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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에 드는 집 짓기가 수월할까마는...

소설사 박정석이 집 짓는 동안 생긴 일 <하우스>

등록|2007.12.03 10:25 수정|2007.12.03 10:25

▲ <하우스>겉표지 ⓒ 웅진지식하우스

살다보면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아파트나 빌라처럼 편한 집에서 사는 것도 괜찮지만 그처럼 자신이 원하는 집을 꿈꿀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개 이런 경우,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꿈으로만 끝낸다. 그런데 소설 쓰는 박정석, 그녀는 달랐다. 무작정 강원도 바닷가로 내려가 덜컥 땅을 산다. 원하는 집을 짓기 위해서다.

<하우스>는 박정석이 꿈꾸던 집을 짓는 동안에 생긴 일들을 그리고 있다. 이것만 본다면 내용이 그리 흥미로울 것 같지 않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돈은 없는데 좋은 집을 짓고 싶고, 건설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는데 멋진 집을 짓고 싶은 사람의 고투가 꽤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덜컥 땅을 산 그녀는 집을 지으려고 하지만 아는 것이 없다. 믿을 만한 업자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어느 정도의 바가지를 예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소리가 들리니 그녀는 불안해진다. 때마침 ‘내 집처럼 짓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안심하고 맡긴다. 일사천리로 꿈이 만들어지는가 하는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박정석은 소개해준 곳에 가서 상상 이상의 바가지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따질 때, 누구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례적으로 벌어지는 일을 두고 괜히 그녀가 시비를 건다고 여기는 눈치다. ‘있는 사람이 더 하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니 그녀 마음은 오죽이나 답답했을까.

그녀는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를 알아낸다. 정보를 알아내서 담당자들에게 따진다. 그렇게 해서 비용을 절감하려고 하지만 그 노력은 강원도 먼 곳에서 쉽게 빛을 내기 어렵다. 인테리어한다고 해서 연락해보면 목수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하는 곳이 그곳이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이 ‘병’인 경우가 많은 곳이 그곳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어찌해야 하는가. 집을 짓는 동안 어느새 그녀는 ‘수줍음’과는 거리가 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욕까지 할 줄 아는 여자로 변모해 있었다. 그녀에게 돈을 더 받으려던 사람들이 ‘잘못 걸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여자로 말이다.

그 사이 조금씩 집은 그녀가 원하는 모습으로 갖춰진다. 전봇대가 마당의 가장 좋은 자리에 세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집이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업자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일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마침내 집은 완성되고 만다. 막연하게 상상했던 일이 <하우스>에서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소설가가 집 짓는 동안 생긴 일을 어떻게 봐야 할까? 추운 날에도 스쿠터를 타고 부동산을 다니던 그녀가 상상하던 집을 갖던 마주한 순간은, 비록 그것이 책 속의 일이며 남의 일이라도 할지라도 대리만족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지만, <하우스>처럼 고투를 벌이며 집을 얻은 그녀의 이야기는 큰 목소리로 응원하게 만드는 그런 절실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용기를 주는 것은 어떤가? 풍요롭지도 않은 데다가 ‘도장공사’는 페인트 칠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위생설비 공사’는 화장실과 관련된 공사인가?, 생각하고 ‘조적공사’는 뭔지 몰랐을 그녀가 원하던 것을 얻는 그 순간은 대리만족을 넘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까지도 희망을 꿈꾸게 만들어주고 있다. 바다가 가까운 집, 마당이 있는 집하면 으레 부자들이나 가능하겠지 하며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집을 짓는 동안 생긴 많은 일들은 소설보다 재밌고 유쾌하다. 일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집이 만들어지는 광경은 남의 일 못지않게 짜릿함을 주고 나아가 대리만족까지 시켜준다. 활자 뒤에서 격려해주는 메시지는 어떤가. <하우스>는 집짓기에 관한 실용적인 책은 아니지만, 그런 책들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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