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에 윗옷 벗고, KBS 직원은 구타당하고
[현장] 첫 대선 방송토론회, 월드컵 응원 방불... KBS 직원은 봉변
▲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이 6일 여의도 KBS에서 열린 17대 대통령 후보자 1차 합동토론회장 밖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이 6일 여의도 KBS에서 열린 17대 대통령 후보자 1차 합동토론회장 밖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한 곳에 모인 여섯 후보 지지자들은 서로 경쟁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겨울비가 내렸지만 이들은 우산도 쓰지 않고 응원에만 집중했다. 식사는 김밥과 빵 등을 사와 해결했다. 이들의 함성 소리는 멀리 여의도 공원 한복판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장외대결] 일사불란한 민주당, 화려한 한나라당, 의외로 간소한 신당
"다시보자 이인제! 천하무적 이인제!"
이날 가장 일사불란하게, 또 눈에 띄게 응원을 펼친 이들은 이인제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이었다. 노란색 점퍼를 똑같이 맞춰 입고 나온 이들 100여 명의 지지자들은 진행자의 요구에 맞춰 질서 있게 응원을 펼쳤다. 이들은 "이인제 대통령"을 외쳤고 '다시보자 이인제, 천하무적 이인제'가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이인제 후보 지지자들이 질서와 일사분란함이 돋보였다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지지자들은 화려한 응원으로 맞섰다.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옷을 맞춰 입고 나온 100여 명의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은 대부분 20대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장군, 밤무대 가수 등으로 분장을 하고 '정권교체'라고 적힌 종이를 흔들었다. 이 후보 쪽은 대형 스크린이 달린 유세 차량을 동원해 이들의 흥을 돋궜다.
그러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지지자들은 예상과 달리 간소한 응원전을 펼쳤다. KBS 앞으로 찾아온 지지자들의 규모는 약 50여 명에 그쳤다. 많은 지지자들이 광화문에서 열린 검찰 규탄대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겨울비 속에서 윗옷을 벗는 등 열광적 응원을 선보였다. 이런 지지자들의 머리 위로는 정동영 후보 모습이 담긴 대형 사진이 걸렸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자들도 100여 명 찾아와 "이회창 후보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또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지지자들은 약 2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붉은색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고 "문국현이 희망이다"라고 외쳤다. 약 50여 명이 모인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자들은 권 후보의 사진을 흔들며 "세상을 바꾸자"고 소리쳤다.
▲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이 6일 여의도 KBS에서 열린 17대 대통령 후보자 1차 합동토론회장 밖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이 6일 여의도 KBS에서 열린 17대 대통령 후보자 1차 합동토론회장 밖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지지자들의 열띤 응원에 '업' 된 것일까. 권 후보에 이어 두 번째로 현장에 도착한 이인제 후보는 방송국에 입장하기 전 지지자들을 먼저 찾았다. 이 후보는 일일이 지지자들의 손을 잡고 감사를 표했다.
이날 영화제처럼 레드카펫은 깔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방송국에 입장하면서 자신들의 세를 한껏 과시했다. 경찰들도 두 줄로 길게 늘어서 대선 후보들을 경호했다. 정연주 KBS 사장은 1층 로비에 나와 대선 후보를 맞았다.
역시 가장 큰 세를 과시한 후보는 이명박 후보다. 이 후보의 수행인과 경호원은 약 30여명에 달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기자들을 끌어 모은 것 역시 이 후보였다. 이에 반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입장은 가장 간소했다.
이회창 후보는 중년의 열성 지지자를 몰고 다녔다. 이회창 후보가 KBS 1층 로비에 들어섰을 때 약 10명의 '아줌마 부대'는 "멋있다", "이회창이 최고다"라며 이 후보를 격려했다.
▲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이 6일 여의도 KBS에서 열린 17대 대통령 후보자 1차 합동토론회장 밖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이 6일 여의도 KBS에서 열린 17대 대통령 후보자 1차 합동토론회장 밖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이거 놔! KBS 직원이라고!"
이날 KBS 직원들은 후보자 수행원에게 두들겨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들이 입장할 때 안내를 하던 이들을 경찰과 후보자 경호원들이 괴한으로 오해했던 것.
사고는 가장 많은 수행원을 몰고 온 이명박 후보 입장 때 발생했다. 이명박 후보가 토론회장으로 입장하기 직전 기자, 수행원, 경찰들이 혼란스럽게 뒤엉켰다. 이때 안내를 맡은 한 KBS 직원이 괴한으로 오해를 받았다.
이 후보의 수행원이 KBS 직원을 향해 "당신 누구야"라고 외치자 경찰은 순식간에 이 직원을 제압했다. 이 직원은 경찰에게 머리와 팔 등이 잡혔고, 흥분한 이 후보의 한 수행원은 이 직원을 발로 찼다. 이 직원은 연행 직전에야 풀려났다.
KBS 직원들의 봉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토론회 시작 직전, 출입증이 없던 이인제 후보 지지자 3,4명이 찾아와 입장을 요구했다.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KBS 직원은 얼굴 등을 구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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