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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찍었던 당원들 반성해라"

[대선후보 팬클럽 5 - 권영길] 대학생 팬클럽 'Young길s' 회원들

등록|2007.12.01 17:41 수정|2007.12.02 11:20
"권영길 후보가 지지율 3%에 머무는 것은 민주노동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잘못이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그들은 과연 누구에게 투표를 했는가. 이회창 후보의 당선만은 안 된다며 김대중, 노무현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 그때부터 권영길을 계속 찍어왔다면 분명히 지금은 두 자리 수 지지율을 기록했을 것이다."

권영길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에 대해 권 후보의 대학생 팬클럽 회원인 'Young길s
(영길스)'의 이경민씨는 이같이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이 당원과 지지자들의 결속을 다지지 못했는데 어떻게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뼈아픈 질책이었다.

▲ 이경민씨는 "지난 대선 때 김대중, 노무현 후보를 찍었던 민주노동당원들은 반성하라"고 질책했다. ⓒ 최육상

"권영길에게 던지는 표는 결코 죽지 않는다"


영길스 회장인 최규화씨는 "권영길에게 던지는 표는 결코 사표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권 후보를 지지하는 분명한 이유를 밝혔다.

"권 후보 지지자들은 항상 사표심리를 자극받아 왔다. 하지만 정치는 도박·투자·투기와는 다르다. 막말로 이명박을 찍으면 그가 국민에게 무엇을 주나, 뭘 도와주나? 투표는 키우고 싶은 나무에 물을 주는 것이지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게 아니다. 진보를 대표하는 권 후보에게 던지는 표는 결코 죽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고 나무를 키우는 생명의 물이 된다."

새내기 대학생인 유낙연씨는 "권영길, 문국현 후보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결국 권 후보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문국현 후보는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면서도 FTA(자유무역협정)는 찬성하는 등 정체성이 모호했다. 권 후보는 신자유주의와 FTA를 분명하게 반대하면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등을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다.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길스는 민주노동당 경선과정에서 권 후보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당의 대선후보로 권영길이 확정되면서 공식 팬클럽으로 자연스레 자리를 잡았다.

지난달 29일 오후 영길스 회원들을 만났다. 회장인 최규화(국문4·26)씨를 비롯해 이경민(영문3·22)·유낙연(국제어문1·21)씨가 인터뷰에 응했고, 이정수(사학4·25)·배혁(영문3·22)씨는 사진촬영에 협조를 했다.

이들을 함께 만난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교정은 총학생회와 각 단대의 선거 마지막 날이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며칠 사이 대학교 총학생회장들의 이명박 지지선언 허위·철회 논란이 불거졌던 터라, 마침맞게 관련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 몇몇 총학생회장들의 이명박 지지선언이 논란이다. 대학생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영길스 최규화 회장은 "권영길이 걸어온 길은 우리나라 진보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 최육상

최규화(이하 규화)
: "대부분 대학교내 탈정치를 주장하며 당선됐던 비운동권 전·현직 총학생회장들이다. 총학생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누구를 지지할 순 있겠지만, 비운동권으로서 정치는 불순한 것이라고 호도했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보수운동권이었음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경민(이하 경민) :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며 운동하는 학생은 나쁜 학생이라고 낙인을 찍던 사람들이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드러낸 것은 정말 가식적인 행동이다. '왜 학생들이 비운동권을 지지하는지 아느냐'고 묻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일상은 모두 정치 아닌가."

유낙연(이하 낙연) : "한 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 대자보에 어떤 후보가 '비운동권'이라고 크게 써 놓은 걸 본 적이 있다. 그 문구 자체가 선거에 큰 힘을 발휘한다고 들었다. 비운동권을 표방하는 그들은 등록금문제 같은 복지의 본질이 아니라 상가 할인이용처럼 학생들 입맛에 맞는 복지만을 앞세운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명박 지지선언? 학생들에 대한 기만이다."

이명박 지지한 총학생회장들, 비운동권 아닌 보수운동권 선언한 것

- 대학생 입장에서 본 '대권 삼수생 권영길'은 어떤가? 부모라면 삼수해서 대학 가려는 자식을 말렸을 법도 한데. 심상정이나 노회찬 후보를 내세울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낙연 : "경선 때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 줄 거라는 기대로 노회찬을 지지했었다. 하지만 당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중학생이던 지난 대선 때는 노무현을 지지하는 데 그쳤지만, 투표권이 생긴 지금은 반드시 권 후보를 찍겠다."

경민 : "경제통이자 믿음직스러운 심상정이 후보가 되길 바랐었지만 삼수생이라도 상관없다. 고등학생이던 지난 대선 때는 그저 이회창은 보수이고 노무현과 권영길은 진보라고 생각했었는데, 당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진보는 민주노동당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규화 : "말투 등 다소 세련되지 못해 보여도 권 후보가 걸어온 길은 우리나라 진보의 역사이다. 차베스(베네수엘라 대통령)는 4번의 도전 끝에 남미의 상징적인 정권을 세우며 진보의 대표로 자리 잡았다. 삼수든 사수든 될 때까지 도전해야 한다."

권영길 후보의 대선 핵심구호는 크게 '비정규직 철폐·한미FTA 반대·반핵평화 실현' 등 3가지다. 거기에 무상 의료·보육·교육과 공공임대주택 확대, 기초노령연금 실시 등 '5대 걱정 없는 나라' 정책 등이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대학과 관련한 교육 공약도 눈에 띈다.

- 이명박 후보는 본고사 부활 등 3불정책 폐지를, 정동영 후보는 입학시험 폐지를, 권 후보는 입시 폐지와 대학평준화를 내세웠다. 기득권을 가진 대학생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 대학 새내기인 유낙연씨는 "중학생이던 지난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지만, 투표권이 생긴 올해는 반드시 권영길을 찍겠다"고 말했다. ⓒ 최육상

경민
: "대학평준화에 찬성한다. (입시 점수가 조금 떨어지는) 다른 대학에 가 본 적이 있었는데, 그 곳 학생들의 창의력은 놀라웠다. 대학은 자유로운 상상을 하며 원하는 것을 공부하는 곳이다.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입시공부는 잘 했을지 몰라도, 대학공부는 차원이 다르다."

낙연 : "방향은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순간에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또한 경쟁이 떨어져 하향평준화가 될 우려도 있다. 입시를 위한 비용 절감 등 의도는 좋지만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든다."

규화 : "(평준화) 반대론자들은 '누가 공부하려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나라 교육제도 하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라고 해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대학평준화는 이미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증명한 바 있다."

- 권 후보를 직접 만나본 적이 있나? 어떤 사람인가?

규화 : "올 3월쯤 학교강연회에 초청했을 때다. 강연시각이 다 되도록 10명 안팎밖에 없어 학생들을 불러 모으는데 권 후보가 되레 내게 그러더라. '1명만 있어도 강연할 수 있다, 박수 받으려고 온 것 아니니까 괜찮다'고. 감동 자체였다."

경민 : "권영길, 정동영, 이명박 후보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이 후보는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한다는 느낌이었고, 정 후보는 앵커 출신답게 칼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권 후보는 옆집 아저씨처럼 순박한 느낌이었다."

권영길 보도, 언론에는 별 기대 안 한다

- 지지율로 보면 정 후보가 15% 전후, 문 후보가 6% 전후인데 비해 권 후보는 3% 전후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범여권의 단일화 대상에 권 후보를 묶으려는 시선이 있다. 반드시 독자 선거해야 한다고 보나? 단일화나 정책연합 등 가능성은 열어둘 수 있지 않나?

규화 : "열린 가능성? 좋다. 민주노동당도 사회당이나 임종인 의원 등을 포함한 '진보대연합'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철폐·한미FTA 반대·반핵평화 실현' 등 놓을 수 없는 기준과 진보가치를 양보하면서까지 하는 단일화 논의는 당의 존립자체를 위협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반보수대연합의 단일화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 인지도가 높은 권 후보이지만 언론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언론에 대한 불만은 없나?

경민 : "장사가 되는 것 위주로 보도하는 언론의 속성 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은 이해한다. 하지만 진보적이라는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겨레21에서 외부칼럼을 봤는데, '권영길이 아닌 비판적 지지를 하지 말자'는 요지였다. 이 같은 진보적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도 언론의 몫이다."

규화 : "불만이 아니라 솔직히 별 기대 안 한다(웃음). 포털사이트 네이버조차도. 어찌 보면 언론에 대한 패배의식일 수도 있지만, 우리 나름대로 1인 1블로그 갖기 등 스스로 만드는 언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 대선 이후 팬클럽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규화 : "대선이 끝나고 조용해지면 지역별로 모임을 갖고 싶다. 지금은 권 후보를 비롯해 다들 너무 바빠 시간 내기가 어렵다. 대학생답게 소박하지만 놀기도 하고 즐기면서 부담 없는 만남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겨울해는 빨리 기울었다. 5시가 넘어서자 그늘진 황금색 잔디밭은 무척이나 추웠다. 그래도 이들은 신문지 한 장을 자리 삼아 묵묵히 추위를 견뎠다. 싸늘한 여론에 춥기는 권 후보도 마찬가지. 권 후보를 향한 젊은 대학생들의 열정이 매서운 바람을 뚫고 유권자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새내기 대학생인 낙연씨가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진보는 크게 생각 안 해요. 주위를 둘러보고 아픈 사람을 돌보며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 권영길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기호 3번, 우리는 영길스입니다.권영길 후보의 대학생 팬클럽 '영길스' 회원들. 왼쪽부터 이정수, 배혁, 최규화, 유낙연. ⓒ 최육상

덧붙이는 글 대선특별취재팀 기획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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