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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가 남긴 따뜻한 기억을 예술로 기억해

대추리 현장예술 전시회... 28일까지 열려

등록|2007.12.14 15:03 수정|2007.12.14 15:33

▲ 작가 여러 명이 대추리 주민들 얼굴 하나하나를 모판 위에 그려 대추리 농협 창고에 전시했던 모판 그림. ⓒ '대추리 현장예술 아카이브 추진위원회


경기도 평택 대추리는 원래 평범한 동네였다. 사람들이 살았고, 길을 걸어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막지도 않았다. 하지만 2003년, 대추리는 변했다. 주한미군기지가 이곳에 확장 이전키로 한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대추리는 더 이상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쫓겨났고, 경찰들이 마을 입구를 막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굴하지 않았다. 935일간 촛불 집회가 열렸고, 촛불과 함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곳엔 예술가도 있었다.

이 대추리에서 정태춘은 노래를 지었고, 도종환은 시를 썼다. 이종구는 벽에 그림을 그렸고, 노순택은 사진을 찍었다. 예술가들은 저마다 자기가 지닌 예술을 대추리에 펼쳤다. 시대가 만든 상처에 예술가들은 예술로 연고를 만들어 발랐다. 예술은 문득 현실과 만났고, 아픈 현실과 함께 발화했다.

2006년 <경기문화재단 공모 프로젝트: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억>의 하나로 진행한 대추리 현장 예술 아카이브 프로젝트가 그 결실을 맺었다. 대추리에 찾아든 현장 예술작품과 대추리에 벌어진 일들을 영상으로 모둠 한 다큐멘터리 영상과 사진, 각종 설치물을 모은 전시회가 열린다. '대추리 현장예술 아카이브 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대추리 현장예술 도큐먼트: 들 가운데서' 전이다.

12월 28일(금)까지 서울 홍대 앞에 위치한 '대안공간 루프'에 가면 대추리에 어떻게 예술이 찾아왔나 볼 수 있다. 12월 12일(수) 시작했다. 전시회라기보단 아픈 기억이자, 아름다운 기억이다. 마을과 함께 예술작품도 사라졌지만, '기억'은 남았다. <대추리 현장예술 백서>란 책도 냈다.

전시회에 가면, 작가 여러 명이 대추리 주민들 얼굴 하나하나를 모판 위에 그려 대추리 농협 창고에 전시했던 모판 그림과 2006년 10월에 30일간 열린 거리문화제에서 '릴레이 무대그림'으로 그렸던 걸개그림, 2006년 대추 초등학교에 설치됐던 구본주 작가의 조각상 '갑오농민전쟁'을 촬영해 그 이미지를 아크릴판에 새겨 탑처럼 쌓아올린 설치물을 만날 수 있다.

▲ 대추리에서 정태춘이 만든 노래. ⓒ '대추리 현장예술 아카이브 추진위원회


노순택의 '황새울 사진관', 이윤엽의 '황새울 사람들- 대추리 주민 역사관, 김지혜의 '대추리 관련 미술 프로젝트'의 기록들도 함께 전시한다. 대추리 문화예술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들은 그날의 따갑고 따뜻했던 기억을 영상으로 불러낸다.

이 '대추리 현장예술 도큐먼트: 들 가운데서' 전을 기획한 미술평론가 김준기 교수는 "대추리 마을은 없어졌지만 예술, 특히 미술이란 건 물건이 남는다"며, "그걸 잘 보존해서 사람들 기억 속에서 대추리를 잊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잊고 싶지 않은 예술가의 기억은, 잊혀지고 싶지 않은 예술작품으로 부활했다.

김준기 교수는 또 "대추리가 기본적으론 휴머니즘에 입각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막상 전시회에 와 보면 그 누구나 따뜻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며, "대선 때문에 마음이 쓸쓸한 사람들이, 노무현이 하나 이명박이 하나 대추리 주민들에겐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따뜻하게 지켜보자"고 말했다.

대안공간 루프. 02-3141-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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