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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미 중의 별미, 밤묵 만들기

집 뒷산에서 밤을 주워다 밤묵을 만들어 보았다

등록|2007.12.12 11:38 수정|2007.12.12 11:38

▲ 토실토실한 알밤을 까기 시작한다 ⓒ 안부섭


▲ 밤을 믹서에 가는 남편 ⓒ 안부섭


"여보, 우리 지난번 책에서 보았던 밤묵 한 번 만들어 볼까?" 하고 TV를 보던 남편이 문득 생각이 났던지 제안을 해온다.

도토리나 고구마는 전분을 직접 만들어서 묵을 만들어 보았는데, 밤묵은 한번도 만들어 보질 않아서 선뜻 대답을 못했다. 남편이 말했다.

웰빙식품  책에서 보았던 방법대로 하면 될 것 같으니까 한번 시도해 보자고 재촉을 해서 둘이 힘을  모아 만들어 보자고 했다.

올해는 밤풍년이 되어서 뒷산에 올라가 밤을 많이 주워다가 김치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난로에 구워 먹기도 하고  삶아 먹기도 했다.

남편과 둘이 밤을 4Kg 정도 껍질을 까서 보관해 둔 밤이 있었다. 양이 많으면 방앗간에 가서 빻아야 하지만 집에서 믹서에 갈 수 있는 양이어서 남편이 믹서에 갈아주는 수고를 자청해서 해주었다.

도토리묵도 처음부터 도토리를 주워다가 만드려면 여러가지 공정을 거쳐야만 맛있는 묵을 만들 수 있는데, 밤묵도 마찬가지로 손길이 많이 가는 정성이 깃들어야 되는 식품이다.

▲ 믹서에 간 밤을 자루에 넣어 걸러내기 ⓒ 안부섭


귀농해서 시골에 산 지 3년차인데 남편은 힘든 일들을 기꺼이 도와주어서 밤묵 만들기도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만들 수 있었다. 믹서에 간 밤을 자루에 넣어 물을 섞어가며 짜내야 한다. 짜내는 과정을 여러 번 하면 뽀오얀 빛깔의 전분이 빠져 나온다. 처음해 보는 과정들이 신기해서 나는 사진찍기 바빴지만 남편은 힘이 드는 표정이었지만 즐겁게 일을 했다.

▲ 밤전분과 물의 비율은 1:7 이다 ⓒ 안부섭


자루에 넣어 걸러낸 전분은 물과 전분이 분리되어 가라앉도록 자주 물을 바꾸어 주면서 윗 물이 말갛게 되면 물을 완전히 버리고 전분은 분리해내서 한지나 종이에 펼쳐 널어놓는다.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는 집안에서 일주일 정도 말리면 다 마른다. 준비해 두었던 전분이 있었으니 이젠 밤묵을 쑤어보는 차례이다.

▲ 물과 섞은 전분으로 밤묵쑤기 ⓒ 안부섭


밤녹말과 물의 비율을 1:7로 잘 섞어 나무주걱으로 저어가면서 묵을 쑨다. 센불에서 20분정도 저어가면서 끓이면 묵이 응고가 된다. 불을 중불로 줄여서 다시 10분 정도 저으며 더 끊인다. 불을 끄고 10분 정도 뜸을 들인 후 사기 그릇이나 유리 그릇에 옮겨서 식힌다.

▲ 밤묵이 완성 되었다 ⓒ 안부섭


"와우~~ 정말 밤묵이 탄생되었네."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라서 걱정을 했었는데 우려와 다르게 훌륭한 밤묵이 탄생되어서 우리부부는 힘든 과정에서 얻어진 밤묵을 보며 신기해 하였다. "자, 이제는 시식을 해보아야지"라는 남편 말에 나는 얼른 양념간장을 만들어 밤묵과의 설레는 첫 만남을 준비했다.

▲ 쫀득한 맛은 아니지만 구수한 맛이었다 ⓒ 안부섭



짜잔~~~밤묵의 맛은 과연 어떨까? 남편과 서로 먼저 먹어 보라고 권하다가 같이 먹어 보면서 맛을 보기로 했다. 도토리묵이나, 고구마묵처럼 쫄깃한 맛은 아니었다. 약간 쌉싸름한 맛이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우리 부부가 공을 들여 만든 묵이라서 그런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묵이라고 서로 칭찬하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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