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식 추진력, 'BBK 고비' 넘어야 청와대로
[이명박 출사표] '국민성공 시대,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 외쳐
12월 19일로 예정된 17대 대선은 유례없는 다자구도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26일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3%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의 판세는 1강(이명박) 2중(이회창-정동영) 2약(문국현-권영길) 구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에 여론조사를 처음 도입한 '비례대표 4선'의 김종인 의원(민주당)은 "(후보 등록한) 지금 사실상 똑같이 출발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1위 주자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의혹 등 아직도 '외생변수'가 산재해 있다. |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일류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매니페스토 UCC를 지켜본 후 공약 실천의 의미로 새끼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 남소연
'국민성공'은 한나라당이 정부여당을 공격할 때 내세우는 '잃어버린 10년'과 짝을 이루는 구호이다. 그 '잃어버린 10년'은 'IMF 10년'과 정확히 일치한다. 즉, '나라경제는 강해졌지만 국민의 삶은 고달파진' IMF 이후 10년의 현실을 파고든 것이다.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은 '국민성공'을 뒷받침하는 구호이다. 이 후보는 곧잘 "저, 이명박은 일을 해 보았고, 기업과 기업인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말을 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을 잘하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말 속에는 '말은 잘하지만 일은 잘 못하는 노무현 정부'라는 가시가 박혀있다. 이 후보는 25일 후보등록후 출사표에서도 "일 잘하는 경제대통령이 되어 2008년 신(新) 발전체제를 활짝 열겠다"고 강조했다.
장점은 강한 추진력, 단점은 절제되지 않은 어법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일류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대학생 홍보대사들로부터 매니페스토 체감온도계를 전달받고 있다. ⓒ 남소연
그가 추구하는 차기 정부의 지향점도 '작고 실용적인 정부'이다. '작은 정부론'은 보수 우파의 전통적인 정치경제 철학인데 이 후보는 여기에 '실용주의'라는 외피를 입혔다. 그는 이미 정부조직을 '대(大)부처, 대(大)국체제'로 개편하겠다고 했다. 이 구상에 따르면 정부조직에 대한 대대적 수술과 공기업 혁신이 불가피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대표공약이자 국토 개조 구상의 골간인 한반도 대운하는 더 큰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대한민국 747(매년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 세계 7대 강국) ▲국제과학비즈니스 도시 ▲신혼부부 주택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장기임대주택 연12만호 공급 ▲0~5세 무상교육 ▲비핵·개방·3000 ▲자립형 사립고, 마이스터교, 기숙형 공립고 확충, 대입 3단계 자율화 등이 주요공약이다.
이 후보의 참모들이 말하는 이 후보의 장점도 '강한 추진력'이다. 나경원 선대위 대변인도 '소탈한 성격과 강한 추진력'을 이 후보의 장점으로 꼽았다. 단점 역시 "매 순간에 충실하다보니 다음 일정 시간을 못 맞추는 경우가 있다(나경원)"는 것이다.
또 다른 참모는 '절제되지 않은 어법과 좋지않은 발음'을 단점으로 꼽았다. 이 참모는 심지어 "이 후보는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목소리가 최악인 경우다"고 말했다.
이 참모는 또 "이를테면 누가 와서 '그런 말 왜 하셨어요'라고 말하면 이 후보가 70~80%는 '왜, 그게 뭐 말을 잘못했는데'라고 말하고, 한 20~30%는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닌데' 하면서 약간 멋쩍어 한다"고 말했다.
이 참모는 이어 "예를 들어 갑자기 당사를 방문했을 때도 디지털팀의 여성 당직자 하나가 임신 상태였는데 대뜸 '몇 개월인데?'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면서 "본인으로선 아주 친근하게 말하는 것인데 밖에서 보면 아무한테나 반말한다고 볼 수도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독선적인 성격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대 고비는 BBK 의혹 수사... '부자 몸 사리기' 비판도
그럼에도 이 참모는 "후보가 선거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위험요소가 뭐라고 보냐"는 질문에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곧바로 "네거티브와 발언 논란"이라고 즉답했다.
그래서인지 이 후보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기자들의 민감한 질문에는 "예의가 없다"느니 "여기가 뭐하는 곳이죠?"라는 식의 동문서답으로 화제를 돌려막는 때가 많아졌다. TV토론도 기피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부자 몸 사리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후보가 직면한 최대의 고비는 김경준-BBK 의혹 사건 수사결과다. 어떤 형태로건 관련성이 밝혀지면 이 후보는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지만,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거나 애매모호하게 밝혀질 경우에는 이 후보의 ‘독주’체제가 굳혀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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