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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 잃은 학생들, 기름 제거 나서

수능 마친 고3 학생 위주 자원봉사 참여... 암담함에 아이들도 ‘허걱’

등록|2007.12.13 16:22 수정|2008.01.17 11:46

뚝방에도 기름여학생들이 방제복을 입고 헌옷을 이용하여 뚝방에 뭍은 기름을 제거하는 모습 ⓒ 정대희

엄마 아빠 함께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바닷가 돌에 뭍은 기름을 헌옷을 이용하여 제거하는 모습 ⓒ 정대희


최악의 기름유출사고로 고통을 겪고 있는 태안에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오전 9시에는 태안군에 위치한 태안고등학교(교장 조한관)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모, 동차회원, 운영위원 등 600여명이 현장을 찾아 기름제거 작업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전·현직 태안고등학교인들은 사고발생 7일째임에도 부구하고 아직까지 사람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기름제거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소원면 개목항을 찾았다. 이들은 헌옷과 부직포를 이용해 기름으로 범벅 된 뚝방과 바닷가 돌들에 뭍은 기름을 제거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봉사에 나선 국진철(18·3학년) 학생은 "신문이나 뉴스로 보도된 내용보다 현실은 더욱 참담한 것 같다"며 "바로 옆 짝궁집도 파도리에서 크게 양식장을 하고 있는데 이번 기름유출사고로 집안 사정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비록 오늘 날씨가 꽤 춥기는 하지만 하루 빨리 기름을 없애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에 열심히 땀 흘려 일하겠다"고 말했다.
황아무개(18·2학년) 학생도 "우리집도 전복 양식을 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며칠 전부터 잠도 잘 못 주무시고 있다"며 "나도 수능을 마치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이번 사고로 인해 못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털석 앉아서여학생들이 바닥에 털석 주저 앉아 헌옷을 이용하여 바닷가 돌에 뭍은 기름제거 하는 모습 ⓒ 정대희

깨끗히 없애라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함께 뚝방에 뭍은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 ⓒ 정대희

비교적 따뜻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어제(12일) 발효된 풍량 주의보로 인해 자원봉사자들은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봉사자들은 "약 1시간만 작업을 해도 손이 얼어버려 작업을 할 수가 없다"며 "근처에 불을 지펴서라도 손을 녹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자원봉사 활동을 위해 태고 학부모 및 위원회에서는 안전 마스크 600여개와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태안교육청에서도 봉사단 수송을 위해 스쿨버스를 지원해줬다.

조한관 교장은 "지금 태안은 기름유출 사고로 삶의 터전이 초토화된 상황으로 우리 학생들 가정에도 많은 영향이 끼치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삶에 터전에서 검은 기름이 제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들과 잠시 책을 덮고 방학까지 반납하고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쪼록 모든 자원봉사자들이 애쓴 결과가 좋은 결실로 맺어지길 바라며 아울러 오늘 이렇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태안고 전교육 가족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열 맞춰! 차가운 날씨속에서도 남학생들이 헌옷을 이용하여 바닷가 돌에 뭍은 기름을 제거하는 모습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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