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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빛나는 은빛 물결의 하모니

등록|2007.12.05 19:08 수정|2007.12.05 19:08
억새의 물결이 마치 은물결처럼 빛나고 있었다. 밀려오는 파도처럼 부서졌다가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흔들릴 때마다 석양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그 것도 산야가 아니라 도시의 한 가운데에서 조우하게 되니, 더욱 더 돋보인다. 그리고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하얀 반짝임이 온 몸에 고스란히 담겨진다.

억새삼천천 ⓒ 정기상


억새들이 은은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곳은 삼천천이다. 천은 전주시를 뚫고 흐르고 있는 시내다. 흘러내려가 만경강을 이루어 서해 바다로 들어가는 물줄기다. 전주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는 고마운 곳이기도 하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전주 시민에게 있어서 삼천천은 젖줄과 같은 곳이다.

겨울의 길목에서 억새들의 노래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에게 기쁨을 준다. 일에 쫓겨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유를 주고 넉넉함을 창출해주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점에서 듣게 되는 억새들의 노래가 그렇게 환상적일 수가 없다. 노래는 공명이 되어 온 몸에 전해지고 있었다.

은빛물결 ⓒ 정기상


억새들의 은빛에 취하게 되면 잡념이 사라진다. 수없이 교차하는 수많은 고뇌와 번민 그리고 잡다한 생각들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잡념들은 결국 허상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원래 없는 것이 오묘한 조화를 일으켜 마음을 산란하게 할 뿐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병이란 무엇인가? 육체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이상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결국 병이란 정상을 벗어나 일탈된 결과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것의 원인은 다양하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게 되면 생기기가 쉽고 좋지 않은 음식을 먹게 되면 병에 걸리기 쉽다. 다시 말하면 생활의 리듬이 깨지면 병에 걸리기 쉬워지는 것이다.

무념무상편안해 ⓒ 정기상


잡념이 많으면 생각이 혼란스러워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생활의 리듬이 흔들리게 된다. 리듬이 깨지게 되면 균형이 무너지게 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되면 병에 걸리기 쉬워지는 것이다. 현대는 너무 복잡하여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잡념을 없애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서 명상을 선호하게 되고 선을 실행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내 안을 들여다보면서 쓸데없는 생각들을 줄여가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다. 원래 비어 있는 생각들에 붙잡혀 있게 되면 고뇌와 번민은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살아가는 자체가 고통이 되는 것이다.

쉼터쉬게 해주는 ⓒ 정기상


억새들이 오늘 갑자기 출현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오늘 볼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자연은 언제나 그 곳에서 완벽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는데, 단지 우리는 그 것을 보지 않았을 뿐이다. 억새들의 노래가 그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다.

경이로운세상 ⓒ 정기상


삼천천 천변에서 부르고 있는 억새들의 노래에 취하였다. 잡념을 시나브로 사라지게 만들어버리는 마력을 실감하면서 온 몸을 비워버린다. 석양에 빛나는 은빛 물결의 하모니는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편안하게 해줄 수가 없었다. 마음으로 듣게 되는 억새들의 노래에 젖어 감미로움에 빠져들었다. 억새의 노래가 우주에 그득하였다.
덧붙이는 글 사진은 전북 전주시 삼천동의 삼천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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