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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이명박을 '햇볕론자'로 만들다

[대선 대북정책 검증①] 이명박 대 이회창

등록|2007.11.28 18:13 수정|2007.11.29 09:47
12월 19일 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책과 공약은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정책 가운데 대북정책을 비롯한 통일·외교·안보 정책은 국민들의 관심사에 맨 아래에 있습니다. 분단 이후 최대의 변화에 직면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좀 의아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정책검증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이에 세 차례에 걸쳐, 주요 대선 후보들의 대북정책을 '비판적으로' 검증해보고자 합니다... <기자 주>

▲ 대선출마선언 전인 지난 10월 24일 오후 시청 앞 광장에서 보수단체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사수 국민대회' 에 참석한 이회창 무소속 후보. ⓒ 남소연

이회창씨가 출사표를 던지기 전까지 대북정책 분야의 가장 오른쪽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회창씨가 출마하면서 이명박 후보는 졸지에 '중도'(?)가 되어버렸다.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햇볕론자'라며 색깔론(!)까지 펴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출마의 변을 통해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을 문제삼은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북핵 폐기와 무관하게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한나라당의 평화비전"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실패로 판명난 햇볕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이명박) 후보의 대북관"이다. 그는 이를 두고 "출마를 결심하게 된 근본 이유"라고 했다.

그러자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의 평화비전은 당의 공식적인 정책"이 아니라며, 이회창 후보의 노심(怒心)을 달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떠난 노심(老心)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망한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이회창 후보의 대북 공약이 현재 이명박 후보의 공약보다 훨씬 더 북한에게 양보한 것이었다"며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가장 치열한 공방이 보수진영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단순히 해프닝으로 보기는 어렵다. 두 후보는 현재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다. 만약 대선 결과가 이대로 끝나고, 이회창 후보가 독자 창당을 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면, 한반도 정세와 국내 정치는 극도의 불일치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발목을 잡은 김영삼 정부 때와 흡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과 이회창의 대북정책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오십보 백보'일까, 아니면 보수의 분열을 상징할 만큼 의미있는 차이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은 '그림의 떡'을 보여주면서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라는 것이고, 이회창 후보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네오콘과 일본의 아베정권의 대북강경책을 뺨 칠 정도로 비현실적인 강경책이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7일 오전 서울역광장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이명박 '빵 줄테니 핵무기 버려라'... 안 통할걸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은 '비핵·개방 3000 구상'으로 집약된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문호를 개방할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적인 대북지원에 나서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에 3천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유인책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대결단'을 촉구하겠다"는 것이 이 구상의 핵심이다.

또한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철저하고 유연한 대북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이 후보는 "북한의 핵무장을 절대 불용한다는 우리의 원칙을 지키는데 '철저'하면서, 9.19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을 이끌어내기 위한 접근방법에 있어서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1인당 소득을 10년 이내에 3000달러까지 올리겠다는 구상은 적실성을 갖고 있을까? 이 후보 측은 300만달러 이상 수출기업 100개 육성, 교육분야에서 산업인력 30만명 양성지원, 재정분야에서는 400억달러 상당의 국제협력자금 조성, 新경의고속도로 건설, 식량·의료 등 복지 지원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한 마디로 북한 경제를 완전히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의 허점이 많아 보인다. 우선 '비핵·개방 3000 구상'이 본격 가동되기 위한 조건으로 이명박 후보는 북한의 핵포기를 들고 있다. 이를 뒤집어보면,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지연되면, '비핵·개방 3000 구상'은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는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최대의 과제로 제시하면서도 정작 어떻게 풀겠다는 정책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은 경제적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북핵 해법이 될 수 없다. 북한은 '동시 행동' 차원에서 평화협정 체결,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북미·북일관계 정상화 등 상호위협감소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빵을 줄테니 핵무기를 버려라'는 접근법은 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핵·개방 3000'의 재원 조달 방식도 의문시된다. 이명박 후보는 400억달러 상당의 재정을 세계은행(World Bank) 및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차관, 남북교류협력기금, 해외직접투자 유치 협력, 북일 관계 개선에 따른 일본의 대북지원금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제외하곤, 모두 국제적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국제사회가 '대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비핵·개방 3000 구상은 공염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국제사회를 통한 재정 조달의 현실성은 얼마나 있을까? 북한이 세계은행을 통해 차관을 제공받기 위해서는 세계은행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대단히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있다. 북핵 해결은 기본이고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 선행 가입, 신뢰할만한 통계 작성 및 제출, 군축 등이 바로 그것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기 위해서는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이는 ADB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해외직접투자 유치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이다. 해외직접투자의 유치 주체는 북한 정부이지 남한 정부가 아니다. 100억달러로 추산되는 북일관계 개선에 따른 일본의 배상금 역시 기본적으로 북한과 일본 사이의 문제이다. 이를 이명박 후보가 한국 정부의 재원조달 방식으로 상정하는 것은 '오버한다'는 느낌을 준다.
 

▲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이회창의 '핵무기 없는 한반도'? 해법이 없네

북핵 문제를 DJ-노무현의 대북포용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는 이회창 후보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를 위한 원칙으로 햇볕정책을 폐기하는 대신에 상호주의와 국제공조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상호주의란 "북핵 폐기 및 북한의 긍정적 변화와 남북경협의 전략적 연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정도가 지금까지 나온 북핵 폐기 전략의 전부이다. 이명박 후보는 현실성의 여부를 떠나 '비핵·개방 3000'이라도 내놓았지만, 이회창 후보는 북한의 핵개발로 대한민국이 위태로워졌다며 출사표를 던져놓곤 구체적인 해법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실 이회창 후보가 북핵 폐기의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호주의와 국제공조는 현재에도 이뤄지고 있다. 작년까지 '일방주의'로 일관했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이라는 '상호주의'로 돌아섰다. 이러면서 북핵 문제가 점차적으로 풀리고 있는 것이다. 국제공조는 물론 6자회담을 의미한다.

이회창 후보가 그리는 상호주의는 사실상 북한의 선(先) 핵포기이다. 그런데 이는 상호주의가 아니라 지난 6년간 북핵 문제를 악화시켰던 일방주의이다. 이 후보가 그리고 있는 국제공조 역시 대북 제재 및 압박을 의미하는 듯 하다.

그런데, 그 결과로 돌아온 것은 북한의 양보나 굴복이 아니라 핵실험이었다. 이미 실패한 정책을 다시 부여잡으려는 이 후보의 '희망창'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들이다.

한국이 왕따당할 수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과 미일동맹을 철썩같이 믿고 부시보다 더한 강경책으로 일관했던 일본은 6자회담 구도에서 왕따를 당하고 말았다. 일본인 납치 문제에 외교까지 납치 당하면서 북미관계 등 국제정세의 변화를 포착하지 못한 탓이다. 그리고 구원투수로 등장한 후쿠다 정부는 변화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북정책을 수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대선에서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 대선 후보들은 북한의 선(先) 핵폐기에 매달려 있다. 이러한 낡은 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후보가 당선되면, '일본이 한국의 자리를 대신하고 한국이 왕따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또 한가지. 두 후보는 김정일 위원장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다. '벼랑끝 외교', '군사 모험주의' 등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이 있지만, 김 위원장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초강대국을 상대로 외교적 승리를 거두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김 위원장이 '경제 줄게 핵포기 다오'식의 이명박 후보의 유혹이나 '핵포기 안 하면 알아서 하라'는 식의 이회창 후보의 엄포에 넘어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두 후보가 '선 핵폐기'라는 일방주의적 틀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할 까닭이이도 하다. 물론 그 출발점은 북한을 대화와 타협의 상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대선 후보들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 www.peacekorea.org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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