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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아이들의 최고 희망은 '요리사'

아이들의 '꿈'을 찍은 행복한 하루

등록|2007.12.05 18:36 수정|2007.12.05 18:42

▲ 우리 동네 아이들의 '재롱잔치'는 누구나 구경하러 오셔도 됩니다. ⓒ 송유미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입니다. 농부처럼 농사를 짓지 않아도,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가장 큰 농사는 자식농사가 아닐까 합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지만, 백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교육행정은 자주 바뀝니다. 한해가 늬엿늬엿 저물면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초대하는 '재롱잔치'에 가족뿐 아니라 고모·이모 등 친척과 이웃들이 열 일을 제쳐 놓고 참석합니다.  

▲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알맞고 소박하게 그렸습니다. ⓒ 송유미

 우리 동네는 유난히 유치원들이 많습니다. 규모가 크고 건물이 무슨 궁전처럼 멋진 유치원도 있지만, 소박한 텃밭도 가꾸는 이 유치원은 아파트 놀이터처럼 편안하게 동네 아이들도 한데 어울려 놀 수 있는 문턱 없는 유치원입니다. 울긋불긋 만국기처럼 아이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서 무얼 그린 것일까 궁금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이들이 미래의 꿈을 야무지고 예쁘게 그려 놓았습니다. 어떤 아이는 요리사, 또 어떤 아이는 세탁소 주인, 또 다른 아이는 피아노 선생님 등 아이들이 그려 놓은 꿈은 조금도 허황되지 않고 소박한 꿈들이었습니다. 미래의 지도자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아이는 단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 저마다 다른 꿈을 부모님과 이웃 어른들께 자랑하고 싶은 아이들의 솜씨. ⓒ 송유미

 우리 동네 유치원 아이들이 가장 많이 되고 싶은 꿈은 '요리사'와 '조리사'였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요리하는 모습을 그려 놓고, 장래 희망란에 요리사와 조리사라고 비툴 비툴 적은 글씨마저 너무 귀여웠습니다. 수십 컷을 찍었는데 이상하게 사진이 나오지 않아 속상하네요. 박완서 선생의 <꿈꾸는 인큐베이터>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조카 재롱잔치에 초대 받아가서 비디오 작동법을 몰라 그만 촬영시기를 놓쳐 낭패한 기분입니다. 그래도 잠시나마 '아이들의 꿈을 찍는 사진사'가 되어서 참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 선생님과 함께 고사리 손들이 가꾼 한해 결실도 아주 야무집니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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