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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성과급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주장] 김신일 교육부 장관에게 묻는다

등록|2007.11.27 17:22 수정|2007.11.27 21:06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다. 성과급으로 또 교단이 분열되고 있다. 김신일 교육부 장관에게 묻는다. 교사 성과급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현장 교사들은 성과급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떨고 있다. 성과급은 보너스가 아니다. 성과급은 정부가 교사들 임금 외에 따로 마련한 상여금이 아니다. 정부가 성과급이라고 내미는 돈은 교사들 임금이다. 교사들 임금 일부를 떼어내어 조성한 돈이다.

결과적으로 A등급 받은 교사가 C등급 받은 교사 임금을 강탈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부서가 교사들 임금 가지고 이렇게 장난을 쳐도 좋은가? 아무리 중앙인사위원회가 교사에게도 성과급이 필요하다고 을러댄다손 동료 교사의 임금을 탐내면서 교육을 하라고 어찌 말할 수 있는 것이냐는 말이다.

교사의 임금을 떼어내어 성과급이라고?

성과는 결과다. 교육의 결과가 1년 만에 나타난다고 믿는 그 용감무쌍한 발상은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교육의 성과는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싹을 틔운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업 한두 시간 많이 했다고, 행정 업무 조금 더 처리했다고 교육 성과의 공을 더 부여한다는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건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돈 몇 푼에 찢기고 발기는 교육 현장을 교육부 관료들은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역시 돈이면 다 된다고 흐뭇하게 교사들을 비웃고나 있지 않을까…. 이러지들 말자. 다른 기관이나 부서가 비이성적인 정책으로 교사를 몰아세우더라도 교육부는 교사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보루가 되어야 한다. 교육부의 존재 의미는 교육의 근간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사들 임금 교사들 동의도 없이 빼가는 오만방자한 국가 기관 앞에 교사들 자존심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교육부는 진정 청맹과니인가?

그 성과급 한동안은 호봉(교육 경력)으로 나누어 가졌다. 선생들 성과 재보려고 하니 딱히 잴 게 없었기 때문이다. 호봉 많은 사람이 A등급, 적으면 C등급. 지난 몇 년 뭐하는 짓인지도 모르고 교육을 한다는 사람들이 아이들 앞에 두고 다들 이런 개그를 해댔다. 그러다 교육부가 마련한 평가 척도라는 것이 담임 여부, 보직(부장) 곤란도, 수업 시수 정도, 교문 지도 여부, 중식 지도 여부, 상담 실적 따위다.

이 업무들 조금 더 했다 하자. 그러면 ‘교육 성과’ 더 낸 것인가? 교사들 이들 업무 다 돌아가며 한다. 중식 지도하는 교사가 성과급 더 받겠다고 식당을 서성거리겠는가? 하던 교사도 그만둔다. 교사 교무 수첩에만 기록되어야 할 학생 상담, 학부모 상담 내용을 모두 드러내 실적으로 만들어 성과급을 탐낼 교사가 진정 있을 것이라 믿는가?

담임 맡은 교사는 담임 수당을 받는다. 부장 교사도 부장 수당 받는다. 시간 외 근무를 하면 시간 외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업무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고 싶으면 별도 재정을 확보하여 이들 수당을 올려주면 된다. 수업 많이 하는 교사를 더 배려하고 싶다면 표준수업시수를 법제화하고 표준수업시수를 넘는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 그 시간만큼 수당을 지급하면 될 일이다. 동료 교사 임금으로 배려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교사 성과급은 '교사 분열수당'

김신일 교육부 장관에게 다시 묻는다. 교사 성과급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교육부는 교사 성과급 제도로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겠다고 했다. 성과급 시행해 보니 교사들 사기가 진작되었는가? 교사들 성과급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에 핏대를 세운다. 선생들이 좌판에 널린 생선 꼴 됐다고 분노하고 있다. 성과급은 ‘교사 분열수당’이 되어 버렸다.

A등급 받아 마음 편한 교사가 있을지 생각해 보라. A등급 받는 일이 동료 임금 빼앗는 행위와 다름없는데 마음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성과급이 처음 지급되었던 지난 2001년도에 교육부도 교직의 특성상 정확한 업무 평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그 다음해부터는 수당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그 약속 지켜지지 않아 여기까지 왔다.

제도의 목적이 상실됐으면 그 제도를 없애면 된다. 없애고 원래대로 되돌리면 된다. 그렇게 하면 교사들 사기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교육부 장관에게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교사들 자존심을 짓밟고 교단을 황폐하게 만드는 성과급을 폐지한 장관으로 남으시길 바란다. 교사들이 존경할 수 있는 장관이 되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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