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라면 안면까지 바꾸는 군의원들
표가 필요할 땐 군민의 심복, 당선된 후엔 군민의 주인
▲ 의정비 인상 저지 집회정선 장터에서 군민들이 의정비 인상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 강기희
그들은 표가 생기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했다. 군민의 심복이 되어 주인을 잘 섬기겠다고도 했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며 온갓 깜냥을 다 떨었다. 그런 수고로움으로 그들은 군의원이 되었다.
군의원에 당선되자 그들의 허리는 깁스를 한 모습으로 변했고, 심복이 되어 주인을 섬기겠다는 말은 정 반대가 되었다. 주인이던 군민은 심복이 되었고, 심복이라며 아양을 떨던 이들은 이제 주인 행세를 한다.
▲ 정선군의회 앞정선군민들이 군의회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 강기희
▲ 1인 시위시민단체 회원들이 정선군청 앞에 걸개 시화를 설치해놓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강기희
2007년 11월, 전국의 지자체는 의정비 인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양심을 되찾은 어느 지역은 스스로 의정비를 동결하거나 인하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은 '욕 먹는 것은 순간이다'라며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웠다.
강원도 정선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선의 군의회 의정비는 4596만원. 인상률은 54.43%나 된다. 전국 평균 의정비 3800만원대를 훌쩍 넘은 금액이며, 재정자립도와 군민들의 소득을 생각하면 엄청난 인상폭이다.
더 큰 문제는 의정비 심의 과정에서의 위법성이다. 심의위원회는 지방자치법 33조와 34조를 무시한 채 의정비를 결정했으며, 정선군청과 정선군의회도 심의위원을 추천하면서 법을 지키지 않았다.
▲ 의정비 재심의하라!차량에도 의정비 결정 반대 구호가 적혀있다 ⓒ 강기희
▲ 삼보일배의정비 재심의를 요구하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강기희
'긴급행동'은 군의회와 군청을 향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심의위원회를 재구성하라고 요구했지만 법을 어긴 사람들의 목은 더욱 뻣뻣해졌다. '긴급행동'은 지난 달 27일 '의정비 인상 저지 군민 행동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긴급행동은 그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 의정비를 무효화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처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재구성 할 것 ▲ 정선군청과 정선군의회, 심의위원회는 위법한 사실을 인정하고 군민에게 사과할 것 ▲ 정선군의회 의원들은 2007년 지급받은 의정비에 대해 그 사용 내역을 낱낱이 공개할 것 ▲ 정선군청은 의정비 4596만원을 산출한 근거인 의정비심의위원회 회의록을 군민에게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날 행사에 참석한 군민들은 삼보일배를 하며 군의회까지 진출했으나 군의회 관계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긴급행동은 그 날 이후 정선군의회 앞에 천막을 치고 밤샘 농성에 들어갔다.
닷새 째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으나 정선군의회는 지금껏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찬 바람이 거리를 휩쓸고 있는 정선군의회 앞에는 비닐로 만들어진 천막이 있으며,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재구성하라는 펼침막과 구호들이 곳곳에 써져있다.
▲ 가면 시위의정비 심의위원회를 재구성하라! -정선군민- ⓒ 강기희
군민의 질타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도 군의회의 움직임은 여전히 여유롭다. 주인처럼 모시겠다는 군민의 요구 또한 간단하게 무시되고 있는 상태에서 천막에서 밤을 보내는 이들은 군의회와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긴급행동 관계자는 "일도 하지 않는 군의회가 이렇듯 군민의 요구를 계속 무시한다면 군의회 건물을 점거해 의정비 인상에 따른 부당함을 전국에 알리겠다"고 했다. 천막 농성 닷새 째인 오늘도 천막은 군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그들의 결의도 점차 높아만 갔다.
군민을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말만이라도 지킨다면 이러한 상황은 쉽게 종결될 수 있으나 지금처럼 군의회가 군민 위에 군림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의정비가 아까운 것이 아니라 돈 값을 못하는 게 문제인 요즘, 대한민국은 의정비 인상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 대책회의의정비 인상 저지 긴급행동 회원들이 비닐로 된 천막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 강기희
▲ 비닐천막비닐로 만든 천막엔 군민이 높은 건물 안엔 군의원들이 있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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