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를 돌봐줘> 겉표지 ⓒ 작가정신
극작가 막스 코른느루는 2주 전 자신과 똑같은 날 입주한 남자가 하루 종일 자신을 관찰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괜한 생각이라고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확신으로 변한다. 반대편 아파트에 관음증 남자가 산다고 믿는 것이다.
<개를 돌봐줘>의 매력은 이처럼 엉뚱함이다. 서로 오해를 빚은 두 남자가 마음속으로 서로를 비난하며 골탕 먹일 궁리를 하는 모습이 재밌다. 그들은 소심한 탓에 서로를 향해 대놓고 욕을 하지는 못한다. 대신에 희한한 방법으로 공격하는데, 그 방법으로 상대편 집으로 피자 배달시키기나 게이잡지를 주문해서 게이처럼 보이게 하기 등이 있다. 물론 이 정도는 약과다. 이런 일이 쌓이다보니 그들은 엄청난 짓을 감행하게 된다.
첫 번째는 신문에 이상한 광고를 내는 것이다. 반대편 남자가 미운 사람은 신문에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 24시간 대기 중'이라는 광고를 낼 수 있다. 어차피 아파트 주소와 연락처를 알고 있는 상황이다. 불가능할 것이 없다. 이렇게 한다면 사람들이 계속 전화를 걸고 심지어는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까지 있을 수 있다. 24시간 괴롭히는 방법으로 이것처럼 좋은 방법도 없다.
두 번째는 치명적인 모함을 하는 것이다. 반대편 집에 살던 '적'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그 집의 문을 열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면 어떻게 할까? 몰래 들어가 보지 않을까? <개를 돌봐줘>의 남자는 치밀한 준비를 해서 반대편 집의 남자가 침입하도록 한다. 물론 집 안에는 비밀병기가 있다. 몰래 사진을 찍어서 사회에서 파멸시킬 준비를 해놓은 것이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골탕 먹이려는 <개를 돌봐줘>의 엉뚱함은 개성 넘치는 조연들의 활약들로 더욱 빛난다. 그들로 인해 오해는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고 이야기는 다양한 방향으로 뻗쳐간다. 그런데 여기서 갑작스럽게 살인사건이 생긴다면 어떨까? 누군가가 누군가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팽배할 때에,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지 않을까? 의심만 하겠는가? 범인으로 몰지는 않을까? 혐오할 정도로 싫어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개를 돌봐줘>는 요즘 유행하는 소설들과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엉뚱한 유쾌함으로 무장해있다. 서로를 관음증 환자로 오해하는 남자 둘을 보여주더니 기괴한 사건들을 보여주고 마침내는 살인사건으로 그 엉뚱함을 절정으로 끌어올린다. 작가의 상상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압권은 반전이다. <개를 돌봐줘>는 끝에 가서 이 모든 것을 뒤집는다. 상상력에 감탄하고 있을 때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소설의 분위기를 완전히 '전복'시켜버리고 만다. 요즘 반전이 뛰어난 소설들이 여럿 발표됐다고 하지만, <개를 돌봐줘>는 그 중 어느 것에 비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강렬함이 인상적이다.
시종일관 엉뚱한 상상력으로 유쾌하게 만들더니 그 모든 것을 뒤집는 반전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개를 돌봐줘>, 소설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마음껏 맛보게 해주고 있다. 놓치기 아까운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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