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해, 사과하란 말이야!" 에잇, 김태희만 아니면...
[리뷰] 영화 '싸움' 톺아보기
▲ 영화 '싸움'의 한 장면. 두 주인공 설경구와 김태희가 서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 시네마 서비스
'모' 아니면 '도', 선택의 기로에선 상민의 내공도 만만찮다. '바람 풍'이라고 해도, 못 이기는 척 "'바담 풍'이 맞다"고 해줄 수도 있겠건만. 끝내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도 참 독하다. 곤충을 돌볼 때 보였던 다정다감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하는 게 그리 어렵나. 기 싸움을 하다 마지못해 꺼내는 말이 고작 "유감이다"라는 애매한 말이다. "부릉부릉~" 사랑스런 그녀 진아, 전투력이 급격히 상승한다. 이내 싸움은 시작된다. 이성은 집나간 지 오래다. 동물적인 전투 본능만이 남았다. 둘은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 영화 '싸움'의 한 장면. 남자 주인공 설경구가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명상에 잠겨 있다. ⓒ 시네마 서비스
그럼에도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안 맞을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못 씹어서 안달 나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도 않다. 상민이 다쳤다는 소식에 만사 제쳐두고 한달음에 병원을 찾는 그녀다. 성난 암사자 같지만, 마음은 한없이 여리다. 노래 가사처럼 정말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다. 그의 마음 안에도 진아가 있다. "너네 이혼한 지 얼마나 됐냐"는 친구(서태화, 축산과 교수역)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3개월하고 이틀째."
▲ 영화 '싸움'의 한 장면. 여자 주인공 김태희가 비를 맞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시네마 서비스
노골적인 휴대전화(이른바 김태희폰), 우유광고는 보는 맛을 떨어뜨린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치가 떨리도록 깔끔한 성격의 소심남 역을 맡은 설경구 특유의 농익은 연기와 김태희의 예쁜 얼굴 덕에 저급한 부부싸움 이야기에 빠질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친절한' 한지승 감독은 싸움의 해결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만능 해결책을 말이다. 상민이 시계추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에 답이 있다. 그리고 이건 여담. 독하게 나를 미워해줄 사람이라도 곁에 없는 이들은 차라리 보지 않는 편이 좋다. 한없이 서글퍼진다. 15세 이상 관람가. 13일 개봉.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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