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떼낸 '작가회의'... '대장'이 없네
8일 민족문학작가회의 제21차 정기총회 열려
▲ 새 사무총장에 선출된 도종환 시인화합의 리더십을 제시한 도 시인의 취임에 기대를 건다. ⓒ 정용국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정희성)는 지난 8일 제21차 정기총회를 열어 정관개정을 통한 명칭 변경에는 성공하였지만 총회준비위원회에서 이사장을 추대하지 못하고 말았다.
참여회원 559명 중 명칭변경에 찬성한 수가 418명(74.8%) 반대 137명(24.5%) 으로 명칭변경은 가능하게 되었지만 참여회원의 수가 총원대비 41%에 불과한 투표여서 미진함을 남기고 있다.
또한 임기가 끝나는 이사장의 선출문제는 총회준비위원회가 내정한 한 소설가가, 반대의견에 부딪혀 무산된 뒤 김지하 시인으로 방향을 선회하였으나, 두세번에 걸친 위원들의 방문과 원로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건강과 일신상의 문제'로 고사함에 따라 총회의 추인을 받는 데 실패하게 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현 정희성 이사장이 3개월의 시한을 두고 새 이사장이 선출되기까지 직무를 수행하는 과도기적 체제를 맞게 되는 기현상이 초래되었다. 다만 임기가 끝난 김형수 사무총장 후임으로 도종환 시인이 선출되어 사무처 전체가 흔들리는 불상사는 일단 막게 되었다.
이를 의식한 듯 도종환 시인은 취임인사에서 전임 이사장과 사무총장의 업적으로 남북작가대회 성사,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 6·15민족문학인협회 개최 등을 일일이 거론하는 배려를 보였다. 또한 명칭변경 건을 통한 상처를 의식하여 ‘화합의 리더십’을 통한 단체의 융합을 제시하였다.
▲ 도종환 신임 사무총장이 김형수 총장에게 받은 꽃을 되건네며 활짝 웃고 있는 모습.뒤에서 신구 사무총장의 교체를 바라보는 정 이사장의 심사가 편치 않아 보인다. ⓒ 정용국
"작가는 언어로 말하지만 언어로만 말하지 않고 한 생애를 다 던져 말한다"로 장엄한 서두를 내놓은 선언문에서 '민족문학'을 떼어낸 것이 강성·진보 등의 이미지를 탈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의식하여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저항의 기치'와 남북작가대회 추진, 그리고 아시아-아프리카 등 범인류적 확장을 통한 새로운 문학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우리는 민족문학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명실상부하게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학단체로 새롭게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하는 것으로 선언문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나종영 시인이 보고한 감사보고서에서는 "전년대비 회비납부율이 35%에서 20%대로 떨어져 회의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표시하였는데 "실제로 현 재정이 차입금을 제하면 '사실상 적자'"라고 실토한 김형수 사무총장의 말이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위원회가 1년 내내 운영되기는 하였으나 그 실적이 미미한 것을 보면 모든 경제의 어려움이 문단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회원들이 새 이사장은 단체의 재정을 적절히 수급해 줄 수 있는 능력자를 원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삼 개월의 연장임기를 수행하게 된 정희성 이사장과 준비위원들이 과연 새 단체의 '대장'에 누구를 어떻게 영입하여 마무리할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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