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자녀들과 이곳 프리마켓을 찾은 박선영(39)씨는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왔는데 너무 신기하고 재밌는 물건이 많아서 좋네요. 아이들도 좋아하고요. 내년에는 좀 더 자주 와야겠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이라는 특별한 이유 때문일까? 서울지역은 물론 평택, 일산 등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문성희, 진유진, 차유정, 김연주, 공요나(모두 14살. 평택 거주)양들도 바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마지막 프리마켓을 구경하기 위해서 평택에서 왔는데 너무 예쁜 게 많아서 좋았어요. 다만 마지막 날이라는 게 너무 아쉬워요."
▲ 많은 사람들로 발디딜틈 없었던 2007 마지막 프리마켓 현장 ⓒ 곽진성
24일 프리마켓을 마지막으로 내년 3월1일까지 프리마켓은 겨울잠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그 기간 동안 프리마켓은 무슨 일을 할까? 프리마켓 전반적 운영을 담당하는 일상예술창작센터 신문자 운영팀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한다.
"그동안 프리마켓이 잘 진행되었는지 정리를 하는 기간이에요. 작가들과도 대화를 많이 하고, 좀 더 나은 방향을 찾아야 하지요. 그렇기에 프리마켓은 잠시 문을 닫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부터 시작되어 어느덧 5주기를 맞은 프리마켓, 24일 열린 2007년 마지막 프리마켓은 성황리에 끝났다. 그리고 내년 3월1일까지 겨울잠에 들어간다. 프리마켓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짧은 이별이지만, 너무 슬퍼마시길,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과 꿈이 만들어가는 프리마켓은 더욱 더 멋진 작품들로 다시 홍대 앞에 나타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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