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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결전- 마지막회(7화 마지막회)

쿠데타 - 끝

등록|2007.11.30 10:51 수정|2007.11.30 10:51
“모두 총을 버려!”

검은 양복들의 엄포에 경수는 총을 집어 던지고 손을 들었다. 신혁 역시 총을 버리고 일어섰으나 영희는 여전히 노트북을 보고 서 있었다. 검은 양복 중 하나가 땅에 쓰러진 검은 양복을 일으켜 세웠다. 

“이 망할 년! 너도 일어나!”

검은 양복은 권총 손잡이에 얻어맞은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당장이라도 영희를 쏠 것만 같이 옆에 있는 라이플을 빼앗아 들어서 겨누었다.

“전부 여기서 죽여 버리고 묻어버려!”

경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신혁은 눈을 감았다. 여전히 영희만은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총을 겨눈 사내들 중 누군가의 전화기가 울렸다. 사내는 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확인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통화를 한 후 크게 놀라 소리쳤다.

“형님! 전화입니다.”
“뭐야, 누구야!”

검은 양복은 휴대전화기를 빼앗듯이 움켜쥐자마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 어르신! 예! 당장 바꿔주겠습니다.”

검은 양복은 영희에게 소리쳤다.

“이봐! 전화 받아!”
“지금 김정탄이지?”

“......”
“그 사람도 지금 이걸 봤구나. 그렇지?”

“전화나 받아!”

영희는 천천히 전화를 받아들고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대체 왜 그랬어? 왜?”

수화기 속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넌 내 딸이 아니야.”
“이제 그건 아무래도 좋아! 왜 이런 참혹한 짓을 저질렀어! 왜!”

공개된 영희의 홈페이지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여인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몇몇 사진에는 김정탄이 총을 들고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딴 사진은 합성이라고 하면 그만이야.”
“마음대로 해. 전화 돌려.”

영희는 검은 양복에게 전화를 돌려주었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검은 양복은 총을 거두고 모두 승합차에 올라탔다.

“너희들 운 좋은 줄 알아!”

그로부터 한 시간 후, 김정탄은 관자놀이에 총탄을 맞고 숨진 시체로 대전의 한 호텔에서 발견되었다. 김정탄의 옆에는 유서가 놓여 있었다.

‘...... 그렇습니다. 제 옛 아내를 쏘아죽인 것도 쿠데타를 일으킨 것도 모두 저의 짓이었습니다. 제 형제와도 같았던 후배들은 과거의 약속으로 인해 나를 도왔습니다. 아내와 불륜행각을 벌였던 후배는 내게 반드시 빚을 갚겠다고 했고 이번 쿠데타를 일으킨 후 죽음으로서 빚을 갚았습니다. 저는 군대내 사조직으로 인해 옷을 벗어야했던 후배장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혼자 옷을 벗었고 그로 인해 신망을 얻게 되었습니다......’

약간은 두서없이 쓰인 유서였고 언론은 김정탄의 죽음을 두고 타살이 의심된다는 보도를 내어놓기 시작했다. 더불어 김정탄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이버테러의 주동자로 경수, 신혁, 영희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방송을 한 홈페이지에는 경수와, 신혁, 영희를 죽여도 시원찮다는 김정탄 후보 지지자들의 원성이 넘쳐나 사이트 운영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경수와 신혁, 영희는 돌아오는 차안에서 넷상에 올라온 반응과 뉴스를 보고 들으며 각자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우리는 과거에도 생과 사를 넘나드는 시점에 있었을지도 몰라.’

‘죽음의 순간에 고통스러워하고 때론 날 노렸던 적의 죽음에 안도도 했겠지.’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의 짐이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다시 그런 업이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난 희미하게나마 느끼고 있어.’

세 사람이 탄 차는 어두운 외곽 도로를 빠져나가 화려한 도심의 불빛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분노한 대중과의 더욱 큰 결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그동안 '결전'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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