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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바비큐에 쌉싸름한 맥주 한잔 어때요?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그릴에 구워먹는 바비큐, 이맛이야

등록|2007.12.08 15:40 수정|2008.06.18 10:05

▲ 그릴에 바비큐를 굽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맛객


첫인상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음식도 첫인상이 중요하다. 첫 입맛이 맘에 들면 그 음식은 평생 내편이 된다. 반면 첫 느낌이 별로였다면 당장 기피음식 블랙리스트로. 그런 음식은 나쁜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 웬만큼 잘하는데 아니고서는 맛있게 먹게 되지 않는다. 그러니 낯선 음식과의 첫 대면은 무조건 제대로 하는 곳, 맛있게 하는 곳에서 가지는 게 좋다.

맛객에게 있어 바비큐는 그닥 당기지 않은 음식 중에 하나이다. 고기보다는 회를 즐기는 식습관도 원인이지만 토속풍 위주로 한 섭취에 이유가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바비큐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아서이다. 말 그대로 허접한 바비큐가 첫인상을 결정지은 것이다.

삼겹살바비큐, 아주 얇으면서 딱딱하기까지 할 정도의 바비큐를 언제 어디서 먹었는지 기억은 없다. 다만 맛이 없는 음식으로 낙인찍혀있다. 구수한 육즙이 살아있는 우리네 삼겹보다 맛없었음은 물론이다. 그때부터 바비큐는 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이 되었다. 아니, 바비큐는 미각 둔한 미국인이나 먹게 난 입에 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만약, 즉석에서 구운 두툼한 바비큐에 쌉싸름한 맥주 한잔 곁들인 게 바비큐와의 첫 만남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바비큐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어쩌면 벌써부터 맛객의 맛집에 바비큐전문점 몇 곳이 소개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뒤늦게나마 바비큐의 맛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사실. 바로 이집 덕분이다. 광릉 수목원 초입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을 소개한 고향친구가 바비큐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솔직히 기대는 없었다.

뭐야 바비큐? 흠… 그래 바람이나 쐰다 하고 가자 이 마음이었다. 더군다나 나들이길목 길가에 있는 집이라니.

▲ 바비큐에 딸려 나오는 샐러드 ⓒ 맛객

맛객은 북한강변 주변 식당처럼 길가에 있는 집은 별로 쳐주지 않는 개똥원칙 같은 게 있다. 외관 치장할 여력 있으면 음식이나 맛을 신경 써야지 하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까닭이다. 실제 음식을 먹고 나서 만족한 경험도 별로 없고.

▲ 바비큐 2~3인분 ⓒ 맛객

3만원하는 바비큐모둠을 주문했다. 목살, 삼겹살, 윙. 양도 제법, 600g이라니 셋이서 먹기에 부족함은 없겠다. 여기에 감자 파인애플 토마토 등 채소나 과일이 따라 나온다. 뿐인가? 질좋은 채소로만 담은 샐러드까지.  동식인이 한마디 한다.

“바비큐 정석으로 나오네.”

이게 정통 미국식이라고 한다. 촌놈 출세했다. 바짝 마른 삼겹살바비큐만 먹던 입이 이제야 제대로 된 바비큐를 경험하게 되는구나. 이 집의 바비큐용 고기는 모두 직접 훈제시켰단다. 수제 바비큐라는 얘기이다. 자 그럼 구워 볼까나~ 

▲ 고기와 채소, 과일을 굽고 있다 ⓒ 맛객

테이블마다 있는 그릴을 이용해 바비큐용 차콜(숯)에 구워먹으면 된다. 그릴위에 올려진 고기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곧 자글자글 익어간다.

▲ 두툼한 돼지목살 바비큐 ⓒ 맛객


▲ 소스는 고기 맛을 살려준다 ⓒ 맛객

잘 익은 목살을 접시에 올려놓고 칼질을 했다. 그럴싸한 폼이 난다. 한 점 입으로 가져갔다. 부드럽지만 식감은 살아있다. 거기에다 육즙이 맛을 내뿜는다. 적당한 염도에 불맛, 연기맛이 골고루 배들었다. 이번엔 갖가지 허브와 토마스로 맛을 낸 소스에 찍어먹으니 고기 맛을 한층 살려준다.

김치와 함께 먹는 삼겹살바비큐는 맛의 포인트라 할 만하다. 어릴 적 시골에서 삶은 돼지고기를 장작불 아궁이에서 구워 잘 익은 김장김치와 먹는 그 맛이다. 바비큐에서 토속적인 맛을 떠올리다니. 바비큐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바비큐에 맥주가 빠져서는 안되겠지?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니 바비큐의 맛이 아주 그만이다. 이처럼 술안주로도 좋지만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먹는 맛은 아이들이 더 좋아할 맛이다. 때문에 이집의 현은주 사장은 식재료에 남다른 신경을 쓴다고 한다.

맛객은 듣도 보도 못한 알데스 소금을 고기 간으로 사용한단다. 샐러드도 양배추 같은 걸 쓰면 원가절감을 할 수 있지만 보다 나은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더 값나가는 재료를 내 놓는다. 이런 마음가짐이다 보니 바비큐도 600그램이나 내 놓지 않는가. 그것도 폭립(등갈비) 같이 무게만 많이 나가는 것이 아닌 순 살코기로 말이다.

바비큐를 다 먹고 나니 음식의 맛은 외관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 꾸미지 않은 외관으로 인해 그냥 지나 칠 수도 있는 집. 하지만 한번 맛을 본 손님 중엔 단골이 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맛객 역시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다면 종종 들러 바비큐에 맥주 한잔 하고픈데. 글을 쓰다 보니 다시 바비큐에 맥주가 생각나니 어이하면 좋을꼬?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업소정보는 http://blog.daum.net/cartoonist/11693900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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