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같은 검은 만리포, 그러나 희망이
[현장르포] 수작업으로 기름 제거... 자원봉사자의 역할 커
▲ 처참하게 변한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 기름으로 뒤덮인 쓰레기가 곳곳에 버려져 있다. ⓒ 이윤석
▲ 왼쪽 : 기름으로 뒤덮인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의 모래사장. 오른쪽 :방제작업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이 기름으로 뒤덮인 모래사장을 보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이윤석
해안가 근처에는 각종 중장비를 실은 군용차와 경찰차 등이 한데 엉켜 있었고, 상공에는 육군 소속의 헬기가 저공비행하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수작업으로 기름 제거... 바닷물 나가면 다시 뒤덮여"
방제작업에 참여한 인근지역 상인대표 임회진(56)씨는 "모래사장을 뒤덮은 기름은 쓰레받기 등을 이용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할 수밖에 없어 어려움이 많다"면서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면 다시 기름에 덮이는 걸 알면서도 모래사장에 기름이 스며드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를 바라보는 거주민들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만리포 해수욕장 근처에서 살았다는 김윤성(53)씨는 "언론에서 만리포를 죽음의 바다라고 부르며 복구에 10년 이상 걸린다는 기사를 보고 절망했다"면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이주라도 해야 될 것 같다. 제발 도와 달라"고 절규했다.
그나마 그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낼 수 있는 데는 군·경 인력을 제외한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있었다. 이날 하루에만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태안을 찾아왔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미지(25)씨는 "뉴스를 보고 직접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서울서 버스를 타고 왔다"며 "처음 왔을 때는 생각보다 처참한 상황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자원봉사를 결심한 뒤 환경부 등 정부기관 홈페이지를 방문했는데 어떠한 정보도 없어 결국 시민단체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어 자원봉사를 할 수 있었다"며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구세군을 통해 자원봉사를 하게 된 김미숙(40)씨는 "아이들이 뉴스에서 검게 변한 만리포 해수욕장의 모습을 보고 우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하루 빨리 바다가 원상복구 되어 아이들과 함께 놀러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만리포 해수욕장 근처에 거주하는 김혜자(63)씨는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온몸에 기름 묻히면서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려고 하겠냐"며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왼쪽 :쓰레받기를 이용해 기름을 제거하는 모습. 기름으로 뒤덮인 모래사장 위에는 중장비가 진입할 수 없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오른쪽 : 자원봉사에 나선 대학원생 이미지(25)씨가 기름통을 비우고 있다. 그녀는 "서울에 가면 친구들에게도 자원봉사를 권유할 생각"이라며 밝게 웃었다. ⓒ 이윤석
▲ 왼쪽 : 자원봉사자들과 경찰이 기름통을 옮기는 모습. 해안가의 임시 기름저장소로 옮겨진 기름은 탱크로리에 실려 인근의 정유회사로 보내진다. 오른쪽 : 만리포를 애찬하는 내용이 적힌 '만리포사랑 노래비' 옆을 기름 제거작업을 끝낸 한 자원봉사자가 지나가고 있다. ⓒ 이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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