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지역언론 욕해도 좋다, 그러나 좀 보고 말해라"

지역 대안언론 월간지 <열린전북> 운영진을 만나다

등록|2007.12.12 13:32 수정|2007.12.12 14:02

▲ 열린전북 운영진들 ⓒ 박창우


“지역의 참 언론이 되겠다”며 대안언론의 닻을 올린 지 8년이 지났다. 늘 난항이었다. 운영의 어려움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닻을 내릴까 생각한 적도 많았다.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끝까지 한 번 해보자’로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열린전북’은 지금까지 왔다.

지난 99년 창간한 월간지 열린전북은 지역 대학교수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역언론이 제 역할을 못해낸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왜곡되지 않고 축소되지 않은 소리들을 들을 수 있도록 대안매체의 몫을 자처했으며, 올해 여덟 살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언론을 만들자는 의미를 가지고 출발해, 40여명의 창간위원들이 자비를 털어 운영기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경영구조가 갖춰지지 않아 한계에 부딪혔고, 발행을 중단할까 생각한 적도 몇 번이다.

그럼에도 열린전북은 지역의 독특한 매체로서 계속해서 ‘할 말은 하는’ 대안언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달 30일 열린전북의 윤찬영(전주대 사회복지학과) 발행인, 채수홍(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편집위원장, 오일석(전북대 전자정보공학부) 운영위원장을 만나 보았다.

윤찬영 발행인 "광고 없는 열린전북이 목표"

▲ 발행인: 윤찬영 교수 ⓒ 박창우

- 창간멤버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발행인을 맡게 됐으며, 열린전북이 걸어온 지난 8년을 되돌아보는 감회가 어떻습니까.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어요. 처음엔 ‘우리가 돈을 내고 자유롭게 글을 쓰자’라면서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을 했죠. 기존 지역 언론이 자본과 권력에 자발적 예속을 하면서 관의 도구화가 돼갔어요.

우리는 대안언론을 내세웠죠. 하지만 쉽지 않았죠. 수익구조가 없는 상황에서 창간멤버들의 기부금만으로 잡지를 발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교수들이 주로 글을 쓰다 보니 독자들이 느끼는 한계도 있었을 테고요.

그래서 발행인이 몇 번씩 바뀌었고, 편의상 나누기를 1기, 2기, 3기로 나누는데, 지금의 3기 체제에 이르렀어요. 제가 창간 멤버였는데, 그동안 해온 일이 없었어요.

열린전북이 그동안 어려운 길을 걸어오는데 도움이 되지못한 죄의식도 있고, 다른 교수님들의 추천과 권유도 있고 해서 빚을 갚는 심정으로 발행인을 맡게 됐습니다. 그 후로 편집체계도 다시 세우고, 경영 마인드도 다시 바로잡고, 잡지다운 잡지를 만들어 보자는 의미로 내부 조직을 개편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계속 잡지를 발행하는데 있어서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것으로 보입니다. 열린전북에서 생각하는 수익구조가 있나요?
"우리가 재정적으로 수입을 추구하는 것은 잡지를 발행하는데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서예요. 물론 상황이 좋으면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고요. 현재로선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유료독자를 늘리는 것과 광고수익이죠.

우리의 초점은 전자예요. 개미의 힘으로 뭔가를 이뤄보자는 것이 우리의 취지인데, 유료독자를 늘려 그것만으로 수익을 담보하기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죠. 그래서 광고를 받고 있지만 나중에는 광고 없는 열린전북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광고는 큰 액수로 수입이 들어오는 것이고, 구독료는 지속적으로 들어오지만 액수가 적어요.

그렇지만 결국 열린전북을 이끌어 가는 힘(돈+힘)은 결국 유료독자죠. 우리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추구하기 때문에 독자도 우리의 회원이고, 글 쓰고 후원금 내는 후원자들도, 광고주들도 모두 우리의 회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1년에 한 번씩은 총회 때 모든 회원들을 모시고 모임을 갖고 있죠.

현재는 약간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변화를 위해 투자한 비용들이 상당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상쇄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 앞서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추구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사회적 기업은 저소득 근로자층을 위해 정부가 만든 비영리 기업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점을 추구하신다는 거죠?

"우선 사회적 기업에 대한 설명부터 드릴게요. 기업은 영리가 목적이고 시민사회단체나 사회복지 단체는 비영리 기관인데, 이 두 개를 동시에 아우르는 것을 사회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노동부에서 법도 만들고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죠.

물론 열린전북이 법적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할 순 없어요. 왜냐하면 법적으로 사회적 기업은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방법으로써 생겨난 기업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거든요. 하지만 학술적 개념의 사회적 기업 관점에서 보면 열린전북이 하나의 유형이 될 수가 있어요.

우리는 비영리 공익의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하지만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들어가요. 매출도 내야 하고, 소득만큼 세금도 내야 하고, 사원도 고용해야 하고…. 결국 기업의 방식을 이용하는 거죠. 하지만 언론기업이 영리를 추구하면 그것은 이미 언론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의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언론 자체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고,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은 자체 조달을 해야 돼요. 자부담 아니면 기업방식으로. 열린전북은 자부담 방식으로 시작했다가 금방 한계에 부딪혀 기업으로 전환한 거예요. 그렇지만 돈을 번다고 해서 그것을 개인이 가져가면 안 되고 재투자해야죠. 뭐 아직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하하."

채수홍 편집위원장 "중앙과 서울에 대한 대안언론"

▲ 편집위원장: 채수홍 교수 ⓒ 박창우

- 대안 언론을 표방하고 나섰고, 앞서 말씀해주신 윤찬영 교수도 대안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셨습니다. 편집위원장의 입장에서 볼 때 열린전북이 추구하는 대안언론은 무엇으로부터의 대안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날카롭네요.(웃음) 사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제1의 화두이기도 해요. ‘무엇에 대한 대안인가?’란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습니다.

창간할 당시엔 지방언론의 한계를 극복해서 관에 대한 비판이 대안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게 별 의미가 없더라고요. 점점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우리는 지역매체이고, 독자도 지역민이기 때문에 우리의 기사는 중앙과 서울에 대한 대안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우리는 그 문제가 우리 지역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주목하는 거죠. 예를 들어 대통령선거와 한미FTA 얘기를 하더라도, 그로인해 우리 지역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이야기하자는 것이에요. 그래서 고칠 게 있으면 고쳐나가야 한다고 외침을 주는 것,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이 대안언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대안이란 개념은 시간이 지나고 사회가 변하하는 것에 맞춰 계속 변해갈 것입니다."

- 열린전북에서 추구하는 시민저널리즘이란 무엇이며, 실제 시민들이 참여하는 정도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전에는 필자의 대부분이 교수나 지식인 위주였어요. 그래서 열린전북에 실리는 글 대부분이 어렵다는 평을 받았죠. 우리가 보기에도 너무 지루했죠. 아, 지루하다는 의미는 재미가 없었단 뜻이에요. 그래서 ‘우리 스스로에게 다가올 수 있는 글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우리 독자들 중에서 일반 시민들은 우리글을 어떻게 봤을까하는 자성과 성찰로 이어졌죠.       

그 뒤로는 많은 시민들로부터 글을 받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쉽지는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취재를 하는 것과 직접 글을 받는 것에는 차이가 있어요. 예를 들어 택시기사가 느끼는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 기사를 쓰기 위해 그 분을 취재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직접 글을 써달라고 하면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직접 글을 받는 것보다는 취재기사를 통해 시민들의 여론을 많이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죠. 물론 예전보다는 직접 글을 써서 참여하는 시민 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묵묵히 운동하시는 분들, 각종 시민단체 사람들의 이야기, 농촌의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살아가는 이야기 등, 이런 것들이 모두 우리가 추구하는 시민저널리즘입니다."

-지금껏 이야기 하셨던 대안매체로서 혹은 시민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지역매체로서의 열린전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사는 어떤 것이 있는지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시겠어요.

"대부분의 매체가 그렇겠지만, 우리 열린전북도 편집장이 바뀌고 많은 논의를 거치면서 편집방향이 계속 변해왔어요. 전에는 정치적인 비판을 통해 지역에 메시지를 던지는 그런 글들이 많았죠.

최근에는 지역의 관심사를 지역사람들의 시각으로 풀어가자는 논의가 많이 진행돼 실제 기사들도 그렇게 작성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서 직접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취업과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입을 통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인데, 자립형 사립고인 상산고의 한 선생님이 직접 써주신 글이에요. 우리는 그동안 자립형 사립고에 대한 비판기사만 주로 다뤘는데, 막상 그 선생님의 글을 보니 열린전북에서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가령 그곳에 있는 아이들의 고민이나 방황, 걱정 등. 누구보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 아이들의 노력이 선생님의 글에는 잘 나타나 있었습니다. 무조건 공부 잘하고, 공부에만 미친 아이들이란 선입관을 씻어 줬어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 잘 몰랐던 분들도 기사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셨고요."

오일석 운영위원장 "지역 대안언론의 네트워크 필요하다"

▲ 운영위원장: 오일석 교수 ⓒ 박창우

- 홈페이지를 담당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소리나 선샤인뉴스는 인터넷을 통해 대안언론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존재하는 다른 대안언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
일단, 대안언론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열린전북의 경우 필자나 운영진들이 대부분 교수들이다 보니 그 타깃 층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어요.

쉽게 얘기하면 40, 50대 들이 주 독자거든요. 그런데 선샤인뉴스의 경우 젊은 학생들이 만드니까, 기사도 감각적이고, 디자인도 세련되고 해서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참소리는 참소리 나름대로 색깔이 있고요.

오프라인으로 발간되는 대안언론은 열린전북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데, 타 지역에는 없는 우리지역의 독특하고 고유한 상품이 돼가고 있습니다.

10년만 넘기면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대신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인데, 진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참소리와의 연대 혹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샤인뉴스와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교환이나 공동 기사 게재, 아니면 서로 링크를 걸어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 대안언론들의 연대, 참 좋은 발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미 열린전북은 몇 년 전 ‘참소리’와 통합 논의가 오가다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난 2004년 열린전북은 월간지라는 성격상 지역현안을 이슈화하는데 미흡했다는 자체반성을 통해 기존의 홈페이지를 웹진 형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열린 토론의 장을 쌍방향 소통구조로 만들기 위함이었죠. 그러던 찰나, 참소리 측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통합에 합의했죠.

통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콘텐츠를 교환하는 등 도움을 주고받았습니다. 열린전북은 인터넷 매체를 동해 기동성 있는 모습을 보이려 많이 노력했죠. 인터넷에 올라간 기사들 중에서 좋은 것은 오프라인 잡지에 싣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런 과정을 거치는 중간 중간에 매체 자체가 마비되는 일들이 생겼습니다. 각 조직이 맞지 않는 성격도 있었고, 역량이 안 되는 상태에서 그 취약점이 반복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통합논의가 무산으로 돌아갔죠. 대신 열린전북은 그 후에 수동적인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욕을 해도 보고나서 욕 해달라"

- 끝으로 열린전북을 지켜보는 독자와 지역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찬영 발행인 : "열린전북 내부엔 항상 두 가지 의견이 있어요. 정통정론을 가야 한다는 의견과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 쉽고 재미있게 가야 된다는 의견. 그래서 누가 편집을 하느냐에 따라 컬러가 많이 바뀌어요. 그런 면에서 진짜 ‘열린’전북이죠.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열린전북은 우리 지역의 독특한 매체예요. 질이 떨어진다거나 재미가 없다거나, 혹은 투박하다거나, 어떤 욕을 해도 좋아요. 하지만 보면서 욕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역매체에서 지역얘기하면 안 듣고, 중앙지를 통해 지역얘기하면 그때서야 조금이나마 알려지는 게 지금의 지역 현실이에요.

그래서 더욱 오기가 생겨요. 분명 가치 있는 일이고, 지금은 비록 힘들어도 지역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 잡지라고 생각을 합니다.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으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열린전북을 봐주셨으면 해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선샤인뉴스(sun4i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