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문국현 단일화하면 기존 정치인과 다를바 없다

[주장] 준비 없는 단일화보다 대선 레이스 마치는 것이 현명

등록|2007.12.10 08:40 수정|2007.12.10 11:15

▲ 7일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유세중인 문국현 후보 ⓒ 최상진


처음부터 문국현 후보가 정동영 후보와의 단일화 논란에 응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의 단일화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문 후보의 단일화 철회 입장에 대해 여기저기 말들이 많다. 하지만 만일 그가 단일화 요구에 응하고, TV 토론회 없이 지지율만으로 정동영 후보가 대표주자로 선출된 다음 대선에서 패했다면 아마도 문 후보는 더 이상 정치판에 발디딜 곳이 없었을 것이다.

제대로된 준비 없이 단일화만 하려 했나

물론 문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정책 대결이나 토론을 통한 옥석 가리기가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만으로 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문 후보에게 사퇴하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선관위에 의해 토론회 방송이 무산되고 더 이상 국민들이 두 후보만 놓고 누가 나은가를 판단할 방법이 없어진 상황에서는 시민사회인사 ‘9인모임’도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그들은 뒷말 없이 물러나야 했다.

문 후보측은 만일 단일화를 받아들일 경우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TV 토론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타 후보는 배제한 뒤 문국현, 정동영 두 후보만이 일대 일 토론회를 가져야 자신들의 정책과 비전을 더 충분하고 확실히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 최소한조차 인정되지 않는다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었으리라는 것은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단일화 논의 막판이던 7일에도 문 후보는 대전과 청주, 수원 등을 돌며 유세중 신당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청주 육거리시장 유세에서 그는 “신당은 개혁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을 늘렸다”며 “무능, 무책임, 부패한 현 정치세력을 몰아내겠다”고 연설했다. 어느정도 단일화 결렬을 예상할 수 있는 연설이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기념식장에서 김 전 대통련 내외와, 정동영 후보, 문국현 후보. ⓒ 문국현 홈페이지


창조한국당은 일회용 정당이 되고말 것인가

지난 대선과 총선에도 일회용 정당은 많이 있었다. 대선에서는 정몽준 후보의 ‘국민통합21’, 이인제 후보의 ‘국민신당’이 그 예다. 당시 이인제 후보는 경선에 불복해, 정몽준 후보는 대선 출마를 위해 각각 정당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대선 패배 후, 정 후보는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이후 당을 방치하다시피 했고, 이내 흐지부지 없어졌다.

문 후보가 정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패한다면 창조한국당 역시 정몽준, 이인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정 후보로의 단일화 이후 그가 패한다면, 결국 문 후보가 주장하는 무능, 무책임, 반부패한 기존 정치세력을 몰아내는 대신 그 자신이 무능, 무책임, 반부패한 기존 정치인의 하나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현재 문 후보의 강점은 ‘깨끗함’과 ‘신선함’이다. 기존 정치세력에서 볼 수 없었던 정경유착도, 세금체납도, 병역비리도 그에게서 찾아볼 수는 없다. 오히려 월급의 일부를 떼어 기부를 했거나, 그 유명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시작했다는 점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간다. 게다가 성공한 중소기업의 CEO 출신이며, 기업 운영에 있어서도 트집 잡을 것이 없다는 점에도 사람들이 그를 높이 사고 있다.

하지만 신당과 단일화 되며 정 후보에게 패하고, 정 후보마저 이명박 후보에게 지고난 뒤에는 신당 뿐만 아니라 문 후보마저 돌아갈 정치적 지지기반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일말의 여지는 남겨놓았다고 하지만, 만일 단일화가 계속 진행 되더라도 제대로 된 준비과정 없이 문 후보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 결국 문 후보가 지더라도 다음 총선과 대선을 위해 이번 대선 레이스를 끝까지 마쳐야 한다.

다음 대선 노리는 것이 현명할 수도

문 후보는 이번 대선보다는 다음 대선을 노려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출마선언도 너무 늦었고, 홍보도, 토론도 제대로 된 것 없이 미숙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마친 뒤 총선에서 지지기반을 만들고, 다음 대선에서 이번에 보여줬던 것과 같은 참신한 선거용 콘텐츠 개발(까칠한 토론, 문국현 TV 등)을 통한 선거운동을 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단일화 결렬을 가지고 말이 많다. 과연 정치인 문국현의 단일화 결렬은 옳은 결정이 될 것인가. 그리고 그의 정치인생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선이 재미있는 또 한 가지의 이유가 되기 충분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