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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북과 교전이 있었다구요? 살 떨리는 걸

[병영일기] DMZ 동반 매복작전시 생긴 에피소드

등록|2007.11.26 14:21 수정|2007.11.26 14:21
“이곳이 바로 북한군과 교전이 벌어졌던 곳입니다. 저기 저쪽을 보면 둥그런 표시가 있죠? 그곳이 바로 적과 교전해 적을 사살한 곳입니다.”
“그래? 가뜩이나 추운데 더 살 떨리는 걸.”
“이곳에서 매복할 때는 조그만 부시럭 소리라도 나면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됩니다.”
“항상 긴장하고 있지. 더군다나 교전이 벌어졌던 곳이라며.”


최전방 DMZ 수색, 매복작전에 들어갈 때면 항상 긴장하고 기도하고 투입하지만 이날 만큼은 대원들의 모습이 다른 때보다 사뭇 진지한 모습이었다.

DMZ(비무장지대) 내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목숨을 담보로 한 활동이지만 이날 투입되는 지점은 바로 북한군과 교전이 벌어졌던 곳이었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나 또한 동반 수색, 매복작전의 명령을 부여받고 연대 수색중대로 향하는 동안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왜 이렇게 추울 때, 그것도 하필이면 전에 교전이 벌어졌던 지점에 대한 작전에 투입되는 거지? 운도 지지리도 없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어느덧 나를 태운 지프가 수색중대에 도착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날 추운데 많이 좀 껴입고 오셨습니까?”
“뭐, 내복하고 깔깔이 정도죠”
“밤 새시려면 추우실텐데요. 저희가 방한복 준비해놨으니까 입고 들어가세요. 그리고 핫팩(흔들면 열이나는 일회용 손난로라고 표현하면 맞을까?)도 드릴 테니까 목하고 신발 안에 넣으세요. 그렇게 해도 아마 쫌 추우실겁니다.”
“그렇게 입고 어떻게 움직입니까? 둔해져서”
“그래도 입어야 합니다. 안에 들어가면 여기보다 더 춥습니다. 벌판이라 바람도 많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가 넘을 겁니다. 두툼히 입고 들어가세요.”


한겨울도 아닌 12월 초겨울의 길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전방의 기온은 정말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과 함께 후방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온도가 떨어져 있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저녁식사를 마친 대원들이 완전무장에 방탄복까지 착용하고 하나둘씩 연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투입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나 또한 부대에서 제공해 준 방한복과 핫팩 등 추위에 견뎌낼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방탄복까지 지급받아 대원들 틈에 섞여 투입할 준비를 했다.

“오늘 기도할 병사가 누구지?”
“예, 상병 ○○○!”


조국과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대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내용의 기도가 끝나자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복장이며, 총기, 수류탄, 방독면, 실탄 등에 대한 점검을 마치고 마침내 힘찬 투입구호와 함께 통문(DMZ 출입문)을 향해 이동했다.

최전방의 모습최전방 철책의 모습. 철책 아래로 보이는 개활지가 바로 DMZ(비무장지대)로 수색부대 장병들이 수색작전과 매복작전을 벌이는 곳이다. 이곳은 겨울이 되면 다른 어떤 곳보다도 추운 곳으로 추위와의 싸움이 무엇보다도 극복해야 할 제1의 과제이다. ⓒ 국방화보

통문 앞에서 다시 인원을 확인하고 난 뒤 소대장의 지휘 아래 정찰로를 통해 매복지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소대장의 수신호에 따라 한참을 이동해 마침내 매복지점에 도착했다.

움푹 파여진 매복지에 도착하자마자 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 들어가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했다. 나 또한 소대장의 지시에 따라 소총을 거치하고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자 대원들은 전방을 주시하며 매복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가지고 들어간 온도계를 보니 눈금이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체감온도는 불어오는 바람때문인지 영하 20도 정도로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전방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곳이 다른 지역이었으면 모르겠지만 몇 년전 교전이 있었던 곳이었기에 대원들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소리가 나는 곳을 주시하고 있던 바로 그때! 고라니로 보이는 동물 두 마리가 갑자기 풀숲에서 뛰어나오는 게 아닌가. 순간 대원들은 모두가 움찔했고 즉각 반사적으로 다시 고라니가 뛰어나온 곳으로 총구를 돌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다행히 그곳에서는 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렇게 살 떨렸던 순간은 지나갔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새벽 5시쯤 되었을까? 대원들은 소대장의 지시에 따라 서서히 철수 준비를 했다. 준비를 마치고 저려오는 다리를 주무르며 매복지 밖으로 나와 서서히 이동했다. 철수는 투입했던 그 길을 따라 그대로 이동했다.

한참을 이동하다보니 저 멀리 통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통문이 보이자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마치 승리자가 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무사히 통문을 통과해 미리 준비하고 있던 트럭에 올라타고 부대로 복귀했다. 부대 앞에는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다른 수색대원들이 마중 나와 무사귀환을 축하하는 듯 군가를 부르며 박수를 쳐주었다.

대원들의 응원을 받으니 가슴이 울컥했다. ‘전우애’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 그렇게 무사히 복귀해서 먹은 아침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 본 동반 매복작전. 비전투병과(정훈병과)로서 이런 귀중한 경험을 하기는 무척이나 어렵지만 무사히 작전을 마치고 나니 평생의 잊지 못할 추억을 갖게 해준 당시 연대장님께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순간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임무완수에 매진하고 있는 수색부대 장병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하며 다른 어떤 곳보다 추운 곳에서 군 생활하는 만큼 전역하는 그날까지 건강하길 빕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97년 12월 DMZ 동반 매복작전에 동참했던 경험기를 글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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