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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산에서 망월산까지

철마산(605미터)-매암산(515미터)-망월산(549미터) 종주산행

등록|2007.12.10 16:08 수정|2007.12.10 16:26
[진행과정] 입석마을회관(9:30)-산행입구(9:35)-전망바위(10:30)-갈림길(10:40-전망바위(10:45)-전망바위(10:50)-철마산 서봉(11:10)-철마산 정상(11:30)-임도(차단기12:15)-헬기장(억새군락지 12:25)-574미터 봉우리-매암산 정상(12:50)-식사 후 출발(1:50)-망월산 (2:10)-임도(2:30)-차단기 임도(2:55)-차단기(3:10)-소산농원(3:30)-웅촌 중리(4:00)
날은 아주 쌀쌀하다. 기름유출로 까맣게 변한 태안해변, 절정에 달한 대통령 선거열전, 총기탈취 사건 등 세상의 온갖 흉흉한 뉴스에 전국이 더 꽁꽁 얼어붙은 듯 을씨년스럽다. 나라 안팎으로 들려오는 소식들이 서로 언 마음과 몸을 녹일 수 있는 사랑과 희망의 소식들로 넘쳐났으면 좋겠다.

움츠려 드는 마음을 털고 일어나 오늘(8일)도 산에 오른다. 동행이 있어 언제나 든든하고 즐겁다. 혼자라면 춥고 번거롭다고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함께함이 이래서 좋다.

철마산 서봉에서 바라본 전경... ⓒ 이명화

우리는 부산 금정구 두구동 동면우체국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행을 태우고 동면 영천초등학교 정문 앞 맞은편 다리를 건너 입석마을로 진입하여 입석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웠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입고도 잔뜩 움츠린 채 지나간다.  길에 흘러나온 물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묘법사 가는 길을 따라올라 가다 보면 중간에 산행 리본들이 나뭇가지에 달린 것이 보인다.  등산로 입구다. 날도 춥고 햇볕 들지 않는 응달인 산행길을 걷다 보니 오늘 산행코스를 잘못 택하진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앞서 걸음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총기 탈취사건으로 전국이 흉흉하니 더욱 음산하고 춥게 느껴진다.
철마산 서봉에서 철마산 정상까지

산 입구에서부터 쭉 키 큰 소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나무들 사이로 베어놓은 나무들을 비닐로 덮어놓은 것이 더러 있어 더욱 삭막해 보인다. 사정없이 나무를 베어내 나무 밑동만 남아 있는 것도 보인다. 이 추위에 참 아파 보인다.

얼마쯤 갔을까. 키가 큰 소나무들로 군락을 이룬 지점은 끝나고 단풍나무들이 산에 잎을 다 내어주고 메마른 가지로 서로서로 이웃하고 있다. 산길은 낙엽으로 덮여 있다. 우리의 걸음걸음마다 마른 낙엽은 엷은 비명을 터뜨린다. 아니다, 반가운 듯 그들의 노랫소리를 낸다.

철마산 올라가는 길...키큰 소나무들이 도열해 있다...아직 햇살이 퍼지지 않아 더 춥게 느껴졌다... ⓒ 이명화

철마산 올라가는 길에서...나무들은 잎을 다 내어주고 빈 몸으로 겨울을 날 준비를 하고 있다...떨어져 누운 낙엽이 수북하다... ⓒ 이명화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나무들은 점점 키가 낮다.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 전망대 바위 위에서 잠시 휴식, 철마산 정상까지 가는 길에는 전망바위들이 서너 개 있어 주변을 조망해 볼 수 있다. 칼바람이 분다.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철마산 서봉까지는 몹시 가파를 길로 이어져 있다. 철마산 서봉에 도착, 서봉에서는 서창 가는 길, 원효산 등이 저 아래 보인다.

철마산 서봉...내려다 본 전경... ⓒ 이명화

철마산 서봉...에서...부산 남산동 일대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금정산... ⓒ 이명화

동서남북 어디를 보아도 산들이 멀고 가까운 곳에서 에둘러 싸고 있다. 오봉산, 그 앞에 범어마을, 장군봉, 금정산, 부산 남산동 일대와 해동수원지, 그리고 산, 산, 산들이 어깨동무를 하거나 서로 손잡을 듯 가까이, 그리고 앞에서 뒤에서 안고 있는 듯 산, 산이 펼쳐져 있다. 서봉 돌탑 뒤에는 널따란 바위가 있어 도시락 먹으며 앉아 있기 좋은 장소가 있다. 겨울 햇살이 바위를 어루만지고 있다.

철마산 서봉 돌무덤... ⓒ 이명화

이제 다시 철마산 정상으로 걸음을 옮긴다. 여기서부터는 급경사는 없고 완만하게 이어진다. 철마산 표시석 앞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30분, 햇볕이 잘 드는 정상 표시석 앞에 앉아 쉰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일행 외에는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흉흉한 소식 탓인지 알 수 없다. 조금 있으니 검은색 개가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왔다. 그 뒤에 중년부인이 뒤 따라온다.

철마산표시석 ... ⓒ 이명화

개와 함께 온...농원 여주인...철마산 정상 앞에서... ⓒ 이명화

개를 데리고 오긴 했지만 혼자 산행하는 아주머니, 대단한 담력이다. 알고 보니 혼자서 산행을 많이 한단다. 헐떡거리는 개한테 플라스틱 그릇에 물을 부어 내밀자 여전히 숨을 헐떡이며 물을 마시는 개…. 여주인과 항상 함께 다닌다고 한다. 지난여름 망월산 등반했을 때 보았던 농원이란다. 또 한 무리의 산행팀이 나타났다. 그들은 잠시 서 있더니 다시, 가던 길을 따라 쏜살같이 사라진다. 빠르다.

매암산에서 망월산까지

우린 이제 매암산으로 간다. 우리보다 조금 앞에 출발했던 아주머니와 개도, 그 앞에 간 산행팀도 보이지 않는다. 참 빠르다. 산에서 산으로, 산에 오르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게 아주 빠르게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주변을 맘껏 바라볼 여유도 없이 목적지를 향해 여러 사람이 함께 재빨리 움직인다.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이것저것 보면서 천천히 걸으며 얘기를 나누며 주변 경관을 바라보면서 쉬어가는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우리는 우리식대로 언제나 그렇게 걷는다. 정상까지 가는 동안 조망 바위마다 올라 쉬어가기도 하고 주변경관을 바라보며 이야기도 나누고 간식도, 물도 가끔 먹으면서 가는 것이 우리 식의 산행방식이다. 철마산 서봉까지 오르기까지는 급경사이지만 서봉에서 철마산 정상, 그리고 매암산, 망월산으로 향하는 능선 길은 호젓하고 아기자기하다. 좀 가파른 길을 한참 내려가니 평지가 보인다. 그 앞에서 임도를 만났다.

신기한 소나무...한 나무에 여러갈래의 가지가 뻗어 있는 소나무들이 여럿 있다...철마산에서 가다보면 평지가 나타나는 곳에서... ⓒ 이명화

574봉.....이곳에 헬기장이 있다.억새군락을 이루고 있어 아름답다... ⓒ 이명화

임도를 가로질러 574봉 무명봉우리를 만났다. 이곳은 헬기장이 있는데 억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억새 사이에서 누군가 도시락을 먹으며 쉬고 있는지 목소리만 들려올 뿐 억새에 가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넉넉하고 호젓해서 소풍오기 좋은 곳이다. 다시 능선길을 따라 길을 걷는다. 또 하나의 헬기장을 만나고 호젓한 길로 길은 길을 안내한다.

매암산 정상 도착, 낮 12시 50분이다. 우리 앞서 간 한무리의 산행팀이 매암산 정상 바위 표시석 그 아래 벼랑 끝 넓은 바위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매암산정상이다... ⓒ 이명화

우리도 점심 먹을 만한 곳을 찾아 둘러보았다. 우리가 찾은 장소는 햇볕은 잘 드는데 바람을 막을 순 없어 좀 추웠다. 먼저 온 사람들 쪽이 바람이 잘 들지 않는 곳인 듯하다. 매암산 정상, 벼랑 끝에서 점심을 먹는다. 벼랑 끝은 쳐다보기도 아찔하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추워하는 나에게 남편은 가방에 넣어 둔 비옷을 꺼내 입혀 주었다. 입는다기보다는 뒤집어쓴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포댓자루 하나 뒤집어쓴 듯 모양이 우스워서 한참을 웃었다.

매암산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 ⓒ 이명화

매암산 정상에서는 정관신도시가 눈앞에 보이고 그 뒤에 달음산, 울산 앞바다 고리원자력 발전소, 그리고 옆에는 곧 우리가 갈 망월산이 보인다. 점심을 먹고 바람을 등진 햇볕이 잘 드는 바위에 몸을 기대고 해바라기를 한다. 어린 시절, 추운 겨울에 얼음 꽁꽁 언 논에서 썰매를 타거나 골목에서 뛰놀다가 추워서 양지바른 공터나, 남의 집 돌담에 기대어 서서 나른해지도록 몸을 녹였던 기억이 떠오른다. 

매암산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며...너무 추워서 비옷을 입고 푸대자루처럼 앉아 있는 나...^^ ⓒ 이명화

매암산은 크게 높지 않아 쉽게 오를 수 있는 오밀조밀한 맛이 있는 산이지만 주변경관을 조망하기에 아주 좋은 산이다. 오늘 산행은 크게 높지 않은 산들을 종주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아주 만족스럽다.

이제 망월산으로 간다. 지난여름, 그 뜨겁던 8월에 망월산을 오른 적이 있다. 오늘과는 다르게 저쪽 반대방향에서 올라왔었는데 그땐 산 굴곡이 아주 심해 힘들어했던 기억이 새롭다. 오늘처럼 반대쪽에서 가는 길은 호젓하고 완만해서 아주 가볍게 간다. 아, 그런데 저 멀리 산불이 났는지 하얀 연기구름이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한참 지나자 진화되는 중인지 일어나던 연기구름이 낮게 낮게 스러진다.

망월산...정상에서 바라보이는 달음산...그 아래로 정관 신도시가 보인다...저 멀리 울산 앞바다...그리고 고리원자력발전소도 보인다... ⓒ 이명화

망월산...망월산 정상 표시석 앞에서...바라보이는... ⓒ 이명화

산불진화용 방화수...요즘은 산불이 많은 때인만큼... ⓒ 이명화

망월산에 도착, 매암산에서 망월산까지는 20분 거리다. 매암산과 망월산은 바위산으로 사방이 확 트여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산불지킴이 아저씨가 초소를 지키고 있다. 산불초소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지킨다고 한다. 비 오는 날 외에는 매일 올라오신단다.

망월산에서 천성산, 울산 앞바다, 용천산, 달음산, 우리가 왔던 철마산, 매암산 등이 두루두루 보인다.

임도를 따라 걷다

우리는 망월산에서 다시 내려오다가 매암산 앞에서 임도로 걷는다. 데이트하기 좋은 길이다. 이렇게 임도가 길게 나 있다니…. 산행을 하기가 힘든 사람들이나 누군가와 함께 데이트하시고픈 분들, 혹은 호젓한 길을 따라 걷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길을 걸어봄이 좋을 듯하다. 아주 친절하게 내놓은 임도는 흙냄새, 숲에서 돌아 나온 바람 냄새, 계절마다 느낄 수 있는 운치가 있어 언제나 걸어도 좋을 듯하다.

호젓한 임도를 따라 걷다...겨울 햇살이 비쳐들고...잘 다져진 흙길 위엔 자잘한 자갈돌이 깔려 있어 발 밑에서 나는 소리도 정겹고...동행이 있어 좋은 호젓한 길을 걸으며... ⓒ 이명화

아무도 걷고 있지 않은 길을 따라 걷노라니 한참만에 저만치 앞에서 중년 남녀가 마주 걸어오고 있다.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안녕 하세요" 서로 가벼운 인사를 하고 가던 길을 따라 또 우린 걷는다. 그들도 등을 보이며 걷는다. 차를 두구동 입석마을에 주차해 놓아서 다시 왔던 산을 넘어가야 하지만 힘도 들고 한번 왔던 길을 다시 가는 길이라 가지 않은 임도를 따라 걷기로 한다.

길 위에...있는 사람들... ⓒ 이명화

길이 길을 안내하고 우리는 길을 따라 걷는다. 점점 우리가 출발했던 위치에서 간격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도대체 어디까지 임도가 나 있는 걸까. 짧은 겨울 해는 점점 기울고 있는데…. 한참 걷노라니 소산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웅촌리 소산마을…. 길 걷다가 마침 오는 차를 얻어 탄다. 차 안에는 유행가가 흐른다.  차를 타고도 한참을 내려온다. 이 길을 끝까지 걸었다면 꽤 오래 걸어 내려왔어야 했을 것이다. 고맙다고 인사하며 웅촌 중리 버스 정류소 앞에서 내린다.  

길 위에서...길을 걸으며 ... ⓒ 이명화

두구동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지만 철마면사무소 사거리에서 도로로 정관 쪽으로 가다가 소산마을 쪽으로 가면 좋을 듯하다. 차단기 앞에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정류소 옆 분식집 아주머니한테 버스노선을 묻는다. 두구동 가는 버스는 40분마다 한 대씩있다고 하니, 춥고 해는 지고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용기를 내 지나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든다.

정말 다행이다. 두구동 운동장 쪽을 간다고 한다. 감사하게도 두구동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입석마을까지 걸어가는데 장난이 아니다. 꽤 멀어 한참을 걷는다. 해는 지고, 저녁 어스름이 찾아드는 12월의 저녁, 차 있는 데까지 드디어 도착,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다. 거리엔 하나 둘씩 가로등 불이 켜지고 어둠이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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