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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단순하고 웅장한 건축물, 피라미드

[이집트 여행기 ⑨] 카이로 피라미드

등록|2007.11.27 10:24 수정|2007.11.27 10:24

▲ 카이로 기자 피라미드. ⓒ 김동희


Welcome to Alaska!(알라스카에 온 것을 환영해요!)

이곳은 이집트. 지금은 가장 뜨거울 8월. 거리는 바짝바짝 말라가고 모래 먼지는 가득한 이곳에서 듣는 인사치고는 참 무어라 할 말을 잊게 한다.

“고마워요. 여기 너무 추워요” 라고 대꾸하면서 온몸을 녹이려는 듯 손으로 팔을 비비는 포즈를 취해주며 한껏 추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단순하면서도 웃긴 이 인사 한마디에 더위가 조금은 가시는 것 같기도 하다.

재미있는 인사 한마디를 뒤로하고 세상에서 그렇게 유명하다는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타이틀로 책이며 TV며 어디에서나 보아왔던 피라미드.

그래서 그런지 피라미드를 직접 본다는 것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냥 항상 보던 사진과 같겠지라는 생각과 그래도 이곳 이집트까지 왔는데 눈으로 보고는 가야지 라는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출발했다. 그런 피라미드를 보고 난 감탄할 수 있을까?

기자 광장(피라미드가 있는 지역) 앞의 대로에서 피라미드를 외치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외국인들을 위해서인지 버스 차장은 계속해서 피라미드를 외치며 손으로 삼각형을 만들어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복잡한 도로를 지나고 있을 때, 저 멀리 피라미드가 보이기 시작한다. 차에서 내렸지만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데 여기저기 삐끼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다가와서 자기가 데려다 주겠다며 말을 건다.

한 명을 따라가니 이상한 곳으로 들어가면서 낙타를 타라고 난리다. 낙타를 타고 멀리 돌아가면 50 이집트 파운드나 하는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그 돈만 낙타를 타는 비용으로 지불하면 된다며 날 꼬드긴다. 하지만 난 낙타를 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여기까지 와서 우리나라 만원 정도 되는 돈을 아끼려고 몰래 멀리 돌아서 가고 싶지도 않았다. 이건 피라미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녀석 너무나 끈질겼다. 아무리 고개를 내 저어도 소용이 없어서 내 머리를 쥐어뜯으며 크게 소리를 한번 질렀더니 주춤하더니 더 이상 쫓아오지 않는다. 아마 상대 못 할 정신 이상자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내가 해놓고도 참 쑥스러웠다. 거리에 있던 몇몇 이집트인들도 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딘 가로 숨어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그 효과만큼은 빨리 나타났으니 얼른 모퉁이를 돌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면 된다.

그러고 보면 이집트의 삐끼들과 관광객에게 박시시(이집트어로 '팁'. 이집트는 이슬람국가로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팁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생각외로 순진하다.

처음 이집트에 올 때 이런 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긴장했는데 적당히 들어주고 아니면 확실하게 아니라고 표현해주면 그들은 그렇게 끈질기게 따라붙지 않았다.

모퉁이를 돌고 나니 피라미드가 눈 앞에 나타났다. 뿌연 사막에 서 있는 저 어마어마한 피라미드, 생긴 것이 저렇게 반듯하게 생기지만 않았어도 사막에 자리 잡은 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 지었을 때야 이곳이 그저 사막이었겠지만 지금은 수많은 집으로 둘러 쌓여져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동네에서 매일 보는 저 꼬마 녀석들은 저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수많은 학자들이 모든 매체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장황하게 그리고 과학적으로 풀어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이곳에는 3개의 피라미드가 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카프라왕의 피라미드, 그리고 세 피라미드 중 가장 작은 멘카우라왕의 피라미드. 뾰족하게 하늘을 찌를 듯한 피라미드의 형상은 태양의 신인 ‘레’에 대한 경배를 뜻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스핑크스도 위엄 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옛날 왕들은 얼마나 큰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이런 묘를 지었을까?

듣던 대로 피라미드는 대단했다. 먼저 그 크기에 한번 놀라고, 그것을 기원전 2500년 전, 그러니까 지금부터 4500여년 전에 지었다는 것에 놀랐다. 몇 백년이 지난 것도 놀라운데 4500여년 전이라니! 그리고 그 긴 기간을 이기고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다는 것도 대단하다.

나 같은 일반인이 그 안에 어떤 과학적인 사실들이 숨겨져 있고 어떤 것을 뜻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단순하면서도 어마어마한 건축물 앞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세계의 불가사의한 일로 뽑힐 만하다.

돌아오는 길 역시나 미친 듯이 운전하는 이집트 사람들과 구걸하는 사람들, 박시시를 요구하는 사람들, 쓰레기장 같은 곳에서 장사하고 있는 이곳 사람들을 보니 다시 한번 의구심이 든다. 도대체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피라미드를 지은 그 천재적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피라미드를 지은 사람들이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선조들이 맞는가? 누구 말대로 진짜 외계인이 한 일은 아닐까?

한밤중, 창문을 통해 본 건물들에 촘촘히 위성 안테나가 걸려있다. 하늘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이 접시를 통해 혹시 이집트 인들은 밤마다 외계인과의 접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혹시 선조들에게 무엇인가를 알려달라고 아우성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지금 TV 시청보다 그들의 똑똑한 선조와의 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덧붙이는 글 지난 8월에 다녀온 이집트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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