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주상복합 대형화재, '주민들 침착했다'
소방 "주민들 기지 덕분"... 시민 "소방서가 신속했어요"
▲ 불타고 있는 15층의 안양 H주상복합 건물 화재 현장 ⓒ 안양소방서
이날 불은 범계 상가지역에서만 불과 1시간 30분 차이로 두차례나 발생했다. 오후 7시경 범계 사거리 인근의 상가 건물 벽면에 부착된 간판에서 화재가 발생해 119소방차 10여대가 긴급 출동해 진압한 데 이어 8시35분 인근 고층건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 첫번째 화재가 발생한 범계 로데오거리 상가 ⓒ 최병렬
두번째 화재인 H주상복합건물(지상 15층, 지하 5층)의 경우 고층빌딩인 관계로 자칫 대형 참사가 우려됐다. 안양소방서에 따르면 화재신고 접수 4분 만인 오후 8시 42분께 구조대 7명이 현장에 도착해 광역1호(관내 전 구조대 출동) 발령을 요청했다. 그러나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곧바로 광역2호(인근 소방서 출동)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의왕·군포·광명·과천 등 8개 소방서에서 201명의 인원과 장비 44대가 투입돼 대대적인 진압 작전을 펼쳤다. 소방 외에도 경찰, 한전 직원, 공무원 등이 동원돼 진화와 구조활동을 폈다.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항공구조대 헬기까지 동원했다. 이런 신속한 대처로 불은 1시간 40분 만에 진화됐다.
화재 대처 교과서처럼 주민 침착했다
▲ 인근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시민이 촬영한 화재 현장 ⓒ 주재호
이에 따라 음식점 등 저층 상가에 있던 상인과 손님들은 긴급 대피하고, 고층의 일부 주민들은 옥상으로 올라갔다가 진화작업을 마친 뒤 구조됐다. 현장에 있던 일부 사람들은 검은 유독연기에 질식돼 인근 한림대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큰 피해는 없었다.
안양소방서 관계자는 "300여 명의 주민들이 물수건으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문틈을 막는 등 침착하게 대처했다"며 "휴대전화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친지에게 알리거나 일부는 휴대전화와 호실 번호가 적힌 페트병을 밖으로 던지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날 대형화재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음에도 1명이 가벼운 화상을 입는데 그쳤다"며 "소방관의 지시를 잘 따라준 주민들 덕분에 큰 피해가 없었다. 주민들의 침착한 대처에 박수를 보낸다"고 주민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 인근지역 8개 소방서에서 총출동한 대형화재 현장 ⓒ 안양소방서
▲ 구조에 나선 소방대원과 탈출하는 주민들 ⓒ 안양소방서
이날 불로 1~2층 2894㎡가 전소되고 차량 10여대가 불에 탔다. 주민 19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명이 화상을 입고 4명이 치료를 받았을 뿐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날 화재는 주상복합건물의 화재시 인명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일반건축물에 비해 무려 7배나 높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주상복합건물은 아파트와 달리 10cm 정도밖에 열리지 않는 고정식 창문에 베란다도 없어 대피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 화재로 전소된 오피스텔 내부의 자동차들 ⓒ 안양소방서
아울러 이날 발생한 화재 지점이 도로 옆이어서 소방차들의 접근이 쉬워 다행이었지만 범계 로데오거리 중앙 지점일 경우 차량진입 방지시설물이 설치돼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
안양소방서는 "범계역 로데오거리 대형건물에 542개, 평촌 로데오거리에 362개의 상점이 입점해 있으나 차없는 거리 운영을 위해 설치된 차량진입 방지시설 대부분이 개폐장치가 없는 고정식이어서 화재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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