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이 만든 200개의 허수아비
청도군 화양읍에서 떠올린 '어른들의 추억'
▲ 청도군 화양읍 국도변에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만든 허수아비 200여개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추억을 되살리고 아련한 어린시절의 추억앨범을 뒤적이게 한다 ⓒ 정창오
아직도 우마가 지나다니고 사람들의 인심은 때 묻지 않아 지나가는 관광객의 발길을 한 잔의 막걸리로 멈추게 만드는 천상 우리네 부모님들의 넉넉함이 묻어나는 고향 같은 곳이 바로 청도군 화양읍의 너른 들판이기도 하다.
▲ 푸른하늘 머리에 이고... ⓒ 정창오
▲ 우리 잘살께요. 수줍은 신랑`신부 ⓒ 정창오
허수아비들은 때로는 목동으로, 때로는 새악시로, 또 때로는 씩씩한 군인들의 모습으로 다가오며 멈춰선 사람들을 어느새 하천에서 멱 감고 콩서리하며 악동들과 뛰놀던 어린시절 고향으로 데려다 놓는다.
'뒷집 순이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까?' '아비 따라 울면서 고향을 떠났던 코찔찔이 영철이도 벌써 몇 아이의 아빠가 됐을텐데...'
▲ '영구 없다' ⓒ 정창오
▲ '저 예쁘지요?' ⓒ 정창오
"아저씨 고향에도 허수아비가 있었나요?"
"그럼, 밀짚 허수아비도 있었고 색시 허수아비, 코쟁이 허수아비에 아, 그래 눈이 라이트만한 허수아비도 있었지."
"우리처럼 그 허수아비들도 아저씨 고향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겠네요?"
"그럴까, 너무 오랫동안 가보질 못했어. 정말 기다리고 있을까."
"왜 그렇게 오랫동안 가지 않으셨어요? 에이, 하수아비들이 정말 섭섭하겠네요."
"그러게.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나보다. 너무 오랫동안..."
▲ 예쁘게 미소짓는 새색시 허수아비가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 정창오
▲ '우리 마을을 찾아주셔서 반갑습니다' ⓒ 정창오
'니 애미하고 난 걱정하지 말고 애들이나 잘 챙겨'하고 고무신 끌며 마을 삽작거리까지 나오시던 아버지의 주름패인 얼굴은 왜 지금 떠오르는가.
한여름 저수지 곳곳에 쑹쑹 나 있던 구멍마다 삽을 박아 미꾸라지 잡던 친구들의 모습은 또 왜 지금 아련히 떠오르는가. 청도군 화영읍 국도변에서 만난 허수아비들은 30년 넘게 잊고 살았던 어린시절 내 앨범을 자꾸만 들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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