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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아빠의 컬러 모빌 만들기 도전

좋은 아빠 되기 힘드네!!!

등록|2007.11.26 10:40 수정|2007.11.26 11:48
요번 토요일과 일요일에 펠트지로 모빌을 만들어 주기로 지난 수요일 아내와 약속을 덜컥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때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더니 막상 토요일이 되니 귀찮더라구요. 하지만 아내의 은근한 강요에 '그래 만들어보자' 하고 아내가 예전에 배운다고 준비가 철저히 되어있는 펠트지 및 여러 도구를 꺼내 놓았습니다.

쉬운 출발

▲ 도안의 그림을 기름종이에 따라 그리기 ⓒ 김종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먼저 컬러 모빌을 만들기 위해 집에 아내가 사놓은 책을 훑어보았습니다.

'음, 만들 수 있겠군'하는 마음에 도안집을 꺼내 의기양양하게 펼쳤습니다.

우선 도안집에 있는 도안에 기름 종이를 대고 그대로 선을 따라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때야 룰루랄라 즐겁게 옛날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는 여유를 부렸습니다.

그야말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는 격이였죠.

▲ 도형에 맞게 오린 기름종이를 펠트지에 대고 오리고 ⓒ 김종신

그리고는 기름종이에 베낀 그림의 선을 따라 가위로 오려서 펠트지 위에 올려놓고 스테플러로 흔들리지 않게 찍어놓습니다. 켈트지를 두 장 겹쳐서 말입니다. 그리고 역시 가위로 룰루랄라 오립니다.

겹친 두 장의 켈트지의 선이 일치해야 바느질을 할 때 예쁜 모양이 나오니 대충이 아니라 정성스럽게 해야겠죠.

스테플러 자국은 펠트지에 남지 않으니 사정없이 박음질해도 괜찮다고 책에 쓰여 있어 믿고 했죠. 발등에 도끼질 당하지 않더군요.

▲ 오려서 모아 놓고 한판 ⓒ 김종신


드디어 위의 그림처럼 다섯개의 도안이 준비가 되었습니다. 해와 달과 별과 구름과 우주선….

인내와의 싸움, 그 가시밭과 같은 바느질

▲ 바느질 하기 ⓒ 김종신


그러나 문제는 바느질이었습니다. 버튼홀 스티치. 아웃라인 스티치, 홈질, 감침질, 프렌치 너트 스티치. 이 다섯 가지 종류의 바느질을 사용했습니다.

제가 바느질한 기억이 없으니 다 생소한 바느질 기법이라 책을 열심히 참조하며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울여 바느질을 했습니다. 한 땀에 땀 한 방울 흘려가면서요.

근데 이거 장난이 아니더군요. 10시간이 넘게 바느질을 하는데 나중에 오른손 검지 윗부분에 통증까지 밀려왔습니다. 게다가 중간 중간 80일 되어가는 아이 안고 달래고 하다 보니 파김치가 되어가더군요.

인내의 고통 뒤에 성취감이 웃고 있으니...

하지만 대충하지 않고 이왕 하는 거 잘 만들어서 '아이에게 좋은 아빠 노릇 한 번 해보고, 아내에게 큰 소리 한 번 쳐보자' 하는 심정으로 정말 정성을 다한 결과 드디어….

▲ 완성된 모습 ⓒ 김종신


완성했습니다. 지난 이틀간의 그 피나는 인내와 땀의 결실이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 그 기쁨 대단하더군요. 그보다 큰 것은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사진 뒤에 한글 자음도 2주 전에 재미삼아 만들어 붙여 놓은 거구요.)

책을 뒤져보니 만들어 주고 싶은 게 너무 많더군요. 처음에 익숙치 않던 바느질도 막판에 익숙해져 자신감도 붙었구요. 또 뛰는 활동보다는 차분히 앉아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제게도 잘 맞는 것 같구요.

주말 아기 아빠 여러분들도 한 번 도전해 보시는 게 어떻까요? 돈주고 살 수도 있지만 그것과 만들어 주는 것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엉성하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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