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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적막을 굽다

등록|2007.11.26 13:38 수정|2007.11.26 14:06

▲ 비암사 경내. ⓒ 안병기

늦가을

비암사에 찾아갔더니
꽃 한 송이 피어나지 않아
배추흰나비마저 날아오지 않는
고구마밭처럼
산기슭 절집이
휑하니 비어 있었다
그러나 저 아래 골짜기로부터
바람이 숨을 헉헉거리며 올라오고  
뒤이어
극락보전 추녀 끝 풍경 소리가
절 마당을 엉금엉금
기어가는 적막 한 줄기를
가만히 끌어당기자
올망졸망한 적막의 덩이들이
줄줄이 딸려 올라왔다

맛깔스러워라
적막 굽는 냄새가 요란하게 풍겨오는
산사의 저녁
덧붙이는 글 *비암사- 충청남도 연기군에 있는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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