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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추측보도가 '태안'을 2번 죽인다

피해 없는 지역 펜션·횟집 등에 예약취소 전화 이어져

등록|2007.12.14 18:04 수정|2007.12.15 17:40

▲ 지방 언론에 실린 1면 머릿기사 제목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남방 저지선 안면도 뚫려'
'태안군 피해 복구까지 30년 이상 걸릴 듯'
'태안반도 전역으로 오염 피해 확산 죽음의 바다로 변해'

충남 태안군 해상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의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일부 언론의 과장·추측 보도가 태안군민들을 더욱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사고 발생 8일째를 맞고 있는 이번 기름유출사고는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기름띠가 상당히 제거되는 등 외견상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이번 사고 발생 이후 신문, 방송, 잡지, 외신 등 수백명의 기자들이 경쟁적으로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장 확인을 거치지 않고 기자실에서 전화를 통한 기사 송고를 하는 등의 상황이 늘어나면서 사실보다 과장이 되거나 추측 보도가 빈발하고 있다.

실제 유화제 사용에 따른 2차 오염 논란의 중심인 오일볼이 14일 꽃지 해수욕장 등 일부 지역에 발견이 되었음에도 일부 언론은 이미 지난 12일부터 마치 안면도가 오염이 된 듯한 뉘앙스의 제목을 뽑아 혼란을 가중시켰다.

물론, 해안가 사고이니 만큼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언론의 과장·추측 보도는 실의에 빠진 태안군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안면도 영목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S씨는 "언론이 사고가 나고 이틀만에 마치 안면도도 오염이 되어 절단이 난 것처럼 연일 보도하고 있어 그나마 남아 있던 연말 예약 손님들이 취소하는 사태가 이어 지고 있다"며 "언론의 신중치 못하고 확인 안 하는 보도는 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 진태구 태안군수가 긍정적인 보도로 관광 태안을 살려달라고 호소 기자회견을 가졌다. ⓒ 태안군 제공

이러한 언론 보도는 실제 상황과는 상당히 다르다. 태안군 8개 읍· 면 가운데 소원면, 이원면, 원복면, 근흥면 등 4개면은 집중적인 직접 피해를 입었으나 나머지 지역은 먼 바다에서 기름띠가 보이다가 오늘에서야 안면도 일부 지역에 오일볼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의 앞서간 보도는 결국엔 지역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안면도를 비롯한 피해를 안본 태안반도 전역의 펜션과 횟집들은 이미 연말 장사를 포기한 상태이며, 태안산 수산물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반입이 중단되었는가 하면 기름 피해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태안산 농산물마저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등 2중, 3중의 어려움을 태안군민이 고스란히 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태구 태안군수는 지난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언론이 앞으로는 어둡고 부정적인 보도보다는 관광태안이 살아나는 희망적인 보도를 해주었으면 고맙겠다"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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