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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안기부 X파일' 의문이 풀렸다"

[인터뷰] MBC 이상호 기자 "내 취재비 공격하더니 X파일 사려한 건 <중앙일보>"

등록|2007.11.27 19:27 수정|2007.11.28 09:18

▲ X파일 사건 이후 귀국한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중앙일보> 기자 등의 도움을 받아 공항 출입문 바로 앞에 주차된 검은색 에쿠스 차량에 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X파일은 <중앙일보>가 삼성의 계열사이며 이건희 체제를 위한 기관임을 웅변하고 있다."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을 처음 밝혀냈던 이상호 MBC 기자는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4차 양심고백 가운데 유독 시선을 끄는 대목이 있다"며 '<중앙일보>의 위장계열 분리'를 지적했다.
'여수 엑스포' 때문에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취재 중인 이 기자는 2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중앙일보>가 사실상 삼성 계열사라는 것은 X파일 기본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 지시대로 삼성그룹 대리인인 이학수 부회장과 <중앙일보> 대표인 홍석현 회장이 만나 삼성그룹 전반사항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이건희 일가·삼성의 필요에 따라 뇌물전달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점검하는 통상적인 논의를 담은 내용이 X파일"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중앙일보>가 2005년 당시 실제로 10억원을 주고 X파일을 구매하려고 시도했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X파일 보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 의문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내 취재사례비 공격하더니, X파일 사려한 것은 <중앙일보>"
 

▲ 이상호 MBC 기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가 지적하는 대표적인 것은 안기부 X파일에 대한 <중앙일보>의 보도태도. 그는 "당시 <중앙일보>가 MBC와 나의 취재·보도과정 전반에 대해 파상적 비난공세를 폈다"며 "정상적인 절차로 제보자 박인회씨에게 지급된 1000달러의 취재사례비를 공격했다"고 전했다.

당시 본인은 1주일 가까이 도움을 준 박인회씨에게 회사에 영수증을 첨부하고 공식적으로 취재사례비를 전달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중앙일보>가 'X파일을 돈 주고 사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당시 검찰의 수사내용도 <중앙일보>의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며 "내가 개인적 공명심으로 이건희 회장의 명예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기 위해 돈을 주고 X파일을 구입했는지 여부가 수사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대로 당시 10억원이나 되는 돈을 주고 X파일을 구입하려고 했던 것은 내가 아니라 <중앙일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X파일 취재 당시 박인회씨는 단 한 차례도 내게 돈을 요구한 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안기부 X파일의 최초 테이프가 공개될 당시 박씨는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녹취록이 입수되기까지 2개월간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자본독재를 고발하고, 오랫동안 지속돼온 삼성과 검찰, 언론과 정치권의 '유착관계'를 깰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을 때야 박씨가 순수하게 응했다는 것이다.

"개인 자료 제출하며 취재·보도 방해했던 게 삼성"

특히 이 기자는 안기부 X파일 취재가 시작되기 전인 2003년 봄 주택마련을 위해 삼성생명으로부터 1억원의 대출을 받은 바 있는데 삼성 측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이 자료까지 MBC 측에 제공해 '대출과 X파일의 연관성' 의혹 쪽으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8월 검찰 출두 직전 회사(MBC)에서 삼성생명의 대출서류를 보여주면서 왜 1억원을 빌렸냐고 물었다"며 "X파일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게 아니냐고 추궁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금융자료에 해당하는 대출 자료까지 내놓으면서 취재와 보도를 방해했던 게 삼성"이라며 "삼성이 개인정보까지 침해하면서 언론사에 자료를 제출하고 보도를 막고 압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삼성의 이 같은 행태를 보면 금융과 산업은 분리해야 한다는 금산법 취지가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다"며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게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용철 변호사는 26일 기자회견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중앙일보>의 위장계열 분리'에 대해 지적하면서 "X파일 사건 때도 박인회씨가 와서 삼성그룹을 협박하기 전에 테이프를 사라고 제의했다"며 "20억원의 돈을 제의했는데 <중앙일보>가 협상을 잘 했는지 10억원에 사기로 했으니 돈을 지원해달라고 왔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변호사는 "복사본도 있을 수 있고 사서는 안 된다고 건의해서 사지 않은 적도 있다"며 "<중앙일보>는 불법적이든 합법적이든 삼성의 자금줄을 대고 지급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김 변호사는 언론사 기자들을 향해 "같은 언론사라 그런지 질문이 안 나와 말하겠다"며 "<중앙일보>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삼성그룹 구조본(현 전략기획실) 재무팀에 와서 비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수해로 지하주차장이 파손됐을 때도 구조본에 와서 수리비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중앙> "김 변호사 양심고백, 무책임한 거짓 폭로"

▲ 중앙일보 사옥 ⓒ 오마이뉴스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27일자 조간을 통해 "김용철씨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일보에 대해 주장한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삼성으로부터의 <중앙일보> 계열 분리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삼성 계열사 소유 주식은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이 본인 자금으로 매입해 계열 분리가 이뤄졌다"며 "이 모든 과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과 승인을 거쳐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지하 주차장 수리 비용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거짓 폭로"라며 "2001년 7월 집중호우로 지하 주차장이 아니라 건물 지하 발송장과 윤전기 일부가 침수됐으며, 당시 건물주인 삼성생명 측에 피해 배상을 요구했으나 삼성생명 측이 이를 거부해 소송까지 제기했고, 결국 천재지변이어서 건물주의 책임이 없을 수 있다는 법률적 판단에 따라 결국 소송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X파일(국정원 불법 도청 테이프)이 불거지기 전 중앙일보가 협상 잘해서 10억원에 사기로 했다"는 것도 <중앙일보>는 "아무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라며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 찬 김씨의 주장으로 임직원의 명예와 자존심은 크게 훼손됐고 이에 따라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인터넷신문 <데일리서프라이즈>를 통해 "이학수와 홍석현, 삼성과 중앙일보가 1997년 대선 당시 무슨 짓을 했는지 녹취록이 아니라 육성을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들려줘야 한다"며 "이들의 음모, 국권 파괴 행위를 이제는 MBC 보도국이 9시 <뉴스데스크>에서 국민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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