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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편파방송' 쇼를 멈추게 하라

황당하고 조잡한 '<시사기획 쌈> 편파성' 시비... 방송심위위가 기각해야

등록|2007.12.11 15:33 수정|2007.12.11 15:37

▲ KBS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의 한 장면. ⓒ KBS 홈페이지

12일 오후 3시, 방송위원회 '제17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박영상, 이하 선거방송심의위)'는 9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지난 6일 열린 8차 회의에서 11월 22일 MBC-FM <손석희의 시선집중> '에리카 김 씨 인터뷰 편' 등 3개 프로그램에 대해 '주의' 및 '조치'를 내렸다.

우리 단체는 이날 심의결과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줬다는 측면을 간과한 채 기계적 균형만을 감안한 것임을 지적하고, 이러한 조치가 이번 선거방송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12월 5일 방송위원회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에 "KBS1 <시사기획 쌈> 12월 3일 방영분 '대선후보를 말한다 - 무신불립(無信不立)'편 (이하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이 편파방송"이라는 불만을 접수시켰다.

시청자불만처리위원회는 12월 6일 회의에서 선거와 관련된 방송보도에 대한 불만내용은 모두 선거방송심의위로 이첩된다는 원칙에 따라 이 사안을 선거방송심의위로 이첩 결정했다. 따라서 내일 9차 회의에서는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편파방송"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우수 보도 

한나라당이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을 편파적이라며 근거로 제시한 것은 ▲ 전체 방송시간 50분 가운데 20분 35초를 이명박 후보에게 할애한 점 ▲ 다른 후보들은 2개의 비판적 아이템을 방송하면서 이 후보에 대해서는 서초동 땅·자녀문제·BBK·차명후원금 등 5개의 비판적 아이템을 방송한 점 ▲ KBS가 뉴스프로그램에서는 정동영·이명박·이회창 순서로 방송하면서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명박 후보를 먼저 방송한 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방송을 평가한 결과,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은 대선 후보 4인의 도덕성과 각 후보의 인물과 캠프구성 진 등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대선후보 인물 검증'이라는 민감하고도 어려운 사안을 효과적이며 공정하게 제시한 우수한 프로그램이었다.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은 이명박·이회창·정동영·문국현·권영길 후보의 과거 문제 있는 이력을 끄집어내고 이에 대한 후보들의 '말 바꾸기' 행태를 꼬집었다. 또 각 후보들의 고액기부자 및 지지자들의 특성, 선대위 구성 등을 분석해 누가 각 후보들을 지지하고 후원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여러 분야에 걸쳐 각 후보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 93년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재산을 축소 신고한 것이 드러났고, 세금을 깎아달라는 소송까지 벌여 패소했음을 보여준다. 또 여러 증거들을 통해 서초동 자신의 건물에 자녀들을 위장취업 시킨 것과 '탈세' 행위를 고발했다.

방송은 은행 이자보다 못한 임대소득을 올려 이를 축소신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지적했으며, 이 후보가 BBK를 직접 홍보한 여러 언론인터뷰와 BBK 명함을 사용한 증거를 보여주고, 이 후보의 '말 바꾸기'를 지적했다. 

'이명박'을 많이 비판한 것이 '편파'? 부끄러워할 줄 알아라

그러나 이러한 도덕성 검증은 이명박 후보에게만 해당된 것이 아니다.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는 전두환 정권 시절 MBC 기자로 일하면서 정권홍보 기사를 썼던 것과 이에 대해 정 후보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회피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또한 정 후보가 평준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자녀는 특수목적고와 미국 명문사립고에 유학 보낸 점을 비교해서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도 두 번의 대선 실패와 '차떼기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했음에도 다시 복귀한 문제를 지적하고, 이회창 후보의 "책임을 다했다"는 발언을 내보냈다.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는 120만원을 받고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두 딸의 명의로 된 주식과 예금·증여세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이에 대한 문 후보의 해명을 전했다. 권영길 후보는 특별한 의혹은 없었지만 대중 지지도를 확장하지 못했다고 지적해 오히려 편파적인 느낌을 줬다. 

▲ KBS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의 한 장면. ⓒ KBS 홈페이지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의 이 같은 인물에 대한 신뢰성 검증은 큰 의미가 있다.

방송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빠른 성장으로 인해 부패의 고리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한 불안정성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부터 불법과 비리에 연루되어 있고, 일상적으로 말 바꾸기를 한다면 그 나라의 법치와 국정운영의 원칙이 무너지게 될 것이며 이는 국민의 불행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의 대통령은 누구보다 최고의 도덕성을 가진 인물이 돼야 할 필요가 더욱 절실하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다른 후보보다 비판할 과거 이력이 많다는 점을 부끄러워하고 여러 불법행위에 대한 이 후보의 '말 바꾸기'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지는 못할망정, 다른 후보보다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편파방송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방송의 입부터 틀어막아버리려는 오만방자한 행태에 다름 아니다.


"심의규정 어기지는 않았지만 부정적 보도 막아보려고"

한겨레 12월 5일 <한나라, 후보검증보도 또 제소(유신재 기자)>의 보도에서는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선대위 관계자가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선거방송 심의규정을 어겼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방송위원회 제소는 대선이 며칠 남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계속 이어지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최대한 막아보려 하는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이명박 후보의 순서가 뉴스프로그램과 달라져 '편파적'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한 것은 황당하고 조잡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이명박 후보가 두 번째 순서에 배치됐다면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것인가. 시사프로그램까지 기계적 형평성을 맞추라고 운운하는 집단의 구시대적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또한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은 각 후보의 500만 원 이상 고액 기부자의 특성을 분석했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장치인 만큼 이를 공개하고 분석한 것은 적절했다.

방송은 정동영 후보에 대한 고액 정치자금을 기부를 분석한 결과, 직업 중 변호사가 가장 많았고, 지역으로는 호남 64%-전주 31%이며, 전주고 출신이 2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 특정기업의 대표이사나 임직원이 몰아서 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로 고액기부자들은 우리은행·승보광고 관련자가 많았으며, 천신일 고려대 교우회장이 대표로 있는 세중나모 등에 집중됐다.

이 방송분 중 한나라당이 주장한 '차명 후원 의혹을 제기하는 불리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고액기부자들이 인적사항을 제대로 기입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마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으로 분류한 한나라당의 반응은 오히려 정말 '차명 후원'이 있어서 켕기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자아낼 뿐이다.

'차명후원 의혹' 얘기 안했는데... 한나라당, 제발 저렸나?

이처럼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은 편파성 시비는커녕, 프라임시간대에 재방송을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방송을 통해 각 후보의 면면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신중하게 투표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등의 호평이 시청자게시판에 이어지고 있다.

우리 단체는 이렇게 명백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내일 선거방송심의위에서 이 방송에 대해 편파성을 인정하는 결과가 도출될지 모른다는 언론․시민단체의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높은 현실이 암울하기까지 하다.

만약 선거방송심의위가 또 다시 정당한 검증보도의 가치를 묵살한 채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에 대해 기계적 균형만을 문제 삼아 제재조치를 결정한다면 선거방송위원회위의는 한나라당, 보수신문과 더불어 환상의 '방송 재갈물리기 3인방'으로 전락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방송이 나오고 있다며 사사건건 선거방송심의위를 찾고, 선거방송심의위는 이에 징계 조치로 '화답' 하고 보수신문은 이를 보도하여 '지상파 죽이기'에 골몰한다는 비판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선거방송심의위가 이들 방송의 편파성에 대해 '기각 처리'라는 현명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기대한다.

특히 내일 9차 회의는 19일 선거 이전에 열리는 마지막 회의이다. 따라서 이번 9차 회의에서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고 26일 회의에서 결정하려 한다면, 그 역시 문제가 있다. 결정을 미루는 것은 결국 선거보도 관련자들로 하여금 결론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기 검열을 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에 대한 심의결과가 내일 회의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KBS <시사기획 쌈 '무신불립' 편>의 한 장면. ⓒ KBS 홈페이지


<시사기획 쌈>을 제2의 <시선집중>으로 만들지 말라

한편 우리는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지원단에 대해서도 한 가지를 당부한다.

KBS <시사기획 쌈 '이미지 선거'편> 제작진은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선거방송심의위의 논의 대상이었으며, '주의 조치'가 취해진 것을 전혀 몰랐으며 당연히 의견진술을 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지원팀에서는 방송법 100조 5항에 근거해 '주의 또는 권고' 조치에 대해서는 의견청취를 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답변했다.

'제재조치 등' 에 대한 규정인 방송법 100조 1항은 "심의규정 등의 위반 정도가 경미하여 제재조치를 명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 또는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책임자나 관계자에 대하여 권고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1호 '시청자에 대한 사과', 2호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정정·정 또는 중지', 3호 '방송편성책임자·해당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4호 '주의 또는 경고'라고 명시되어 있다.

더불어 5항에는 "방송위원회는 제1항 제1호 내지 제3호의 규정에 의한 제재조치를 명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다만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방송위원회는 이에 따라 4호에 해당하는 '주의 또는 경고' 조치를 건의할 때에는 당사자의 의견 진술 기회에 대한 의무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규칙> 제12조(당사자등의 의견진술) 1항에서는 "심의위원회가 제11조제1항의 시정 및 제재조치를 정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리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제11조제1항에는 “심의위원회는 선거방송의 내용이 심의기준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방송법' 제10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제재조치를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방송법 제10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제재조치 1호~4호의 경우 모두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당사자의 의견은 쏙 뺀 심의... 상식적 절차를 밟아야

우리 단체는 모든 선거방송 심의에서 당사자의 의견 진술을 반드시 듣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한 주장을 위해 <방송법>과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규칙> 중에서 어느 것을 적용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인가라는 법리논쟁을 펼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시선집중>이나 <시사기획 쌈> <PD수첩> 등과 같이 선거보도의 공정성․형평성 등을 적용하는 다소 민감한 사안일수록 충분히 당사자의 의견 진술을 듣는 등 충분한 논의와 절차를 걸쳐서 결정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지원팀이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일수록 '주의·경고·권고' 등의 조치를 취하기 전에 당사자 의견 진술 기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식적 절차'를 적절히 진행해주기를 바란다.

현재 한나라당은 다스와 관련한 에리카 김 인터뷰를 담은 MBC <PD수첩> 12월 4일'‘검찰수사발표 임박-BBK의 진실은?'까지 시청자불만위원회에 접수시킨 상황이다. 따라서 이 방송에 대한 논의 역시 9차 또는 10차 회의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17대 대선 선거방송심의위'는 미디어 선거시대의 선거방송을 심의할 '기본 자격'이 있는가라는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유권자가 마땅히 알아야 할 정보들이 방송에서 활발하게 제공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 이번 회의에서 반드시 반영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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