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한나라당사에 장미가 흩뿌려진 이유

[기자회견] 언론단체 "BBK의혹 보도 탄압하는 MB·한나라당, 구시대적 폭거"

등록|2007.11.26 16:57 수정|2007.12.03 17:32

▲ 대선미디어연대·전국언론노동조합은 26일 오후 한나라당사 앞에서 '한나라당 언론탄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BBK 물타기 한나라당 각성하라", "언론재갈 물리는 한나라당 해체하라", "MBC 민영화 협박 웬 말이냐" 등이 쓰인 팻말도 치켜들었다. ⓒ 안윤학

대선미디어연대·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 관계자 20여명이 여의도 한나라당사를 향해 힘차게 장미꽃을 던졌다. '구애'를 위한 몸짓은 아니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언론 탄압에 나선 한나라당에 '선거문화를 짓밟지 마라'는 당부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26일 오후 한나라당사 앞에서 '한나라당 언론탄압 중단촉구 기자회견'이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들었다. 아울러 "BBK 물타기 한나라당 각성하라", "언론재갈 물리는 한나라당 해체하라", "MBC 민영화 협박 웬 말이냐" 등이 쓰인 팻말을 높이 들었다.

한나라당과 MBC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나라당사에 던져진 장미꽃의 의미 "선거문화 지키세요"

사건의 발단은 지난 2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BBK사건 관련자인 에리카 김(김경준씨의 누이)과 진행한 30여분 동안의 인터뷰.

이에 심재철·김학원·진수희 등 한나라당 의원 13명은 이튿날 MBC 본사를 항의 방문해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문효선 대선미디어연대 집행위원장 ⓒ 안윤학

사건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MBC 쪽의 박성제 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 지난 23일 한나라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에 대해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리카 김과의 인터뷰가 방송된 뒤 다음날 아침에는 한나라당 쪽과의 인터뷰가 같은 분량(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 방송을 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MBC에 몰려와 협박을 해왔다. 1시간가량 보도본부장실에 앉아 '보도국장 나와라', '정치 에디터 나와라'며 항의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심재철 의원은 MBC 선배 기자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위원장은 "일부 기자들은 심 의원을 선배로 여기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효선 대선미디어연대 집행위원장은 "오늘 날씨만큼이나 우울한 이야기"라며 "유권자를 위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려는 언론에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압력을 가하는 것은 구시대적 폭거"라고 단언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도 "언론에 재갈을 물렸던 정치인 치고 성공한 사례가 없다. 역사가 그를 권좌에서 끌어냈다"면서 "설령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집권 5년간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침울한 대선, 거짓 해명만 일삼는 MB에 책임"

대선미디어연대(집행위원장 권미혁)와 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기자회견에서 "제1야당의 현직 의원들이 언론사를 직접 방문해 자기 당의 후보에 불리한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를 저질렀다"고 한탄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최소한의 언론 자유, 방송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있는지 의심치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외압은 언론에 대한 기본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들의 치부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철저히 숨기기만을 바란다.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조중동>식 언론만이 남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 대선연대 등은 "대통령 후보는 아무리 사소한 의혹이라도 철저히 검증받아야 한다"면서 "이 후보가 진정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면 BBK, 위장전입·취업, 탈세 등 수많은 의혹을 검증받고, 그간 자행한 언론 탄압에 대해서도 즉각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대선미디어연대·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 관계자 20여명이 여의도 한나라당사를 향해 힘차게 장미꽃을 던졌다. ⓒ 안윤학


아울러 이들 단체는 "지금까지 대선 분위기가 이렇게 침울한 적은 없었다"고 운을 뗀 뒤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온갖 의혹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국민에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지 못한, 나아가 언론의 검증 보도마저 막아서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국민 앞에서 당당하게 'BBK 사건을 법대로 처리하라'고 큰소리치고, 한나라당은 사실을 파헤치려는 언론에 외압을 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을 넘어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대선연대 등은 언론을 향해서도 "무수한 비리 의혹을 속 시원히 밝혀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판단의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