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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동안 빚어낸 우리집표 만두 280개

가족의 정이 담긴 사랑의 음식으로 겨울나기

등록|2007.12.14 10:12 수정|2007.12.14 10:21

▲ '김치 만두'의 주재료는 땅속에 묻어 두었던 김장 김치 ⓒ 안부섭


'뚝딱뚝딱 똑딱똑딱' 이른 아침부터 우리집표 김치만두를 만들기 위해, 김치 다지는 소리가 경쾌한 멜로디처럼 집안에 울려 퍼지며 즐거운 일의 시작을 알린다.

대형마트에 가면 손이 쉽게 가는 인스턴트 식품들이 유혹해서, 그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가끔씩 인스턴트 만두를 사다 먹곤 했다. 하지만 요즘 시골은 농한기라서 그리 바쁜 일이 없으니 여유 있게 재료를 준비해 수고스럽더라도 정성과 손맛이 가는 만두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 만두소를 만들기 위해 남편이 김치를 다지고 있다. ⓒ 안부섭


배추농사를 지어서 100포기 정도 김장을 하고 땅 속에 항아리를 묻어 김치를 저장해 놓으면 김치냉장고의 원조답게 싱싱한 김치맛을 유지해주어 일년내내 싱싱한 김치 맛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김치만두의 주재료는 김치니까 항아리에서 꺼내 송송 다지는 게 우선이다. 남편과 둘이서 재료를 준비하는데 가사일 돕기를 즐거워하는 남편이 오늘도 만두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김치를 다져준다. 우리집표 만두의 손맛에는 남편의 손맛이 더 깃들어 있을 것이다.

▲ 만두소 준비 완료 ⓒ 안부섭


김치를 다지고 돼지고기를 양념해서 볶아내고 숙주나물을 데치고 두부를 으깨서 프라이팬에 말리는 과정을 거치며 만두소를 준비했다. 속 재료는 물기가 없어야 만두가 터지지 않기 때문에 물기를 음식 탈수기에 짜내서 포슬포슬하게 만들어 간을 맞추었다. 소금·후추·파·마늘·깨소금·참기름을 넣어 버무려 놓으니 속 재료는 완성이다. 이제는 우리집표 만두 빚기가 기다리고 있다.

▲ 곱게 빚어진 만두 ⓒ 안부섭

마트에 가서 유혹을 떨쳐버린다고 했지만 만두피는 만들어진 걸 구입했다. 만두피도 녹차 맛, 찹쌀 맛 등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우리는 녹차 맛과 찹쌀 맛을 샀다. 만두피 만드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손길이 많아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남편과 시장을 같이 보면서 만두피는 사기로 했다.

누가 더 예쁜 만두를 빚는지 겨루어 보자고 하며 남편과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좀 수고스럽긴 해도 가족들이 함께 준비를 해서 만두를 빚으며, 도란도란 사는이야기를 나누노라니 지루한 줄 모르고 예쁜 만두를 쟁반 가득 빚을 수 있었다.

가족 간의 정이 피어나고 정성이 깃든 음식을 따뜻하게 끓여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당신이 빚은 만두가 예쁘다"고 칭찬하는 남편에게 나도 고마움의 표현을 하고 싶어서 빨리 찜통에 만두를 쪄 맛을 보게 했다.

▲ 사랑과 정성이 담긴 우리집표 만두 ⓒ 안부섭


남편은 "음, 역시 우리집표 만두 맛이 최고다"라며 엄지손가락을 펴들었다. 280개 정도 빚는데 4시간이 걸렸지만, 가족 간의 사랑은 4시간과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일 것이다. 추운겨울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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