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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이 없는 TV 토론회, 누구를 위한 토론인가?

'그들만의 잔치'가 된 TV 토론회를 막기 위해 선관위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해

등록|2007.12.07 11:23 수정|2007.12.09 22:29
17대 대통령 선거의 첫 TV토론이 열렸다. 그동안 이 후보의 소극적인 자세와 방송사의 임의적인 토론 출연자 제한으로 미루어져왔던 대선 후보자 토론은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었다. 지지자들이 방송국 밖에서 월드컵 때와 비슷한 응원전을 펼쳐 토론회는 더욱 열기를 더했다. 그렇지만 후보자들의 토론회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이 났다.

선관위의 안이한 토론회 준비와 토론 방식이 토론회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의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6일 행해진 대선 후보자 토론회는 실질적인 토론이 아니었다. 토론자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시청자만을 의식하고 카메라만 응시하는 정견발표나 다름이 없었다. 단지 사회자가 토론주제를 제시해주었을 뿐이다.

토론회의 생동감은 얼굴을 마주보면서 서로의 표정과 동작까지도 느끼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의 의견을 반격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후보자 토론은 그런 생동감이 전혀 없었다.

물론 후보자가 6명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지만 그래도 원탁이나 탁자를 서로 마주보게 만드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자리배치를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로 배치된 후보자 좌석은 상대방의 표정이나 자세를 전혀 감지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리고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화면 처리도 문제가 많았다. 발표하는 후보자의 얼굴만 클로즈업 시키는 카메라 처리는 토론의 생동감을 떨어뜨린다. 서로 토론하는 상대자의 얼굴을 나란히 배치하거나 정책의 찬반에 따라 여러 후보자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했어야 했다. 그렇게 하면 시청자들은 후보자의 표정이나 감정을 빨리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정동영 후보가 "탈세와 위장, 각종 거짓말을 하는 후보와 TV토론을 한다는 게 창피스럽다. 미국 같으면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이 후보는 TV토론 자리에 앉을 수가 없다"라고 발언 했을 때나,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에 짚을 건 짚어야겠다. (이 후보는 내게) 범죄자 얘기를 믿냐고 했는데 범죄자와 동업하지 않았나? 동업할 때 나라의 미래를 위해 했나 아니면 사리사욕을 챙기려고 했나? 범죄자인줄 알고 동업했나 아니면 나중에 범죄자인지 알았나? 이건 대답해야 한다"라고 발언했을 때 이명박 후보도 같이 보여주어야 했다.

마찬가지로, 이명박 후보가 "아까 대한민국검찰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범죄자 얘기는 믿고 대한민국 검찰은 믿지 않는다는 것인가? 누가 임명한 검찰인가? 노무현·정동영 정권이 임명한 사람들 아니냐?" 때나, "정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총리도 하고 당의장도 두 번이나 하고 좋은 건 다 했다. 그런데 인기가 떨어지니 당을 확 뽑아서 다른 곳으로 가고, 너무 좋은 곳만 찾아다니면 안 된다"라고 발언했을 때, 정동영 후보도 함께 보여주어야 했다.

이런 생동감 있고 대비되는 스크린 배치가 없어서 시청자들은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주제별로 3번 나누어서 집중적인 토론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시청자들이나 유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 선정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현재 유권자들의 관심은 ‘BBK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반도 주변국가와의 관계, 북한 핵 문제 해결방안 등 외교안보 문제를 다루다 보니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유머스럽지 않고 열기도 없는 토론회, 국민 감동시킬 수 없다

전혀 유머스럽지도 않고 열기도 없는 토론회는 국민들의 흥미를 끌 수가 없다.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말이다. 선관위는 선거법 93조로 온라인에서의 선거토론을 제약하였을 뿐만 아니라 방송 토론도 적극적인 토론을 하도록 만드는 장치를 만드는데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사회자의 진행하는 자세와 어투가 토론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거나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토론회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의 멘트처럼 따로 노는 것도 문제였다. 물론 토론회의 성격 상 공평성과 타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무관심한 듯한 말투를 했을지는 몰라도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흥미와 재미를 반감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토론 후보자의 적극적인 반박과 재반격의 기회를 주어야 토론회가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다. 주제 하나를 한 후보자가 모두 발언하고, 이 발언에 대해 5명의 후보자가 질문하고 이 질문이 끝나면 다시 반론하는 것으로 끝나는 토론회 방식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똑같은 주제를 똑같은 방식으로 6번을 반복하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였다.

후보자별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정책이나 의견을 선택하여 그 후보에게 그 정책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는 것이고 선관위가 선거를 ‘그들만의 잔치’가 국민 모두의 잔치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동영 후보의 이명박 후보에 대한 적극적이고 직설적인 공격이 없었더라면 이번 대선 후보자 토론회는 각 후보들의 정견후보를 편집해 놓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전혀 재미없고 감동도 없는 다큐멘터리가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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