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겨울준비를 못 했는지 며칠 동안 감싸고 있는 추위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지냈다. 산에 가려고 일기예보를 보니 더 추워진다고 한다. 순천과 화순을 경계 짓는 모후산으로 향했다. 15번 국도는 말이 국도지 산골을 굽이굽이 돌아가며 엄청 구불거린다. 잠시 멀미가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주암호를 지나 유마사 이정표를 보고도 한참을 들어간다. 요즘은 쉽게 만나기 힘든 산골 풍경이 펼쳐진다. 담에는 선거열기를 알리는 벽보가 마을을 장식하고 있다. 주차장은 전에 논이었던 곳에 자갈을 깔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주차장은 풍경의 일부분이 되었다. 군청직원들인지 웃으면서 친절하게 맞아 준다. 산에 가시는 거냐고 물으면서 등산지도와 함께 등산로 설명도 아끼지 않는다.
유마사로 들어가는 길에 통돌로 만든 보안교를 본다. 작은 개울에도 다리를 만들어 절을 찾는 신도들을 배려해 주었을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일주문은 새로 만들었는지 단청도 없고 현판도 없다.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고 썰렁한 기분이 든다.
절에 가기까지는 몇 기의 부도탑을 만난다. 보물로 지정된 혜련부도는 웅장함이 있으나 아름다움이나 큰 감동은 밀려오지 않는다. 옛날의 영화가 아쉬운 듯 조금 몸을 기울고 있다. 종모양의 사리탑은 균형미가 잡히고 기단석에는 동물 문양으로 장식을 하여 기품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사리탑은 제 짝을 잃어버린 옥개석 2개를 머리에 이고 있다.
유마사는 6·25전쟁 때 불타 없어졌다가 근래에 다시 지어졌다. 새로 지은 깨끗한 절집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주인을 잃은 듯한 옛 절집이 눈에 들어온다. 맞은편에 서 있는 대웅전은 주변에 더 큰 건물들이 들어서서인지 얌전하게 앉아 있는 듯하다. 절집 한켠에 있는 감나무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주렁주렁 달려 있다.
산행 시작은 절집 맞은편으로 올라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용문재로 가는 길은 군에서 생태숲을 만든다고 산길을 넓혀 놓고 바닥에 나무 조각들을 깔아 놓았다. 푹신푹신하다. 등산로 주변으로 간벌을 해서인지 시원하게 보이지만 생태숲으로는 보이지 않고 보여주기 위한 숲을 만든 것 같다. 용문재에 다가설 즈음 하늘로 쭉쭉 뻗은 푸르른 잣나무 숲길을 만난다. 메마른 겨울 산 속에서 촉촉하게 감싸는 포근한 분위기는 애들도 힘이 나는지 즐거워한다.
한 시간 정도 숲길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올라서니 용문재다. 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다시 정상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간다. 날이 추워서인지 등산객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 큰 산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다. 가끔씩 만나는 조릿대 숲길을 빼면 온통 은빛으로 빛나는 겨울나무들과 이야기하면서 올라가야 한다. 눈 덮인 산이 아니라도 겨울산을 충분히 느끼고도 남는다.
그렇게 50분 정도 더 가니 정상표지석이 보인다. 모후산(母后山, 918m)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이곳까지 왔다가 산이 어머니 품속과 같다고 하여 모후산이라고 하였다고도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사방으로 거칠 것 없이 펼쳐진 풍경과 함께 멀리 눈 덮인 무등산이 보이고, 가깝게는 백아산이 보인다. 그리고 발 아래로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주암호가 흐르고 있다.
추위에 떨면서 점심을 해결하고 중봉 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내려섰다. 주차장에서 안내하는 분들이 집게봉으로 내려오라고 했는데, 중봉에서 집게봉까지는 1킬로미터를 더 가야 한다. 계산상으로는 중봉에서 내려오는 게 편할 것 같아 내려섰는데, 길이 아래로 내리 달린다. 안내하시는 분들의 말을 들을 걸 그랬다는 후회와 함께 급경사지대를 30여분 힘들게 내려오니 계곡과 만난다. 계곡은 화려한 가을의 흔적들을 남긴 채 아쉬운 듯 물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길을 따라 내려오니 용문재 올라가는 길과 만난다.
유마사에 다시 들러 시원한 물 한모금을 마신다. 마음이 시원해지는 걸 느낀다. 추운 날씨에 겨울산행을 걱정했었는데, 어머니 품속을 거닐다 내려온 기분이다.
주암호를 지나 유마사 이정표를 보고도 한참을 들어간다. 요즘은 쉽게 만나기 힘든 산골 풍경이 펼쳐진다. 담에는 선거열기를 알리는 벽보가 마을을 장식하고 있다. 주차장은 전에 논이었던 곳에 자갈을 깔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주차장은 풍경의 일부분이 되었다. 군청직원들인지 웃으면서 친절하게 맞아 준다. 산에 가시는 거냐고 물으면서 등산지도와 함께 등산로 설명도 아끼지 않는다.
▲ 주차장에서 바라본 풍경 ⓒ 전용호
유마사로 들어가는 길에 통돌로 만든 보안교를 본다. 작은 개울에도 다리를 만들어 절을 찾는 신도들을 배려해 주었을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일주문은 새로 만들었는지 단청도 없고 현판도 없다.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고 썰렁한 기분이 든다.
▲ 유마사 보안교 ⓒ 전용호
절에 가기까지는 몇 기의 부도탑을 만난다. 보물로 지정된 혜련부도는 웅장함이 있으나 아름다움이나 큰 감동은 밀려오지 않는다. 옛날의 영화가 아쉬운 듯 조금 몸을 기울고 있다. 종모양의 사리탑은 균형미가 잡히고 기단석에는 동물 문양으로 장식을 하여 기품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사리탑은 제 짝을 잃어버린 옥개석 2개를 머리에 이고 있다.
▲ 절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리탑 ⓒ 전용호
유마사는 6·25전쟁 때 불타 없어졌다가 근래에 다시 지어졌다. 새로 지은 깨끗한 절집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주인을 잃은 듯한 옛 절집이 눈에 들어온다. 맞은편에 서 있는 대웅전은 주변에 더 큰 건물들이 들어서서인지 얌전하게 앉아 있는 듯하다. 절집 한켠에 있는 감나무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주렁주렁 달려 있다.
▲ 유마사 ⓒ 전용호
산행 시작은 절집 맞은편으로 올라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용문재로 가는 길은 군에서 생태숲을 만든다고 산길을 넓혀 놓고 바닥에 나무 조각들을 깔아 놓았다. 푹신푹신하다. 등산로 주변으로 간벌을 해서인지 시원하게 보이지만 생태숲으로는 보이지 않고 보여주기 위한 숲을 만든 것 같다. 용문재에 다가설 즈음 하늘로 쭉쭉 뻗은 푸르른 잣나무 숲길을 만난다. 메마른 겨울 산 속에서 촉촉하게 감싸는 포근한 분위기는 애들도 힘이 나는지 즐거워한다.
▲ 잣나무 숲길 ⓒ 전용호
한 시간 정도 숲길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올라서니 용문재다. 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다시 정상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간다. 날이 추워서인지 등산객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 큰 산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다. 가끔씩 만나는 조릿대 숲길을 빼면 온통 은빛으로 빛나는 겨울나무들과 이야기하면서 올라가야 한다. 눈 덮인 산이 아니라도 겨울산을 충분히 느끼고도 남는다.
▲ 은빛으로 빛나는 모후산 정상 ⓒ 전용호
그렇게 50분 정도 더 가니 정상표지석이 보인다. 모후산(母后山, 918m)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이곳까지 왔다가 산이 어머니 품속과 같다고 하여 모후산이라고 하였다고도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사방으로 거칠 것 없이 펼쳐진 풍경과 함께 멀리 눈 덮인 무등산이 보이고, 가깝게는 백아산이 보인다. 그리고 발 아래로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주암호가 흐르고 있다.
▲ 조계산을 사이로 흐르는 주암호 ⓒ 전용호
추위에 떨면서 점심을 해결하고 중봉 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내려섰다. 주차장에서 안내하는 분들이 집게봉으로 내려오라고 했는데, 중봉에서 집게봉까지는 1킬로미터를 더 가야 한다. 계산상으로는 중봉에서 내려오는 게 편할 것 같아 내려섰는데, 길이 아래로 내리 달린다. 안내하시는 분들의 말을 들을 걸 그랬다는 후회와 함께 급경사지대를 30여분 힘들게 내려오니 계곡과 만난다. 계곡은 화려한 가을의 흔적들을 남긴 채 아쉬운 듯 물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길을 따라 내려오니 용문재 올라가는 길과 만난다.
▲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 ⓒ 전용호
유마사에 다시 들러 시원한 물 한모금을 마신다. 마음이 시원해지는 걸 느낀다. 추운 날씨에 겨울산행을 걱정했었는데, 어머니 품속을 거닐다 내려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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