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국철도대학 이전 '뒷북 대응'
건교부, 지방 이전...경기도, 의왕시 존치 특단 지원
▲ 의왕시 월암동에 자리한 철도대학 전경 ⓒ 철도대학
경기도가 4년제 사립대학 전환에 따라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의왕시 월암동 소재 한국 철도대학에 대해 철도단지 집중 육성 등 특단의 지원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끈다.
이는 건교부가 지난해 2.3년제 철도대학의 4년제 사립대학 전환에 따른 공고, 인수제안서 접수와 심의를 통해 지난 5월 고려대 서창캠퍼스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양해각서(MOU) 체결 등 절차를 추진중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낸다.
<경기일보>는 9일 “정부 방침에 의해 사립대학 전환 및 이전이 추진중인 철도대의 존치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중”이라며 “철도대와 의왕시 방문 당시 건의를 받은 김문수 경기지사의 특별지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철도대학 의왕존치 관련 경기일보 보도 ⓒ 최병렬
우선 철도대의 건의에 따라 도는 철도대로 하여금 최종안을 제시받아 도차원의 의회결의문을 결의케하고, 의왕시와 4년제 승격을 협력하에 추진토록 했다.
건설교통부 장관 면담, 기획예산처 예산 확보시 경기지사의 의지와 지지 협조에 대해서도 철도대 동문 등이 앞장서 움직이되 필요할 경우 적극적인 협조를 할 방침이다.
특히 의왕시의 건의에 대해서는 철도대학을 비롯해 철도박물관, 철도기술연구원, 철도성능시험연구소가 집적화된 철도단지를 경기도 집중육성사업으로 ‘2010 경기계획’에 반영토록 했다.
또 철도단지, 왕송호수, 자연학습공원, 조류탐사관학관과 연계한 경기도 최고의 철도테마 관광단지 조성계획을 의왕시와 공동 추진키로 했다.
이와함께 철도대 존치에 따른 철도대학 특성화 추진과 철도 체험관광단지 조성, 중저밀도 장안지구 개발, 대단위 주거복합 R&D단지 조성 계획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 의왕시가 지난 3월 건교부와 경기도에 보낸 건의문 표지 ⓒ 최병렬
경기도의 뒷북, 성공할 수 있을까
이와관련 건교부가 철도대학을 4년제 사립대학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4개 대학으로부터 인수 제안서를 받아 5월 고려대 서창캠퍼스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이달 중 이전과 절차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으로 있어 '뒤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의왕시는 지난 3월 말 건설교통부, 경기도, 한국철도공사에 보낸 건의문에서 철도대학을 이전하지 말고 국립 철도대학으로 존치시키거나 현재 캠퍼스를 유지하도록 해 철도역사의 메카로서 계속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의왕시의회도 지난 4월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해 건설교통부 장관 앞으로 보낸 '철도대학 이전 반대 건의문'에서 "철도대학이 현 위치에 존치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철도대학 존치가 불가할 경우 대체시설부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경기도는 이같은 요청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더욱이 건교부는 "현재 철도대학 캠퍼스를 유지시켜 달라는 의왕시 요구를 수용할 수 없으며 의왕지역 여론을 달래기 위해 인근 지자체인 군포시가 적극 지원하고 나선 한세대를 인수 대학으로 의도적으로 선정할 수도 없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의왕시와 인접한 군포시는 관내 한세대가 철도대학 인수에 나서자 관내 기관, 학교 등이 총망라된 '철도대학 범시민유치위원회'를 발족해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해 시민 20만명의 서명을 받아 건교부에 전달하는 등 유치를 위해 적극 지원한 바 있다.
▲ 군포시홈페이지의 철도대학 유치 홍보문 ⓒ 최병렬
건교부 관계자 "의왕에 4년제 대학설립 불가능"
경기도와 의왕시의 철도대학 의왕시 계속 존치 추진과 관련 건교부 철도정책팀 관계자는 10일 전화통화에서 "처음 듣는 얘기로 현행법상 의왕시에 4년제 대학이 설립될 수 없다"고 못박으며 "우선 협상대상자인 고려대 서창캠퍼스와 계속 추진중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왕시 관계자는 "지난 11월 김문수 경기지사가 철도대학을 방문해 철도대학장과 이형구 시장과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그같이 의견을 모은 것 같다"면서 "늦은감도 있지만 철도대학이 존치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건교부가 우선 협상 대학을 선정해 관련 절차를 진행중이고 특별한 변동이 없는한 그대로 진행될 뿐만 아니라 4년제 대학 설립 등은 정치적 고려가 있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정권교체이후 정치적 가능성을 고려한 배경이라는 추측을 낳고있다.
한편 <고대신문>(1562호, 2007.5.13.일자)은 철도대학 인수가 확정되면 오는 2009년 철도대학 기존 2.3년제 7개 학과를 4년제 6개 학과로 구성된 '철도물류대학'으로 개편해 224명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당분간 기존 캠퍼스를 이용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오는 2011년 서창 부지 안에 철도물류대학 단과대 건물을 완공해 의왕캠퍼스에 있는 학생들을 서창으로 이주시켜, 오는 2015년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들어설 캠퍼스에 최종적으로 입주시킬 방침"이라고 전했다.
의왕시 철도관련 인프라 지키기 위기
▲ 매년 왕송호수 주변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철도테마 축제 ⓒ 의왕시청
의왕시 월암동에는 철도기술연구원, 철도인력개발원 등 철도 관련 공공기관들이 자리하고 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단, 철도안전연구시험센터, 차량기계연구본부, 전기신호연구본부 등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장비와 시설들이 산재해 일단 지방이전에서 제외된 상태다.
하지만 전동차를 생산하던 로템 의왕공장이 경영적자를 이유로 2005년 8월 24일 이사회에서 공장 폐쇄와 창원공장으로 통합을 결정하면서 철도시설의 지방이전이 추진돼 철도 인프라를 통해 '철도 메카'를 꿈꾸어 왔던 의왕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대전시와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2월 20일 교류협약을 체결하여 부지제공과 철도관련 시설의 이전을 통해 윈윈하기로 하고 대전 이전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대전시는 가칭 신탄진 프로젝트를 통해 명실공히 '철도 메카'로 발전하겠다는 정책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렇듯 철도대학뿐 아니라 한국철도공사마저 철도대학 옆 철도인력개발원과 철도박물관 등 철도관련 시설을 대전·충청권으로 이전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함에 따라 의왕시는 위기에 처했다.
매년 5월 개최하는 철도테마 어린이축제와 테마형 관광단지 조성정책 추진 등이 철도시설 인프라들과 연계되기 때문에 한국철도대학과 철도산업단지의 존치 여부는 의왕시에 매우 중요하다.
▲ 철도대학 본관 전경 ⓒ 철도대학 의왕시 월암동 374 일대 4만4535㎡에 자리한 현재의 철도대학은 1985년 8월 캠퍼스를 마련하고 현재 3년제 5개과, 2년제 2개과 등 총 7개과에 610명이 재학 중으로 그동안 3800여명의 철도산업 전문 인력을 양성, 배출한 한국 철도교육의 유일한 산실이다. 한국 철도대학은 1905년 ‘철도 이원양성소’로 인천 제물포에서 개소한 이래 1985년 의왕시로 이전돼 오늘에 이르렀다. 의왕시민들은 철도대학이 문화적 여건을 조성했다며 철도대학에 거는 기대와 자긍심이 대단하다. 철도대학은 의왕시의 테마이자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건교부는 2006년 12월 국립 2.3년제 전문대학인 현 철도대학을 4년제 종합대학교에 통합하는 '한국철도대학 사립화사업' 시행계획을 공고하고 2007년 3월 철도대학 인수제안서 접수에 이어 5월 고려대 서창캠퍼스(조치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인수 1순위로 선정된 고려대학교 서창캠퍼스는 철도대학을 인수해 철도물류대학으로 개편한 후 행정중심 복합도시에 입주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무엇보다 고대 서창캠퍼스는 실습현장인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이 가까운 대전에 위치해 있어 선정 과정서 철도대학 인수대학교로 가장 유력시되어 왔다. 건교부에 인수 제안서를 접수했던 사립종합대학교는 군포 한세대, 서울 서경대, 고려대 서창캠퍼스, 전주 전주대 등 4개 대학으로 해당 지자체들도 유치에 힘을 쏟은 바 있다. 특히 인근 군포시 관내에 위치한 한세대학교가 철도대학 유치에 나설 의향을 비치자 군포시 노재영 시장은 철도산업 클러스터를 구축, 철도를 시 브랜드로 육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범시민유치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적극 지원하고 나셨다. 하지만 이웃한 의왕시 - 군포시 두 지자체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철도대학 및 철도인프라의 '지키기와 끌어가기' 줄다리기를 하는 형국을 빚으며 결국 양시 모두 실패로 끝났다. 오히려 윈윈하며 힘을 모아 지키기에 나섰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적 시설을 갖춘 학교건물을 굳이 타도 지역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다. 오히려 건교부가 '한국철도대학 개편 사업'을 통해 종합대학교로 진작 승격시켜야 하지 않았을까 한다는 점이다. 물론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의왕시는 과밀 억제권역에 속해 대학을 신설할 수 없다. 따라서 건교부는 "철도대학을 4년제로 만들면서 의왕에 그대로 놓아둔다면 기존 전문대를 폐지하고 대학을 신설하는 것에 해당되므로 법을 어기는 것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걸림돌인 상황에서 대학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면 철도박물관 등 관련시설도 빠져 나가 도시가 공허해질 게 뻔하고 지역경제 침체도 예견된다. 뒤늦은 경기도의 대응으로 갖게될 희망이 또다시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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