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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부녀회에 새로운 패러다임 만든다

경남 양산 '청어람아파트' 부녀회 윤경은 회장

등록|2007.11.30 14:17 수정|2007.11.30 14:17

▲ ▲ 윤경은 양산신도시 청어람아파트 부녀회장. ⓒ 최용호


"신세대 아줌마답게 새로운 부녀회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자칫 이기적인 지역단체의 하나로 전락할 수도 있는 아파트부녀회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인물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바로 경남 양산 신도시 청어람아파트의 부녀회장 윤경은(42)씨.

윤씨는 청어람아파트 단지 안에서 발생하는 일에만 욕심을 내는 '고인 물'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역량과 사랑을 양산시 전체로 흘려보내는 '흐르는 물'이 되고자 한다.

사실 대단지 아파트의 부녀회장이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부녀회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아파트관리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아파트의 환경미화와 노인정 어른들 보살펴드리기, 심지어 주민들의 재산을 관리해 주는 일도 한다.

또 알뜰시장과 재활용업체의 수익을 관리하고 일일장과 게시판 광고수익을 투명하게 관리 하며 관리비가 잘 쓰이고 있는가에 대한 감시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아파트단지 부녀회장은 슈퍼우먼이 돼야 한다. 이처럼 윤경은씨는 자기 아파트 일에만 매달려도 벅찰 부녀회장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면서도 양산시 전체로 그 역량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올초 윤씨는 중앙동 주민들이 정성을 모아 진행한 '사랑나눔 쌀 이어달리기'에 참여하여 경제적으로 소외된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동참한 적이 있다. 매월 1명씩 12명의 후원자가 1년 동안 지역의 독거노인 한분을 지정하여 쌀과 부식을 제공하는 이 사업에 모체가 되기 위해 제일 먼저 참여했단다.

▲ 여름방학에는 단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활동도 펼친다. ⓒ 최용호


철마다 봉사활동, 아파트문고 운영, 수영장 관리까지 '슈퍼우먼' 

윤씨의 이웃돕기활동은 절기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색조로 변한다. 2월 대보름에 진행되는 달집태우기 행사에 참여하여 떡국과 커피를 판매한 뒤 그 수익으로 결손가정의 청소년들을 지원하고 있다. 따뜻한 봄에는 아파트 노인정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도 다녀온다. 여름에는 아나바다장터를 운영하여 그 수익금을 모아 양산시청 주관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에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윤경은 회장과 청어람부녀회는 다양한 방법의 행사를 열어 불우이웃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 부녀회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청어람새마을문고. ⓒ 최용호


최근에는 불우한 이웃을 돕는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사업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청어람아파트 관리단지 지하에 '청어람문고'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자녀들이 집에서 보던 400여권의 책으로 시작했다. 이후 주민들에게 기증받은 책으로 운영하다가 시 새마을문고의 지원을 받고 한시적으로나마 연간 400여만원의 지원금을 받게됐고 지금은 40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해 운영하고 있다. 무려 100배의 열매를 맺은 것.

여름에는 아파트단지 내의 수영장을 부녀회에서 관리하여 무려 600만원이 넘는 수영장관리비도 아끼고 있다. 청어람 부녀회의 활약상은 눈이 부실 정도다.

▲ 청어람새마을문고. ⓒ 최용호


윤경은 회장은 "전업주부로 편안한 생활에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부녀회 활동을 통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며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힌다.

양산 신도시 남부동에 거주하는 문향이(45)씨는 "기존 부녀회는 이익과 관련된 집단적인 민원제기나 이기적이고 소란스런 모습으로만 각인돼 있었다"면서 "이처럼 따뜻한 사랑과 봉사정신으로 똘똘 뭉친 부녀회가 속속 생겨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양산신도시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형성되고 있어 갈수록 삭막해져만 가는데, 새롭게 생겨날 부녀회들의 바람직한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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