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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할례, 외면하고 싶은 현실과 마주하다

와리스 디리의 <사막의 꽃>을 읽고

등록|2007.11.29 11:38 수정|2007.11.29 11:39
  읽고 있노라면 숨이 턱! 하고 막히고, 덮고 나면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책이 있다. <사막의 꽃>이다.
  
  그녀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이다

 1년 반 전 책을 처음 읽고 받은 충격과 감동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 이후 다시 책에 쉽사리 손대지 못한 것은 어쩌면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는 아프리카 유목민에서 세계적 슈퍼모델이 된 ‘와리스 디리(Waris Dirie)’라는 여성이다. 책엔 그녀의 삶이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말투로 생생하게 쓰여 있다. 그래서 그녀가 겪었던 일들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그녀는 5살에 일종의 성인식인 아프리카의 전통, 할례를 받아 죽을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았다. 이런 시련을 견디고 그녀는 살아남아 자신의 삶과 희망을 찾아 떠났다. 할례는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이고 정신과 마음에 대한 폭력이었지만 그 상처를 감당하고 많은 일들을 이겨내면서 마침내 세계적 슈퍼모델이 되었다. 이런 모든 이야기들 중에서도 그녀의 가장 용기있고 멋진 이야기는 자신이 할례의 피해자임을 당당히 밝히고 더 많은 여성들을 살리기 위해 유엔 특별인권대사가 된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 먼곳에선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할례는 여성 성기 절제술(FGM: female genital multilation)이라 부르는데 아프리카 내 28개국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1억 3천만여 명의 여성들이 이 수술을 받았을 것이라 추정하며 일년에 적어도 2백만명이 피해자가 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할례가 전통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는 대부분 소녀들이 사춘기를 전후로 시술을 받는다. 이때 여성의 성기를 잘라내거나 꿰메버림으로써 어린 아이들을 '순결한 여성'으로 봉인시키려는 것으로 끔찍한 전통이다. 할례를 얘기하는 부분에서 가슴이 답답하고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와리스 디리가 우리에게 전하는 것
                             

<사막의 꽃><사막의 꽃>표지 찍은 것. ⓒ 신예리

책이 끝나갈 즈음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전세계가 여성에게 안전한 곳이 될 때까지. 그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 날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다”(본문 353쪽)라고.

  그녀의 용기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할례란 끔찍한 일이 행해지고 있다는 걸 모른 채,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많은 여성들이 끔찍한 악습의 피해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

   물론 오랜 세월 전해내려 오던 전통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는 없는 일이지만 와리스 디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런 무서운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함께 바라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희망을 얻었다.

2004년 '올해의 여성 사회 인권상'을 받았었고 유엔 특별인권대사가 된 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런 고통을 영원히 없애려는 FGM 철폐운동을 하고 있다. 유엔 대사가 된그 이후 이야기는 최근 출간된 그녀의 두 번째 책인 <사막의 새벽>에서 만날 수 있다.

 소말리아 어로 ‘사막의 꽃’이라 불리는 ‘와리스’란 이름처럼 그녀는 자신의 삶을 사막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꽃으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가슴 짠한 이야기가 <사막의 꽃>에 담겨있다.

덧붙이는 글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이다희 옮김), 섬앤섬, 2005.7.30,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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